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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칼럼

대중이 만들어 내는 시장의 지체현상!

작성자비빔밥(경기)|작성시간12.09.04|조회수493 목록 댓글 8

시장은 쉽게 붕괴되지 않습니다.

쉽게 붕괴되지 않는 이유는 관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관성을 만들어낸 것은 영원한 상승을 기대하는 대중들의 믿음이고

대중들의 그 믿음을 만들어 낸 것은 언론과 전문가들입니다.

주식 시장의 위기를 직감한 주식 브로커들이나 기관투자가들은

시장에 대해 잘 모르는 대중들이 계속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것을 보며

모순된 안도감을 느끼곤 합니다.

분명 내려가야 할 상황인데 쉽게 반등을 하고

의미 없는 호재에 환호를 지르기도 하는 시장입니다.

시장을 지배하는 힘은 이성이 아니라 바로 대중의 광기입니다.

..

시장은 2008년 이미 중대한 붕괴를 경험하였습니다.

하지만 2008년의 경천동지했던 이벤트들은

대중들의 기억속에서 금새 사라져 버렸습니다.

대중들은 독사에 물려 독이 온 몸에 퍼지고 있지만

독사에 물렸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리고

또 다시 사냥을 하러 나서는 무지한 사냥꾼입니다.

..

대중의 무지함과 그 무지함에서 나오는 파괴력에 대해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왔습니다.

그중 학문적으로 가장 괄목할만한 성과를 낸 사람은

'군중과 권력(Masse Und Macht)'의 저자 엘리아스 카네티,

'군중의 마음(The Mind of Crowds)'의 저자 파울 라이발트,

'군중(Crowd)'의 귀스타브 르봉 등이 있지만

현실 속에서 대중의 힘을 가장 잘 이용한 사람은

명실공히 히틀러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히틀러는 ‘나의투쟁’에서

'대중에게는 작은 거짓말보다 큰 거짓말이 더 잘 통한다.’

'대중을 향한 선전은 계속 반복되어야 하며, 그 내용은 단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히틀러가 생각하는 군중의 특징은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존재이기 때문에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메시지를 만들고

그 메시지를 최대한 반복적으로 전달해야

원하는 정치적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지요.

..

현대의 대중 선동은 주로 언론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한 때 주식은 영원히 오른다는 신념이 대중들 머릿속에 각인될 정도로

그 효과는 대단했습니다.

그런 믿음에 근거하여 한 때 변액보험, 펀드 바람이 분적도 있습니다.

주식의 주자도 모르던 제 집사람이 과거 펀드에 투자했다가

원금의 반 이상을 날렸던 씁쓸한 기억도 있습니다만..

어쨌든 시청률에 따라 기업의 이익이 결정되는 대중매체 특성상

언론은 투자자들이 시장에 대해 계속 열광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입니다.

이 과정에서 악재는 무시되거나 축소되며

호재는 과장되거나 아예 언론에 의해 만들어지기까지 합니다.

붕괴직전의 가계부채 문제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도

언론들은 매일 큰 문제 없다!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전세가 오르니 집사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계속 반복적으로 쏟아내고 있더군요.

..

귀스타프 르봉은 군중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군중은 일관성 있는 논리를 수용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분별력이 없이 틀린 판단을 한다.

이런 점에서 그들은 이성이 마비된 존재이다.“

언론은 대중의 이러한 특성을 최대한 이용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정치적, 경제적 결과를 끌어냅니다.

..

제가 오늘 이렇게 장황하게 대중에 대한 글을 쓰는 이유는

이 대중의 힘이 바로 시장의 지체현상을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2008년 이후 많은 논객들이 금융시장의 붕괴를 점쳤습니다.

하지만 큰 탈 없이 무려 4년이 지났고,

리만 사태이후 환율이 급등하며 제2의 IMF를 우려했던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승승장구(?) 해오고 있지요.

