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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칼럼

샤워실의 바보(Fool in shower)

작성자비빔밥(경기)|작성시간12.10.30|조회수686 목록 댓글 12

샤워실의 바보(Fool in shower)란 표현은

통화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한 밀턴 프리드만이 언급한 비유로

아주 단순한 이야기입니다.

샤워실에 한 바보가 들어갔습니다.

처음에 수도꼭지를 틀었더니

샤워기에서 찬 물이 쏟아져 나옵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더운 물이 나올 텐데

찬 물에 깜짝 놀란 바보는 잠시를 기다리지를 못하고

뜨거운 물이 나오도록 수도꼭지를 왼쪽 방향으로 틀어버립니다.

그러자 이번엔 갑자기 너무 뜨거운 물이 나옵니다.

또 놀란 바보는 오른쪽 끝까지 수도꼭지를 돌립니다.

그러자 이번엔 아주 차가운 물이 쏟아져 나오고

바보는 결국 수도꼭지를 왼쪽, 오른쪽으로 반복해서 돌리기만 합니다.

..

이 비유를 통해 프리드만은 다음과 같이 결론을 짓습니다.

“차라리 일정한 범위에서 통화량을 늘리도록

로봇에게 연준을 맡기면 통화정책의 효과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

지금 상황이 딱 그렇죠.

의도적인 건지 아니면 정말 바보스러운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일본식 대차대조표 불황에 빠진 전 세계는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유동성 공급에만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미 QE3를 통해 무제한 MBS(주택저당증권)을 매입하기로 하였고,

유럽은 스페인, 이탈리아 국채를 무한 매입하고 있으며,

일본은 10조엔 규모의 양적완화에 이어

오늘(30일) 금융정책회의에서 추가 양적완화를 논의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자..물이 차가우니 일단 뜨거운 물을 최대한 틀자는 것인데

이렇게 해서 해결될 일이었으면 처음부터 금융위기는 없었겠지요?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그루그먼은 아예 한 술 더 떠서

양적완화에 확장적 재정적책까지 더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 말합니다.

(노벨경제학상은 아마 정치인을 추구하는 경제학자에게 주어지는 모양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의 본질이 유동성 부족이 아니라

금융기관들의 지급불능의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연준을 비롯한 전세계는 여전히 유동성을 공급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고 있지요.

이는 위암 환자에게 지속적으로 소화제와 진통제 만을 처방하는 방식일 뿐이죠.

덕분에 신흥국을 중심으로 마땅히 꺼져야 할 거품이 오히려 더 탄력을 받게 되었고,

우리나라를 포함 신흥국들은 탈동조화라는 그럴듯한 설명에 기대어

거품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과 유럽이 경제 위기로 고통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일부 대기업의 어닝 서프라이즈와

소녀시대, 싸이의 한류에 열광하며

조용히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는

엄준한 경제위기의 현실을 잊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떨을 깍이는 것을 미룰 수는 있어도 피할 수는 없는 것이

결국 양의 운명인 것입니다.

..

저는 미래의 한국이 세계 정치, 경제의

매우 중요한 축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잘나서, 우리가 특별해서라기보다는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나 문화적 특성

그리고 무엇보다 보이지 않는 그놈들(?)의 의중에 의해

21세기 세계 경제, 문화의 중요한 중심축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경제적 문제 등 산적한 위기들은

결국 어떠한 방식으로든 우리사회를 재편하게 될 것이고

이러한 변화의 과정이 대한민국 국민들 모두에게

혜택을 주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점입니다.

즉, 스스로 자신을 돌아봤을 때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이 아니라 판단된다면

앞으로 변화하는 세상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피나는 고민과 노력, 그리고 올바른 판단을 해야 된다는 의미입니다.

..

이미 대한민국은 교육을 통한 계층의 구조화가 깊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영어는 단지 외국어의 영역이 아니라

계층 구조의 고착화를 강화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지요.

과거 대한민국의 출세 코스인 서울대-사법고시 라인은 이미 끝났으며,

외국 명문대 출신의 새로운 젊은 리더계층이 급속하게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들의 특징은 어느 대학 출신이냐 보다 어느 고등학교 출신이냐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하는군요.

그러다 보니 요즘 부유층들은 자신들의 아이들을

반드시 국내 명문대학에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대학입시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미 국내 명문대학들도 미국식 입시제도로 학생들을 뽑고 있습니다.

또한 국제고, 자율고, 자사고 등을 통해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내고 있으며

미국 명문대학 유학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을 통한 신분상승이라는 과거 대한민국 스타일의 성공신화는

과거의 추억이 되고 있지요.

이처럼 이미 상류층들은 교육이라는 벽을 통해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가고 있으며

상당수의 중산층들이 이에 합류하며

계층 구조의 확고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사법고시와 외무고시의 폐지 또한

이러한 변화선상에 놓여있다고 봐야겠지요?

