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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칼럼

담대한 희망? 헛된 희망?

작성자비빔밥(경기)|작성시간13.03.06|조회수500 목록 댓글 8

담대한 희망!

오바마의 캐치프레이즈가 ‘담대한 희망’이었습니다.

버블의 붕괴 속에서 경제적 위협을 느끼고 있었던

많은 미국인들은 오바마의 희망에 도치되어 그를 뽑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대통령이 된 오바마가 할 수 있었던 것은

돈을 풀어 헛된 ‘희망’과 ‘거짓 약속’ 만들어 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헛된 희망의 실체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정부와 언론들은 각종 지표까지 조작해 내면서

오바마의 희망이 허상이 아니라 실체임을 주장했고

4년이란 시간이 흐른 후 미국 국민들은

또 다시 오바마의 담대한 희망을 선택했습니다.

..

제가 2년 전에 ‘연금술사가 필요한 유럽’ 이라는 글을 통해

http://fulljazz.blog.me/30123299675

헛된 희망에 집착하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조명해 본 적이 있습니다.

당시 썼던 글에서 일부를 인용해 보겠습니다.

..

작금의 유럽위기를 보면서

저는 한 때 동방 교역을 독점하며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국가로 명성을 떨치던

베네치아의 흥망성쇠가 떠오릅니다.

16세기 신세계의 발견으로 새로운 무역로가 개발되면서

베네치아는 이전의 영광을 잃어갑니다.

특히 1570년 오스만투르크의 침입은 베네치아 몰락의 방아쇠를 당기죠.

결국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채 베네치아 귀족들은 파산하기 시작하고

화려했던 과거만큼 베네치아인들의 자존심은 큰 상처를 받게 됩니다.

(개인이던 나라던 가난해 지는 것 보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게 더 큰 아픔인 법입니다.)

그때 베네치아에 일 브라가디노(Il Bragadino)라는 연금술사가 홀연히 나타납니다.

브라가디노는 자신이 연금술사라고 말하며 늘 금화를 몸에 지니고 다녔고

가끔 사람들 앞에서 금가루를 만드는 마술을 보여준 게 전부임에도

베네치아 사람들은 브라가디노의 뛰어난 연금술이

베네치아의 화려했던 과거를 되살려 줄 것이라 굳게 믿기 시작합니다.

(결코 자주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보여 달라고 간청하면

오히려 그들의 인내심 없음을 꾸짖으며 오히려 베네치아를 떠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죠..)

베네치아의 영광을 되살릴 수 있다는 희망에 눈이 먼 시민들에게

브라가디노의 얄팍한 속임수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때로 지각 있는 사람들이 그의 속임수를 지적하면

반베네치아적 인물로 낙인찍혀 비방을 당하게 되었죠.

이러한 비이성이 베네치아를 몰아치면서

사실상 베네치아의 모든 고관귀족은 브라가디노의 발 앞에 무릎을 꿇었고

그는 점점 신격화됩니다.

베네치아 시민들의 충성에 감복한(?) 브라가디노는

금을 만들 수 있는 신비로운 물질을 베네치아 조폐국에 보관을 하면서

7년간 잘 보관하면 조폐국의 금을 30배로 늘려주겠다고 약속합니다.

당장의 기적을 바랬던 시민들은 7년을 기다릴 수 없다며

또 다시 브라가도노에게 매달리자

브라가디노는 베네치아 시민들의 인내심 부족을 탓하며 홀연

베네치아를 떠나 버립니다.

또 다른 블루오션을 찾아 뮌헨의 바이에른 대공에게 간 것이었죠.

물론 거기서도 헛된 희망을 주었을 뿐

그가 만들 수 있는 금은 단 한 조각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연금술사였음에 분명합니다.

진지한 연금술사들과 달리 그는 금에 대한 인간들의 집착이

금 자체가 아닌 인간의 마음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를 이용해 희망을 만들어낸 진정한 연금술사였던 것이죠.

물론 그 능력으로 인해 평생 왕과 같은 환대를 받으며

럭셔리한 삶을 살 수 있었습니다.

물론 브라가디노가 사라진 베네치아는

브라가디노가 사라진 원인을 탓하며 서로를 물고 뜯다가

결국 몰락의 길을 재촉하고 맙니다.

그런 위대한 브라가노 같은 성인을 놓치다니

이는 결국 지혜롭지 못한 베네치아의 운명이었던 것이죠.

