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리더스 칼럼

하이퍼는 불장난의 비극인가? 아니면 의도된 방화인가?

작성자비빔밥(경기)|작성시간12.08.06|조회수953 목록 댓글 12

현 상황에서 디플레이션을 주장하시는 분들의 핵심은

‘과도한 신용 거품은 결국 디플레라는 자본주의 순기능에 의해

원래 자리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경제를 부양하기 위한 의도적 통화주입은

신용을 창출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디플레를 피할 수는 없다!‘

이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증가하는 M1과 대조적으로

오히려 축소하는 M2, M3의 모습을 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매우 설득력 있는 논리이며

디플레이션을 주장하는 분들은 원칙적으로 같은 맥락을 따르고 있습니다.

아무리 돈을 찍어내어도 돈이 돌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점은

이러한 주장이 화약에 불이 붙지 않았다고 화약이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아직 불이 붙지 않은 증가된 본원화폐가 기대한 신용창출을 해내지 못했다고 해서

인플레의 위협이 사라졌다고 말하는 것은 매우 성급한 주장이라는 점입니다.

본원통화는 잠재적 폭발력을 가지고 언제 어디서든 갑작스런 폭발을 할 수 있지요.

..

현재의 신용화폐가 과거 금본위제하에서처럼

그 자체로 어떤 가치를 담보한 화폐가 아니기 때문에

디플레이션 현상이 생긴다고 해서 과거처럼 화폐가 강세로 갈 것이라고

예상하기 힘들다는 점,

또한 막대한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국가들이

화폐를 발행하여 목전의 위기를 미룰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목을 조이는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을 선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점,

특히 미국의 경우 디플레이션에 진입할 경우 경제 붕괴를 피할 수 없다는 점 등이

과거 1930년대와는 크게 다른 점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이미 디플레이션의 공포는 2008년 리만 사태 직후,

그리고 작년 그리스 사태 때 본격화 되었었습니다.

하지만 디플레이션 위기가 눈앞에 닥칠 때마다

돈을 풀어 문제를 뒤로 미루어 눈앞의 위기를 모면했었지요.

그리고 올해도 표면상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위기는 더욱 커져서 우리 앞에 돌아오고 있지만

그 때마다 결국 돈을 풀어 위기를 미루고 있지요.

유럽의 위기 덕에 미국은 어부지리를 얻고 있고

덕분에 양적완화를 미루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지만

사실상 돈을 푸는 것 외에는 작금의 상황을 모면할 방법은 사실상 없습니다.

혹자는 돈을 푸는 것은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며

결국 대대적인 디플레이션 상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1930년대와 달리 지금의 신용화폐 시스템 하에서는

당시와 같은 대대적인 디플레이션은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가 보게 될 상황은 인플레이션될 가능성이 더 높겠지요?

부동산은 떨어지고 반대로 생필품이나 식료품은 오르고..

이런 상황을 묘사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란 말도 있지만

앞으로 닥칠 경제 위기 상황은 스태그로 설명하기 좀 힘든

상황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2008년 금융위기로 시작된 전세계적인 화폐전쟁의 핵심은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였지요.

신용화폐의 경쟁적인 가치 저하와

그로인한 신용화폐의 신뢰 저하를 통해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것은 바로 ‘금’입니다.

하지만 금을 통해 가장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금융자본들조차도

아직까지는 작금의 판떼기에서 얻을 수 있는 고물이 훨씬 더 많은 관계로

판떼기를 한 번에 깨뜨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금을

일단은 억누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할 수 있겠지요!

이러한 눈앞의 상황만 보면

금의 상승이 현 시장을 지배하는 금융세력의 이익에 반대되기 때문에

금은 영원히 핍박을 받게 되리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실로 가장 큰 이득은 판이 뒤집어 질 때 생긴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의 판이 완전히 뒤집어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현재 판떼기의 마지막 국면은

디플레이션 보다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금은 하이퍼에 대한 매우 중요한 보험이 되어 줄 것입니다.

..

현재의 판떼기에서 우리가 주의 깊게 보아야 할 점은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판떼기의 핵심 상품은 실물이 아니라 신용이었다는 점입니다.