(행정고시는 응시생들의 반발로 유보되었지만

결국 사법고시의 뒤를 잇게 될 것입니다..)

설사 우리나라가 세계 중심 국가가 된다 하더라도

내 개인의 삶이 고되고 자식들의 삶에 미래가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

..

이미 대한민국을 잡고 있는 실세는

해외의 자본과 결탁한 기업권력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미 우리 사회의 모든 시스템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틀어 놓았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아무리 서민을 위한 정권이 탄생한다 하더라도

그러한 정부는 결코 순항할 수 없습니다.

지난 5년간 후퇴한 것은 단지 정치적 민주화만은 아니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그간 많은 것에서 후퇴가 있었습니다.

물론 혹자는 선진화의 과정이라고 말하겠지만

대다수 민중의 관점에서 볼 때 그러한 선진화는

결국 미국식 착취 구조의 고착화일 뿐이지요.

..

과거 IMF를 평가할 때,

많은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합니다.

한국이 너무 빨리 샴페인을 터뜨렸다!

너무 흥청망청 먹고 마셨다!

하지만 돈을 벌면 당연히 샴페인도 터뜨려야 되는 법이고

좀 흥청망청해도 문제가 될 건 없습니다.

우리가 IMF를 겪은 진짜 원인은

그놈들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또 그놈들이 준 독배를 성찬식의 성배로 착각했기 때문입니다.

10여년의 세월이 지나 이번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음에도 불구하고

상황판단을 못하고 탈동조화를 외치면 또다시 그들의 독배를 마시고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부동산은 다르다?

세계 경제 위기를 기회삼아 한국은 오히려 발전을 하고 있다?

도대체 그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왔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

많은 시간이 흘러,

국민들을 위해 일해야 마땅한 고위관료들과 정치인들이

기실 그놈들의 편이었음을 많은 국민들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진실을 알고 있는 소수의 국민들이 아무리 몸부림쳐도

대다수 국민들의 눈에 그들은 단지 사회불온세력일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정치에 크게 기대하지 않습니다.

노란 머리 푸른 눈의 외국인들을 위해 정치하지 않고

대다수 가난한 국민들을 맘속에 품고 있는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지만,

그런 지도자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설사 된다하더라도 거대한 세계 권력 앞에서는

늙은 말을 타고 홀로 달리는 초라한 기사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

이미 대한민국의 정치권력은 죽었습니다.

미국의 민주주의가 이미 오래전에 군산복합체의 금권 앞에 무릎을 꿇었듯이

이미 대한민국의 정치권력은 호사스런 나팔을 부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투표를 통해 민초들이 살아있다는 것,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권력이 오직 단 하루만 주어진다 하더라도

그 권리를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정치 권력 뒤에서 모든 것을 조종하는 실세들에 대한

충분히 의미있는 경고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경고 이상의 그 무언가를 기대한다면

결국 실망만 이어지겠지요.

그래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미래의 위기에 대해 각자 준비하자!입니다.

설사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내 삶에 변화와 발전이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대통령이 바뀐다고 올 경제 위기가 오지 않는다면

매년 대통령을 바꾸면 되겠지요?

..

그럼 어떻게 준비하는 게 좋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키워드는 ‘실속’입니다.

은행에 현금 잔고가 10억이라 하더라도

내 손에 쥐어있는 실물이 없다면 실속이 없는 것이지요.

또한 아무리 수십억, 수백억짜리 부동산을 갖고 있어도

부채가 많아 뒤로 손해를 보고 있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인지도가 높은 대기업을 다니고 있다 하더라도

그 기업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면 실속이 없지요.

경제적인 위기에 대한 대비가 아무리 잘 되어 있어도

경제 붕괴에 따른 사회 혼란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그 또한 실속없는 준비가 되는 것입니다.

예전에 삼성 이건희 회장이 마누라 빼고 다 바꾸자고 했는데,

저는 지금이야 말로 그런 마인드로 접근해야 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

지금의 상품의 대표주자가 금융상품이라면

앞으로 가장 중요한 상품은 실물이 될 것입니다.

내 손에 쥐고 있지 않은 것은 내 것이라 말할 수 없겠지요.

지금은 종이로 된 자산의 가치를 모두 다 인정하고 받아들이지만

과연 경제 상황이 붕괴 상황으로 치닫고

국가가 자신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도

그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물론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겠어?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렇게 생각되시는 분들은 보험 차원에서 실물에 접근하시면 되고,

경제 붕괴의 가능성을 높게 보시는 분들은

좀 더 적극적으로 자산 보호의 관점에서 접근하시면 되겠지요.

..