헛된 희망에 기대를 건 대가는

혹독한 절망 밖에 없습니다.

..............................

물론 지금으로부터 400여 년 전의 오래전 이야기지만

헛된 희망에 집착하는 인간의 본성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듯 싶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헛된 희망을 제조하는 돌팔이 연금술사들 또한

우리 주위에서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지요.

특히 정치인들은 이 거짓 희망이 갖고 있는 정치적 힘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권력을 잡기 위해 국민들에게 이룰 수 없는 거짓 미래를 약속하고

그들에게 잠시나마 희망의 기쁨을 선사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헛된 희망이 냉혹한 현실의 벽을 넘지는 못하는 법이고

그런 헛된 희망의 말로는 늘 정치, 경제적 비극이었습니다.

..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사회의 부조리를 유지시키고

권력자들의 약탈을 돕기 위해 수많은 브라가디노들이 존재합니다.

아무런 실질적 해결책 없이 ‘담대한 희망’이라는 연금술을 들고 나와

대통령이 된 오바마 또한 사실 또 다른 브라가디노입니다.

오바마와 손을 잡고 경제를 살리겠다는 명분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찍어내고 있는 버냉키 또한

결국 여러 브라가디노들 중 한명일 뿐이지요.

물론 자신들의 이권을 지키고 부를 착취하기 위해

브라가디노들의 거짓 연금술을 진실처럼 호도하는

수많은 금권세력들, 전문가들, 그리고 언론들 또한

또 다른 브라가디노들입니다.

결국 헛된 희망에 미래를 걸었던 수많은 백성들만

이 거짓 연금술의 피해자가 됩니다.

역사는 이렇듯 유사한 방식으로 반복되고 변주됩니다.

..

요즘 뉴스를 보면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경제 회복세에 힘입어 다우 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기사 뒤엔

미국의 심각한 부채상황과 급증하는 실직자들에 대한 이야기 등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암울한 뉴스들이 널려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주가가 2,000 고지를 넘었지만

거래량이 줄어들어 증권사들의 수익이 크게 떨어졌다는

우려 섞인 경고들도 있습니다.

오늘 신문을 보니 일본판 양적완화를 통해

침체됐던 일본 기업들이 살아나고

결국 그 피해를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라는

경고성 기사가 실렸더군요.

자국의 화폐를 평가절하 하는 것이

경제 위기의 해결책인 것처럼 떠들면서

엔저 때문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다 죽으니

우리도 원화를 평가절하 해야 된다고 외치는 언론들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될까요?

..

우리 국민들은 지난 정권 때처럼

경제에 대한 헛된 희망에 근거하여 또 다시 브라가디노를 불러들였습니다.

따지고 보면 400년전 베네치아인들과 다를 게 전혀 없습니다.

어쩌면 그 누가 정권을 잡았어도 국민들의 그 간절한 희망을

매몰차게 거부하고 있는 현실을 솔직하게 얘기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헛된 희망에 이성의 기능이 마비되어

오직 ‘돈’만을 외치는 좀비가 된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릴 방법도 없거니와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행위 자체가

기득권들의 이익에 그다지 유익이 될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정치란 국민들의 의식 수준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진실인 듯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400백 년 전 브라가디노와 그를 초대한 베니치아 귀족들

그리고 그에게 헛된 기대를 걸었던 모든 사람들이 사실 모두 공범입니다.

이처럼 헛된 희망과 절망의 시나리오는

수많은 세대를 거쳐 우리 앞에서 또 다시 상영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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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검은베레(익산) | 작성시간 13.03.06 감사 합니다 글잘읽었습니다
  • 작성자sooboree(서울) | 작성시간 13.03.06 그나라의 정치수준은 국민들의 수준을 반영한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부금냉금(대전) | 작성시간 13.03.06 감사합니다.
  • 작성자David King(서울) | 작성시간 13.03.07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얼마나 정치하기 쉬울까요?

    그저 여권, 야권, 혹은 지역감정만 부추기면, 국민들이 알아서 두패로 나누어 싸우며 자신들을 거의 무조건적으로 지지해 주니...

    문재인 후보가 낮은 단계 연방제를 시행하려 했던 것도 모르고 찍은 국민도 다수일 것입니다.
  • 작성자온달장군(경남) | 작성시간 13.03.10 흠.. 좋은글 감사합니다.
    마음은 씁슬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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