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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칼럼

냉탕과 열탕 사이!!

작성자비빔밥(경기)|작성시간12.07.24|조회수491 목록 댓글 11

날씨가 갑자기 찜통이 되었습니다.

더우니 잠도 잘 안오네요..

잠도 안오고 해서 글 하나 올리고 갑니다!

코난님이 '리더스 칼럼'이라는 게시판을 만들어 주셨는데

글 올리시는 분들이 없어서 저라도 올려야 될 것 같은

은근한 부담감이 있네요..ㅠ

..

최근 한국 경제에 대한 경고등이 계속 깜박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별일 없이 지나가겠지!

또는 IMF 사태가 설마 또 터지겠어?

그것도 아니면 이보다 더 나빠지기야 하겠어? 식의

반응들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냉탕을 말하고

또 누군가는 열탕을 말합니다.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그 중간쯤을 생각하겠지만

미래는 알 수 없으니 이왕 대비할 거

최악까지도 염두에 두는 것이 좋겠지요.

금전적 여유가 있는 분들은 이것저것 나름대로 준비하실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분들은 최소한 마음의 준비라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각자의 상황에 맞게 준비하는 것이지 정답은 없다고 봅니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대신 기본적인 식량과 식수 등

재난대비 품목에 대비하시고

은행 시스템이 일시 마비될 때를 생각하시어

2~3개월간 사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생활비와

만약에 대비한 약간의 외화, 그리고 더 여유가 있다면

하이퍼를 대비하기 위한 금이나 은과 같은 실물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검색하면 다 나옵니다..^^)

다만 제 글이 본의 아니게 지나친 불안감을 조성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늘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위기를 조금이라도 더 알리고

함께 극복해 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주제넘게 글을 써왔고

또 많은 분들이 호응해 주셔서 여기까지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

오늘은 제 경험을 하나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제가 중학교 1학년 때

교회 수련회를 간적이 있습니다.

인천 바닷가 근처 캠핑장에서 진행된 2박3일 일정의 수련회였죠.

그런데 둘째 날 새벽부터 주룩주룩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비로인해 당일 일정은 취소하고 텐트에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군인 한명이 저의 캠핑장에 급하게 뛰어와서

위험하니 빨리 철수하라고 말하고 또 급하게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당시 중등부 목사님은 인솔 교사들을 불러 간단히 회의를 했지요.

빗줄기가 그렇게 강한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산속 계곡도 아니기에 위험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굳이 장소를 옮길 필요는 없다!란 주장이 대세였지만

목사님은 그래도 근무 중인 군인이 와서 경고한 것이니

듣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고

결국 모두들 목사님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결국 점심시간을 앞두고 다들 투덜대며 텐트와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물이 불기 시작하더니

금세 발목까지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놀란 우리들은 급하게 짐을 챙겼고

캠핑장을 빠져나가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캠핑장 입구에 발목에도 차지 않는 작은 개울이 있었는데

이 개울이 불어나 당시 중학생이 제 가슴까지 물이 차오른 것이었습니다.

물살이 꽤 센데다가 물이 계속 불고 있었기 때문에

우물쭈물 하다가 물에 모두 휩쓸려갈 판이었습니다.

뒤로는 돌아갈 길도 없었습니다.

상황은 갑자기 위기 모드로 급변했고

다들 머리에 짐을 이고 목숨을 건 탈출을 시작했지요.

‘아! 죽을 수도 있겠구나!’

그 때의 그 느낌!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일단 몸이 빠져나오는 게 급선무였기 때문에

부피가 크거나 무거운 짐들은 포기하거나

탈출 과정에서 많이 분실했지만

정말 다행스럽게 아무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 탈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인근 교회로 피난한 우리들은

결국 점심과 저녁을 모두 굶어야 했고

급하게 소식을 듣고 오신 교회 관계자들 분들이

감자를 삶아주어 급한 허기를 때울 수 있었지요.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 때의 기억들이 생생하게 납니다.

만약 당시에 군인이 경고를 해주지 않았다면,

그리고 우리가 그 군인의 경고를 무시했더라면

100여명이 넘는 인원 전원이 그날 정말로 저 세상으로 갔겠지요!

..

나중에 유추해본 바

그 지역은 비만 오면 침수가 되는 지역이었고

아마 과거에도 인명 피해가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러니 인근 군부대의 군인이 나와서 경고를 했던 것이겠지요.