과거 20년간 전 세계는 신용확대라는 달콤함에 젖어

경쟁적으로 부채를 늘려왔고 결과적으로 시장의 안정성은 훼손되어 왔습니다.

일단 제가 보기에 현재 상황은 거품 붕괴직전의 상황으로

이제는 과거의 파릇파릇했던 시절이 아무리 그리워도

아무런 문제없이 조용히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남은 마지막 수는 마지막까지 판떼기의 거품을 키워서

최후의 한 판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New 판떼기를 시작하는 것이지요.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요?

결국 새로운 판떼기는 실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표면상 실물은 금과 은이 되겠지만

가장 중요한 실물은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나만의 지식과 기술입니다..)

..

사실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상

하이퍼를 외치는 사람들은 현시스템이 불만이 많거나

반사회적인 경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오인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역사상 가장 빈번했던 경제 재난의 하나인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주장하는 것은 왜 비이성적인 주장인지

이해하기가 힘들더군요.

아마 20세기 초 바이마르 공화국의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사람들의 무의식 깊은 곳에

하이퍼에 대한 엄청난 두려움을 심어주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또한 디플레이션과 달리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시장의 일방적인 실패로 간주되되어 왔기 때문일 겁니다.

..

그렇다면 하이퍼가 정말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시장의 실패일까요?

아이들의 불장난이 초가삼간을 다 태워버리 듯,

상황을 전혀 통제하지 못한 시장의 비극적 결말일 뿐일까요?

..

하이퍼를 논하기에 앞서 우리가 먼저 생각해 봐야 할 점은,

자연재난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무작위적으로 덮치는 반면

경제 재난은 선별적인 피해를 입힌다는 점입니다.

과거 IMF때도 모든 사람들이 고통을 받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언론에서는 고통 받는 사람들만 부각이 되었고

또 실제로 대다수의 국민들이 고통을 받았지만

오히려 IMF때 자본을 축적했던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당시 제 주위만 봐도 IMF로 인해 패가망신을 당한 사람도 있었지만

오히려 IMF를 인생을 역전의 호기로 삼은 사람들도 있었으니까요.

물론 결과적으로 빈부의 격차를 심화시켰지만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고통을 받은 것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냉혹하게 말하자면 부의 붕괴가 일어난 게 아니라 부의 이동이 일어난 겁니다.

..

우리는 과거 독일의 하이퍼인플레이션의 끔찍했던 상황을 보면서

다시는 저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가 일을 제대로 할 거야.

사람들이 또다시 저런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을꺼야라고 생각하지만

하이퍼인플레이션 또한 일부 계층, 또는 일부 사람들에게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하이퍼의 가능성에 대해 좀 더 열린 자세를 견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당시 독일의 하이퍼인플레이션은 독일 경제만 놓고 보면 재앙적인 결과였지만

정치적 관점에서는 여러 가지 이득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했던 점은 하이퍼 인플레이션의 충격을 근거로

가혹했던 베르사이유 조약에 따른 전쟁 배상금의 경감을 요구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즉, 독일 내부의 경제적 문제가 배상금 경감을 요구할 명분을 만들어 주었던 것이지요.

또한 독일 화폐의 붕괴는 금융자산에 의존했던 개인들의 부는 파괴하였지만

실물 자산을 갖고 있었던 일부 독일 기업들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특히 해외에 지사가 있었던 기업들은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었지요.

토지나 공장, 설비 등과 같은 유형 자산을 많이 갖고 있던 기업들에겐 오히려 기회였고,

하이퍼로 인해 부채가 증발하는 효과를 덤으로 얻기도 했습니다.

일부 기업들은 외화와 실물자산을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유형자산이 부족해 붕괴한 기업들을

인수합병함으로서 하이퍼의 위기를 벗어났을 뿐 아니라

그 이후에 독점적 거대 기업으로 성장해나가며 눈부신 발전을 이루게 됩니다.

자산과 거의 동일한 부채를 갖고 있었던 은행들 또한 별다른 손실을 입지 않았지요.