표면적으로는 미국과 전세계의 공조로 인해 붕괴의 위기를 모면했다거나

아니면 붕괴를 뒤로 미룬 것 뿐이다라는 주장이 있을 수 있고

이 두 주장은 나름대로 모두 설득력이 있지만

붕괴의 위기를 모면했건 아님 붕괴를 뒤로 미루었건

그 배후의 진짜 원인은 바로‘대중들의 시장에 대한 무지’입니다.

과거 대공황때에도 시장 붕괴의 최초 신호는

1929년 주식시장 붕괴에서 시작됐지만

의미 있는 은행의 붕괴가 본격화 된 것은 4년 뒤인 1933년 이었으니

4년의 지체현상이 있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사이에 많은 굵직굵직한 일들이 있었습니다.

1931년 12월 뉴욕은행을 시작으로 많은 은행들이 파산했으며

1932년에는 노동자의 25%가 실직을 했고 농민들의 삶은 궁핍해졌지요.

더군다나 세계무역의 총 가치는 반토막이 났습니다.

물론 그런와중에도 대중들의 성장에 대한 믿음은 쉽게 식지 않았습니다.

끊임없는 반등이 나오며 대중의 부질없는 희망에 자양분을 제공했지요.

하지만 결국 1933년 미시간주의 Comstock 주지사가 모라토리움을 선언하면서

상황은 급적직하합니다.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한 루즈벨트 대통령은 Banking Moratorium 선언하하고

같은해 9월 Emergency Banking Act(비상금융법)을 통과시키기에 이릅니다.

1929년 10월에 표면화된 대공황의 서막이

4년이 지난 1933년 9월이 되어서야 본격적인 시장이 붕괴로 이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시장의 붕괴가 아니라 대중의 근거없는 희망의 붕괴라고 봐야할 것입니다.

..

이처럼 과거 대공황 때에도 대중들은 성장에 대한 무조건 적인 믿음을

그 혼란스러운 상황속에서도 무려 4년간 유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 시장 붕괴의 임계점, 혹은 의미있는 신호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부각되는 악재에 집중하기 보다는

대중들의 변심 순간을 포착해야 합니다.

주식 시장이 항상 오른다는 신념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 한,

신용화폐가 붕괴될 수도 있다는 공포가 대중들에게 주입되지 않는 한,

시장속의 수많은 악재는 여전히 찻잔 속의 태풍일 뿐입니다.

2008년 세계를 휩쓸었던 금융위기 한 가운데서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오바마가 외쳤던 것이

바로 '담대한 희망'이었음을 상기하시기 바랍니다.

오바마가 미국 국민에게 선사한 것은

경제 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대중이 애타게 갈망하던 '희망'이었음을..

그리고 그 희망 덕에 위기를 미룰 수 있었음을..

..

예를 들어 2001년 9.11 테러가 시장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은 이유를

마크 파버는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1. 앨런 그린스펀이 시장 통제력에 대한 믿음

2. 조정은 매수의 기회라는 당시 지배적 분위기

3. 2002년 1~4월에 시장에 나타난 강력한 경기회복의 분위기

4. 3번 현상을 경기확장의 국면으로 해석한 전문가들

5. 4번의 전문가들에 대한 대중의 신뢰

마크 파버는 2001년 테러이후 시장의 선전활동이

성공적으로 대중에게 먹혀들어 갔고 그 결과

시장의 붕괴를 피할 수 있었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저금리 정책은 결국 잠재적 위기를 확장시켜

2008년 위기로 전이되었습니다.

아직 테러와의 전쟁은 완전히 끝난게 아니었던 것이죠!

우리는 여전히 과거의 망령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번에도 대중 조작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

모든 선전은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습니다.

나의 이익을 위해, 혹은 나의 명분을 위해

수많은 다수를 움직이는 힘,

그것이 바로 현실 정치의 핵심입니다.

