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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칼럼

시뇨리지, 그리고 양들의 비극!!

작성자비빔밥(경기)|작성시간12.10.11|조회수836 목록 댓글 18

옛말에 '고양이에게 생선 맏기기'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아무리 충실한 고양이라 하더라도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은 결코 지혜로운 처사가 아닙니다.

고양이는 유혹을 참지 못하고 결국 생선을 먹어치울 것이고

그렇다고 생선을 먹어치운 고양이를 일방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

간단히 비유하자면 정부는 고양이이고

국민들의 세금은 생선이지요.

천문학적인 세금이 어디서 어떻게 쓰이는지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지만

만약 하나하나 확인한다면 대략 10~20%는

고양이의 배속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생선을 먹은 고양이가 침묵을 지키고

우리가 직접 고양이 배를 갈라보지 않는 한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지요.

문제는 생선이 많을수록 사라지는 생선도 늘어날 것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감사'라는 제도를 두어 탐욕을 부리는 고양이들을 잡아내기도 하지만

그 감사도 역시 고양이 중 하나일 뿐입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 중에 하나가

깨끗한 고양이는 결코 고위직에 오를 수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현실에서의 능력은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우는 능력이 아니라

상사에게 생선을 잘 바치는 능력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

그럼 고양이들이 즐겨먹는 생선에 세금만 있을까요?

아니죠..리베이트가 있지요.

각종 이권을 둘러싼 천문학적인 리베이트가 오갑니다.

차세대 전투기 문제부터 아무런 쓸모없는 경전철까지 말이죠.

그래서 운용여부가 불투명한 미사일이 들어오고

아무도 이용하지 않을 경전철을 만들어 놓고

수효조사상의 착오였다고 변명만 늘어놓습니다.

..

하지만 이러한 생선들은

굳이 생선으로 따지자면 꽁치나 고등어 정도일 뿐입니다.

덩치가 너무커서 우리가 잘 모르고 지나가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화폐 주조로 인해서 발생하는 시뇨리지 효과입니다.

이는 보통 거대한 참치정도 되는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고래상어 크기도 되는 것이지요.

..

시뇨리지 효과(Seigniorage Effect)는

정부나 중앙은행이 화폐를 방행함으로서 얻는 이익을 의미합니다.

이를 화폐주조차익, 또는 인플레 세금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정부가 화폐를 발행하면 통화량이 증가하게 되고

결국 실질구매력, 즉 화폐의 가치는 하락하게 됩니다.

그 감소분만큼 정부나 중앙은행이 이익을 얻게 되는 것이지요.

일종의 날강도 짓이라 하겠습니다.

정부는 중앙은행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통제한다고 하지만

기실 인플레이션을 통해 부를 획득하고 있는 바

인플레이션을 막을 하등의 이유는 없습니다.

그냥 통계 조작으로 생색만 내는거지요.

그리고 막장에 다다르면 그 명분마저 헌신짝처럼 버릴겁니다.

..

예를들어

100만원의 월급을 받은 김씨가

100만원을 고스란히 금고에 넣어 보관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10년이 지나 그 백만원을 꺼냈을 때,

실질 가치는 이미 반토막이 나고 말았습니다.

김씨는 자신의 자산을 지키기 위해 금고에 돈을 넣었지만

정부는 '보이지 않는 손'을 이용해 50만원을 천천히 강탈해갔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인플레이션 조세, 또는 날강도 짓이

은밀하게 이루어진다는 데 큰 문제가 있습니다.

아주 간단하게 예를 들자면

100명만 사는 한 나라에 총 통화량이 1000만원인데,

정부가 느닷없이 10만원을 찍어냈습니다.

정부가 처음 이 10만원을 시장에 내놓을 때

정부가 얻는 이득은 주조 비용 포함 알찬 10만원입니다.

그럼 이 10만원을 받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이 10만원을 풀 때

아직 사람들이 시중에 돈이 늘어났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기 때문에

거의 10만원에 가까운 이득을 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인플레이션 발생을 파악하기 시작하고

가장 뒤늦게 10만원을 가지게 된 사람은 새로 받은 10만원을 포함

자신이 갖고 있는 기존의 10만원의 가치도 떨어졌음을 깨닫게 되지요.

결국 시뇨리지의 최대 피해자는 경제적 약자들입니다.