또한 이왕 준비하는 것, 좀더 실속있게 준비하자면,

경제적 관점에서 극심한 디플레이션이 되었건 아니면 하이퍼 상황이 되었건

진정한 화폐의 관점에서 금과 은에 대한 대비뿐만 아니라

경제 붕괴로 인한 사회 기간망 정지에 따른 일시적 혼란에 대비하여

식수와 비상식량에 대한 준비도 빼먹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특히 식수와 비상식량 준비는 경제 붕괴 상황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한 자연재난 혹은 전쟁 등 긴급 상황에서도 꼭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선입선출의 관점에서 2~3개월 정도의 분량을 항상 준비해 두는 것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생활의 지혜라고 할 것입니다.

..

저는 개인적은 만약 대규모 재난이나 경제붕괴로 인해

일시적으로 사회 기간망이 붕괴되었을 경우

도시인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식수 확보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인구의 반이 살고 있는 서울과 수도권은

펌프라는 성능 좋은 현대식 기계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만약 전기가 나갈 경우 펌프는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생활용수는 물론 식수 문제가 가장 시급한 문제가 될 것입니다.

특히,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강과 호수가 오염되는 상황이라도 발생한다면

깨끗한 물이야 말로 삶과 죽음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과거 미국의 카트리나 사태 때,

많은 사람들이 죽은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가

식량 부족이나 현금 부족 때문이 아니라

바로 깨끗한 물의 부족이었다는 점은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재난대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식수 확보입니다.

집 근처에 물을 얻을 수 있는 곳을 파악해 두어야 될 뿐만 아니라

물이 오염되었을 경우 정수할 수 있는 장비나 약품이 필수적이죠!

..

과거 ‘실속’있는 삶은 좋은 교육을 받고 남들이 다 알아주는 좋은 직장을 구하고

빚을 내어 집과 차를 사고 무리해서라도 그럴 듯한 삶을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실속’은 부채를 줄여가는 검소한 삶,

가상의 것보다 눈에 보이는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어 가는 삶,

종이보다 실물을 우선시하고 미래의 변화에 고민하며

지속가능 한 삶을 설계해 가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실속’이라 하겠지요.

도시에서는 ‘관념’만으로 먹고 살 수 있지만

농촌에서는 ‘경험’이 없으면 굶어죽게 됩니다.

도시에 사는 분들은 굳이 귀농이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경험’을 준비해 나가야 되는 이유입니다.

..

이미 전세계 경제는 샤워실 속의 바보들 손에 놓여있습니다.

그러니 똑똑한 그들이 세상을 구할 것이라는 마블 코믹스식의 헛된 희망을

갖지 않는 게 또한 실속입니다.

원래 바보였든, 아니면 의도된 바보짓이든

그들이 만들 미래는 최소한 대다수 민초들에게는 결코 밝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스스로 기득권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바보들이 통제하고 있는 샤워실에 미련을 버리고 빨리 빠져나오는 것이 나을 겁니다.

그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에 따른 새로운 사회, 경제 시스템을 예측하고 대비를 해야하며

변화의 과정에서 닥치게 될 재난 상황에 대한 대비도 소홀히 해서는 안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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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코난(경기) | 작성시간 12.10.31 과거 노무현전대통령도 나름대로 모순된 사회를 변혁시키고 없는이들도 살만한 사회를 만들려다 기득권층의 저항으로 결국 무산되고 심지어 국민들에게도 욕을먹으면서 쫒겨내려갔다 결국 처형되었죠 이번 대선에서도 누가되든 기득권층과의 싸움은 쉽지않고 정말 자신과 가족의 생사까지 걸어야할것같은데 걱정입니다

    국민들이 응원하고 도와야 겨우 싸워나갈수 있을텐데 이미 삶의 의지와 기력을 잃고 자포자기한 사람들이 많아서 오히려 더 힘들지도... 이제 힐링의 시대에서 생존의 시대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살아남는수밖엔...
  • 답댓글 작성자비빔밥(경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10.31 노무현 대통령이 모든 걸 잘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거대 권력 앞에서 그 정도면 정말 대한민국 대통령 중에서 최선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런데 재미난건 노무현 정권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분들이 오히려 노무현이 뭐 한게 있냐고 비난하더군요..국민들이 언론의 병나발에 속아 똥인지 오줌인지 찍어 먹고도 모르니 답답할 따름입니다. 각자 생존을 도모하는 수밖에요~~
  • 작성자옥여사(인천) | 작성시간 12.11.01 비빔밥님~ 이정표를 이렇게도 정확하게 필요할때마다 제시하며 크나큰 도움을 주시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복많이 받으실거에요^^
  • 작성자10월 다대포 | 작성시간 12.11.01 글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게임모수 | 작성시간 12.11.02 훌륭한신글 정말 잘 읽고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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