대중들이 원하는 것은 진실이 아니라

늘, 비현실적인 꿈과 희망입니다.

이미 팔 다리가 끊기고 온몸이 상처 투성이인 시장이라 하더라도

대중들에게 여전히 성공과 부의 꿈을 줄 수 있다면

아직 경제 붕괴 드라마의 마지막 회는 많이 남은 것입니다.

하지만, 슬슬 희망을 버리고 지갑을 닫는 대중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금과 은으로 피신하고 비상식량을 준비하는 변절자들이 보이기 시작하면

즉 대중들 간에 반목과 균열이 생기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면

거의 종착역에 왔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꿈과 희망을 말하는 목소리가 더 커져서 애처롭게 들리고

냉혹한 현실을 언급하는 잔잔한 목소리가 더 또렷하게 들릴 때,

대중은 달콤했던 과거의 꿈에서 깨어나 현실을 직시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따스했던 대중의 마음은 어느새

얼음장 보다 차가운 비난과 분노로 바뀌게 될 것이며,

그들이 흠모하고 복종했던 그들의 영웅을

가장 더러운 시장 바닥으로 끌어내어 돌팔매질을 서슴치 않을 것입니다.

물론 최소한 대중의 특성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지도자들이라면

그에 대한 대비쯤은 이미 다 해놨을 것입니다.

..

대중에 대한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성공적인 프로파간다를 통해 대중을 조작하고 원하는 것을 이끌어내는 기술과,

대중의 낙관적인 기대가 패닉으로 돌변할 때 발생하는 부정적인 에너지를

활용하는 기술을 동시에 알려준다는 점일 것입니다.

패닉은 투매와 동시에 투기를 발생시킨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투매의 대상과 투기의 잠재적 대상을 파악하는 것이

향후 대중의 변심과정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지혜입니다.

그리고 경제 붕괴의 임계점을 시장의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대중의 관점에서 파악하고자 노력해야겠지요!

..

왜 그렇게 미정부가 부동산 판매 지수에 집착을 할까요?

바로 소비는 대중의 심리를 파악하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시장 조작이라는 변수를 고려해야 겠지만

소비가 줄어든다는 것은 대중들의 시장에 대한 믿음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임은 사실입니다.

우리나라도 8월 자동차 판매실적이 크게 떨어졌다는 뉴스가 있더군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결국 시장을 유지시키고 붕괴시키는 것은

경제 엘리트들이 아니라 대중들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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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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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코난(경기) | 작성시간 12.09.04 인정하기 싫지만 정말 대중은 쉽게 속고 큰소리에 세뇌도 당하며 이리저리 휩쓸리는 어리석은 존재같습니다 또한 모두 동시에 같이 무단횡단하면 위험이 없을거라 생각하며 이어폰을 낀채 차도를 횡단하는 중학생들이 아닐가싶어요
  • 답댓글 작성자Keane[아산] | 작성시간 12.09.04 어리석다기 보다는 군중심리..삼의 법칙같은 본능적 요소가 아닐까요? 물론 그런 걸 본인이 제어해야 하는데 항상깨어있지 못하면 힘들겠죠.. 그런 의미에서 우리 카페나 비빔밥님의 글은 우매 한 제게 있어 항상 좋은 정보를 제공해 주시고 있어 감사 할 따름입니다..^^
  • 작성자즐겁게즐겁게 | 작성시간 12.09.04 금은 투자비율을 1:1로 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그냥 개인적인 생각이니 참고만 하시길...
  • 답댓글 작성자Keane[아산] | 작성시간 12.09.04 감사합니다.^^ 참고하겠습니다.
  • 작성자논산댁 | 작성시간 12.09.06 예전에 봤던 선전 선동론이 생각나는군요..
    비빔밥님.. 머리도 좋으시고.. 기억력도 좋으시고.. 책도 많이 보시고... 그것들을 종합해서 글도 잘 쓰시고..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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