하지만 그 지역에 처음 간 우리로서는

처음 본 군인의 말을 어디까지 믿을지 쉽게 결정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때로는 순간의 결정이 모든 것을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

물론 우리가 우려하는 파국적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장기적인 불황으로 이어지며 우리에게 적응의 시간을 줄지도 모릅니다.

그도 아니면 죽은 줄 알았던 세계 경제가 셰일 가스의 힘으로

벌떡! 일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경제 위기가 다른 위기와 겹치며

극단적으로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경제 위기로 인한 무역 불균형 발생,

그리고 보호무역의 부활,

경제적 어려움과 정치적 혼란으로 야기되는 지역 분쟁들,

국민들의 낮아진 생활수준에 대한 불만을 외부로 돌리는 과정에서 생기는

지역간, 국가간의 갈등..

패권국의 패권을 지키기 위한 무리수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신흥국들의 반격!

지구적 환경 변화에 따른 계속되는 자연재난과 식량문제! 등등

단지 경제 문제만 생각하기엔 우리 앞에 악재들이 너무 많습니다.

깨지지 않은 유리잔은 아름답지만

유리잔이 깨지는 것은 일순간입니다.

..

주말에 서울대 외교학과 김용구 교수가 쓴

‘세계외교사’란 책을 꺼내어

대충 쭉~ 읽어보았습니다.

사실상 모든 전쟁의 뿌리에는 인간의 욕망,

특히 돈과 권력에 대한 욕망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인데

그 책에는 그런 내용이 하나도 없더군요.

괜히 머리만 아팠습니다.

차라리 그 시간에

로버트 그린이 쓴 ‘권력의 법칙’이나 다시 읽을 걸 그랬습니다.

하지만 ‘세계외교사’란 재미없는 책을 읽으며 나름 느낀 바도 있었는데

세계 1차 대전 이전 열강들의 갈등의 모습이

근본적으로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파이가 줄어들면 조금이라도 더 큰 조각을 차지하기 위해

누가 더 힘이 센지 확인하고 싶어지나 봅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미 파이는 줄어들었습니다.

달러에 기반을 둔 흥청망청 대던 파티는 이미 4년 전에 끝났습니다.

이제 자신의 몫을 정산할 시기입니다.

아쉽게도 더 이상의 글로벌 공조는 없을 것입니다.

..

여전히 많은 분들이 ‘위기다!’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런 경고는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근거 없는 루머에 불과합니다.

사실 2008년부터 많은 논객들이 외쳐온 위기와 붕괴는 오지 않았지요.

우리에게 극단적인 공포감을 심겨주었던 미네르바도 없고

아고라의 한 논객이 외치던 풀뿌리 외환보유고 주장도 시들합니다.

미네르바 체포에서 보여준 정부의 강경한 대응에 위축이 되었던

아니면 이제 위기가 눈앞에 다가온 이상

더 이상의 경고는 무의미하다고 판단을 했건

그것도 아니면 더 이상의 위기는 없다라고 판단을 했건

위기를 외치는 목소리들이 점점 줄어들어 온 것도 사실입니다.

아마 지금 몇몇 논객들이 외치는 외로운 경고 또한

언젠가 우리의 머릿속에서 잊혀 질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 과거를 회상하며,

“그 생존 카페란 곳에서 늘 경제위기 운운했던

비빔밥이란 녀석은 잘 살고 있을까?

그 때 말야, 세계의 종말이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페트병에 쌀 저장하고 정수기 사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말야.

지금 돌이켜 보니 나름 재밌었던 것 같기도 해!“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저 또한 지금의 혼동과 재난대비의 분주함이

혼란스러웠던 한 시대의 씁쓸했던 추억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특히 퇴근 후 잠들어 있는 아이들의 얼굴을 볼 때마다

제 우려가 모두 쓸데 없는 기우이기를 늘 바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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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힘차게 | 작성시간 12.07.24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 작성자어느날(인천,무주) | 작성시간 12.07.24 비빔밥님 글 잘 읽고 있는 눈팅 족입니다~늘 감사하게 생각 합니다~많은 도움이 되고 있네요~^^*
  • 작성자뿌나 | 작성시간 12.07.24 걍 깊히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갑니다.
  • 작성자무사(서울) | 작성시간 12.07.24 늘 고맙습니다...
  • 작성자미기(여수) | 작성시간 12.07.25 감사한 마음으로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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