물론 이 사람은 돈의 가치가 떨어졌음을 깨닫지 못하고

여전히 물건 가격이 올랐다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훔친 놈은 뒤에서 웃고 있는 데 엉뚱한 물건만 욕을 먹는거죠.

..

이러한 시뇨리지 효과는 특히 불환화폐인 현 통화시스템에서 두드러집니다.

과거 실제 금화나 은화가 유통되던 시절에는

통화의 일부를 잘라내어 가치를 속이거나

아니면 높은 순도의 동전을 녹인 후

금과 은의 함량을 낮추어 유통시키는 편법이 사용되었는데,

이러한 편법은 백성들에게 쉽게 발각될 수밖에 없었고,

백성들은 순도가 높은 동전들은 금고에 숨기고

순도가 낮은 동전들만 유통시킴으로서

정부의 꼼수에 대항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표현이 나오게 된 것이지요.

(물론 가난한 이들을 숨겨둘 양화도 없었을테니

시뇨리지의 피해를 피할 방법이 없었을 것입니다.)

..

하지만 금이나 은처럼 통화량 자체를 제어할 수 있는 기준이 없는

지금의 불환화폐인 달러나 원화 같은 경우

사실상 주조의 권한이 전적으로 정부, 또는 중앙은행에 있기 때문에

국민들은 화폐가치 하락에 대해 눈뜨고 코베이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은 왜 가만히 있는 것일까요?

이는 현대판 시뇨리지 극대화의 드라마 속에서

일부 계층으로의 부의 이전을 극대화시킴으로서

오히려 시뇨리지 상황이 개인의 부를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대중들을 속여 왔기 때문입니다.

이는 일종의 피라미드 사기, 폰지 사기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피라미드의 꼭대기에는 기축통화인 달러가 자리잡고 있지요.)

이러한 피라미드 사기는 바로 부채의 확대를 통한 부의 확장이라는

자기 예언 실현 과정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부자가 되고 싶으면 빚을 내어 투기를 하면 되는거지요.

거기에 '긍정적 생각' 하나면 모든 과정은 합리화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잘못된 행태는

결국 열심히 노력하는 성실한 근로자들의 부를 빼앗는 결과는 낳게 되지요.

즉 계층간의 빈부의 격차는 점점 심해지게 됩니다.

그러한 사회 경제적 문제의 근간에는

부채를 통해 부를 늘리고자 하는 인간의 이기적 본성이 있기 때문이고

더 본질적인 관점에서 시뇨리지를 통해 부를 누리고자 하는 권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

화폐유통량의 증가는

일단 화폐유통 속도를 늘리게 되고

급속한 신용팽창이 이루어지며

부동산과 같은 자산의 팽창을 발생시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과거 30년간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내집 마련, 특히 아파트의 마련이 중산층의 진입으로 받아들여지며

중산층들의 심리적 만족을 충족시켜주었는데요,

그 과정에서 담보대출 증가로 인한

부동산 거품이 발생하면서 자산시장의 승자와 패자를 나누게 됩니다.

즉, 국민 대다수가 패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시뇨리지의 마술봉에 남들보다 먼저 올라탄 사람들은 승자가되고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성실하게만 살았던 사람들은 패자가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 패자들에게도 여전히 담보대출의 마법은 유효했고

마지막 최후의 대출자가 나올 때까지 자산 시장은 팽창했습니다.

..

이런 막바지 상황에 다다르면

시뇨리지가 계속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부동산 시장의 위축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는 유효수요의 고갈로 말미암아 시뇨리지 효과가

자산시장을 더 이상 부양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화폐를 찍어내도 화폐유통속도가 하락하기 때문에

시뇨리지를 통한 수익에 문제가 생기게 될 뿐만 아니라

자산시장은 하락하면서 오히려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양상을 띠게 되지요.

이 분위기를 빨리 파악한 자산가들은

유효수요가 고갈로 인한 자산시장 붕괴가 일어나기 전에

부동산을 탈출하여 금이나 은과 같은

경화 자산으로 옮겨갑니다.

..

이처럼 시뇨리지 효과는

인플레이션, 자산시장의 거품과 붕괴,

그리고 진정한 경화인 금과 은으로 자산 이동을 낳게 됩니다.