또한 개인들도 강력한 노동조합을 갖고 있거나 국가에서 급여를 지급하는

공무원들인 경우, 혹은 주식이나 충분한 실물자산이 있는 개인의 경우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의 고통에서 한 발 떨어져 있을 수 있었습니다.

일부 상류층들은 오히려 하이퍼 인플레이션 덕으로 과소비와 향략을 즐겼고

그게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정도였으니 당시 상황이 어떠했을지 이해가 되실 겁니다.

결국 독일 하이퍼인플레이션의 희생자는 중산층 연금수령자,

자신의 자산을 주식이나 실물에 투자하지 않고 은행에 예금한

대다수의 국민들이었습니다.

즉, 당시 하이퍼인플레이션은 독일의 부 자체를 파괴한 것이 아니라

화폐의 붕괴에 따라 부의 대대적인 이동이 발생한 것입니다.

즉 전 국민의 90%는 빈곤선 이하로 추락을 했지만

유형 자산을 갖고 있었던 개인이나 기업들은 오히려

일생일대의 최대의 기회를 갖게 된 것입니다.

하이퍼인플레이션 이후 1924~1930년 사이에

독일의 공업생산 성장률이 전세계 최고 수준이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고 하겠습니다.

하이퍼 상황에서 독일을 공격한 해외 투기꾼들의 존재를

오히려 독일 국민들을 정치적으로 규합할 수 있는 명분으로 삼을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독일 재무장의 빌미를 얻게 되었던 것입니다.

경제는 붕괴되었지만 오히려 정치는 더 강해지게 되었던 것이죠!

..

물론 독일이 의도적으로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일으켰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하이퍼인플레이션 하에서는 게임의 룰이 매우 단순하기 때문에

정치적 의도로 얼마든지 사용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방화는 불법입니다. 더군다나 자기 집을 자기가 태우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보험금을 노리고 내가 살던 집을 불태우는 경우가 종종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겠지요?

..

하이퍼?

프로메테우스가 준 불을 제대로 다룰 수 없었던

과거 미개했던 인간들이 저지르는 어이없는 실수로 치부해 버리기엔

하이퍼의 내막은 생각보다 많이 복잡하며

그 결과는 매우 정치적입니다.

보험금을 노리고 자기 집을 불태우는 사람들이 있듯이

인간의 탐욕은 그 끝을 예측할 수 없기에

앞으로 닥칠 경제 위기의 말로 또한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현 신용화폐 시스템의 태생적 한계를 고려해 볼 때

결국 우리는 신용화폐의 화려한 불꽃놀이를 끝으로

지금의 판떼기를 접게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봅니다.

..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의 명을 어기고 인간들에게 불을 선사해 주었지만

인류는 여전히 프로메테우스의 선물을 다룰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거나

아니면 너무도 사악하여 다른 무고한 인간들을 제우스에게 줄 제물로 삼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의 마지막 판떼기에서 잭팟을 꿈꾸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한 발짝만 물러나면 진짜 돈이 무엇인지 진실을 말해 주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다만 그들의 목소리가 아직까지는 비현실적으로 들릴 뿐이지요.

경찰이 들이 닥치기 전에 판돈을 온전히 챙겨서 빠져나올 자신이 없는 분들이라면

적당히 손해 보고 빠져나오시고, 너무 일찍 빠져나오신 분들은

생존 기술도 배우시고 그래도 시간이 남으시면

영화도 보고 커피도 마시고 하면서 무료한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어쨌든 꼭 살아남으셔야 겠지요!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Keane[천안] | 작성시간 12.08.07
    글 잘 쓰시는 것 같아요~
  • 작성자작은 숲 | 작성시간 12.08.07 하이퍼는 불장난의 비극인가? 아니면 의도된 방화인가? 글제목에 모든것이 있네요 그 어떤 명언과 진리보다 가슴에 와닿습니다.
  • 작성자호르스 | 작성시간 12.08.07 요약되고 함축된 글 감사합니다. 동의합니다.
  • 작성자논산댁 | 작성시간 12.08.07 잘 읽었습니다.
  • 작성자장아찌(경북) | 작성시간 12.08.07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