하지만 부동산 상승과 달리 금과 은의 상승은

시뇨리지 효과를 누리는 정부에 대한 신뢰 하락을 의미하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가장 위험한 적이 됩니다.

금을 잡지 못하면 시뇨리지는 결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

시뇨리지는 정부의 은밀한 사기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시뇨리지의 문제점을 이해하고

금과 은으로 대피하여 시뇨리지 구조 자체를 붕괴시는 일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금과 은을 누르기 위해 시장을 조작하고

다양한 정책을 통해 주식과 부동산 시장을 부양시켜

국민들이 눈치를 채지 못하고

꺼져가는 거품 속에서 희망을 찾도록 유도합니다.

보통 언론과 어용 전문가들이 나팔수 역할을 하지요.

..

술에 취한 사람은

나중에 술에 물을 타도 이를 인지하지 못합니다.

자신의 마시는 발렌타인 27년산이

사실 물반 술반인 것도 모르고 27년산이라는 라벨만 믿지요.

어쩌면 인사불성이 되어 물인지 술인지 아예 모를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거품은 흥청망청하는 잔치를 만듭니다.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을 취하게 만들지요.

사실 시뇨리지를 통한 인플레이션은

백성들이 서로 제살을 깎아 먹는 일종의 식인 카니발입니다.

그 와중에 술에 취해 자기가 죽는지도 모르고

팔, 다리를 내어주는 사람들도 있고,

조용히 뒤에서 이런 팔다리를 거둬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인간 군상의 모습이 이처럼 역겹고 혐오스러운 이유는

무한 이기주의를 탐하는 인간의 본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러한 인간의 본성을 이용해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는

권력의 탐욕이 있기 때문입니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성실한 화폐를 만들고

시뇨리지에 대한 욕망을 제어할 수 있다면

최소한 인간 세상이 지금과 같은 아수라장이 되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

이제 우리는 달러라는 세계 최고의 기축통화로 시작된

시뇨리지 파티의 그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번 파티는 전 세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참여한

인류역사상 전례가 없는 최고의 파티였습니다.

구소련의 붕괴 이후 전세계를 휩쓴 신자유주의의 물결,

그리고 2008년 리만사태 이후 생존을 빌미로

돈을 찍어내며 공조를 할 수밖에 없었던 전세계 국가들,

하지만 돈을 찍어내도 더 이상 돈이 돌지 않는 경제,

점점 피폐해 가는 서민 경제와 흉흉해지는 민심..

규모가 컸던 만큼 먹을 것도 그리고 볼 것도 넘쳐나는 파티였지만,

이 파티에 대한 비용은 결국 누군가에게 청구될 것입니다.

아마도 파티의 중심에서 신나게 먹고 마신 늑대들이 아니라

먼발치에서 부러움의 눈으로 파티를 지켜보면서

자신의 순수한 욕망에 부끄러움을 느꼈던

수많은 양떼들에게 모든 책임과 비용이 전가될 것입니다.

..

역사를 돌이켜 보면 시뇨리지 파티의 마지막 장은

항상 늑대들에 의한 양들의 학살이었습니다.

양들은 자신들이 가질 수 없는 것을 탐한 댓가로

늘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야 했지요.

..

늑대의 왕국에서 착하고 선량한 것은 죄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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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비빔밥(경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10.13 상관없습니다! 몇몇 글을 빼놓고 제 글 대부분은 스크랩 가능하도록 열어 두었습니다..^^
  • 작성자가림토 | 작성시간 12.10.12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걸 깨달아야 하느데.....
    " 늑대의 왕국에서 착하고 선량한 것은 죄악입니다 "
    저는 이말을 ' 요즘세상은 착하고 순진하면 악의축이 된다 ' 라고 합니다. ...
    자기 주변의 사람들을 어렵고 힘들게 하죠...
    자기자신을 지킬줄 알아야 착하고 선량할 수 있겠죠.........
  • 답댓글 작성자비빔밥(경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10.13 저도 최소한 자기 자신은 지킬 줄 알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착하고 선하면 나쁜 사람들에게 이용당하기 딱!이죠!!
  • 작성자노는날(부산) | 작성시간 12.10.15 스크랩을 허락해 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뜻 깊게 사용하겠습니다.
  • 작성자빨간우산 | 작성시간 19.08.05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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