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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칼럼

영역다툼!!!

작성자비빔밥(경기)|작성시간13.04.09|조회수530 목록 댓글 10

러시아의 혁명가 Kropotkin은

“동물은 모두 서로 도우나 인간은 서로를 죽인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동물행동학의 관점에서 이 말은 틀린 것입니다.

영국의 동물학자 Tinbergan은 동물들의 공격은

주로 ‘영역다툼’이 원인이 된다는 것을 밝혀냈지요.

사실 동물의 왕국에서 사자를 비롯한 많은 동물들이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동족을 죽이는 행위도 서슴치 않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인류 역사상의 대부분의 전쟁들을 일반화하면

결국은 인간들의 ‘영역 다툼’의 결과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동물이 되었건 인간이 되었건

자신의 영역을 갖고 그 영역을 지키는 것이야 말로

생존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인 것입니다.

..

인류 문명의 역사는 사실 폭력의 역사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물론 H.G. Wells와 같은 2차 대전 이전의 역사학자들은

인류의 역사를 발명과 성취의 영광스러운 이야기나

영구적인 평화를 향한 거대한 진보의 흐름으로 보면서

문명화 된 사회에서 인간의 폭력성은

자연스럽게 도태되어 사라지리라고 예상했지만

실제 현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Wells는 1차 대전을 평가하면서

1차 대전은 모든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전쟁이며,

UN과 세계정부에 의해 세계의 평화는 보장될 것이라 주장했지만

인류의 광폭성은 결국 세계 2차 대전으로 이어지며

웰스의 낙관론은 근거 없는 기대임이 밝혀졌습니다.

인간은 여전히 문명의 옷을 입은 흉폭한 동물이었던 것이지요.

아무리 문명화된 인간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영역’이 침해될 때는 폭력적 행동을 마다하지 않고

자신의 생존이 개입될 때는 자동으로 ‘악의 회로’가 가동이 됩니다.

어쨌든 문명의 흥망성쇠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인간의 폭력은 매우 중요한 열쇠가 되고

그 폭력을 촉발하는 가장 원초적인 자극,

바로 생존을 위한 ‘영역’이라는 개념을 먼저 이해해야 될 듯 싶습니다.

..

만약 폭력의 뿌리가 ‘영역 다툼’이라는 원초적 본능에 기반하고 있다면

좋은 국가, 혹은 지혜로운 정부란

결국 문명인들의 내재된 폭력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정부일 것입니다.

즉 좋은 정부란 크던 작던 국민들 각자에게

자신의 영역에 대한 안정감을 주어야 하고

기본적인 영역, 즉 생계에 대한 보장을 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사회는 절대적인 부의 크기 보다는

부의 평등한 분배가 이루어지는 사회입니다.

같은 크기의 박탈이라도 상대적 박탈감이 주는 고통이 더 크기 때문이지요.

설사 내 영역이 줄어든다 하더라도 불가피한 사회적 변화에 따른 결과이고

안타깝게도(?) 내 이웃의 영역 또한 함께 줄어드는 상황이라면

인간의 이성은 잠재된 폭력성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좋은 정부는 정치, 경제적 상황과 관련 없이

정의와 평등을 통해 인간의 잠재적 폭력성을 억제하며

국가 내부의 갈등은 물론 이웃한 국가들과의 마찰도 감소시킵니다.

하지만 반대로 국민들 사이의 갈등과 반목이 커지고

이웃 국가들과의 외교적, 정치적, 경제적 마찰이 커지고 있다면

이는 정부가 자국민들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 충족인

‘영역’보호에 실패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사회의 폭력성은 증폭하게 될 것입니다.

일단 내 영역이 불공평하게 그리고 부당하게 공격받고 있다고 느낀다면

잠재된 폭력성은 묻지마 범죄나 사회적 반감으로 자라나게 되지요.

그래서 사회의 불공정함이 커지고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까지가면

정부는 오히려 불가피함을 내세우며 전쟁을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전쟁은 모든 것을 불태우지만 개인들의 폭력이

국가로 향하는 것을 막는 마지막 수단인 것입니다.

모든 창조신화는 ‘폭력’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폭력은 문명을 만들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기도 했지만

문명의 내적 모순을 숨기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어 오기도 했던 것입니다.

..

어제였나요?

박대통령이 북한의 국지적 공격에 대해 전면전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지요.

이런 무책임한 선언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의 마인드에 의문을 갖기 전에

그 선언의 근저에 ‘차라리 전쟁이라도 났으면 좋겠다!’는

많은 국민들의 좌절과 절망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만약 대한민국 국민들이 자신의 현재 삶에 만족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에 차있다면

정치인들이 공공연히 ‘전쟁’ 운운하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손뼉도 마주쳐야 난다는 말이 있듯이,

과연 한반도에 전쟁이 날 것이냐 말 것이냐는

우리 국민들의 얼굴 표정과 목소리 톤이 대변하고 있는 것입니다.

..

콜린 윌슨은 인간의 범죄성이 정적인 상태에 머무는 동안

인간의 창조성은 눈덩이처럼 커졌기에

인류가 현재의 높은 문명 수준에 도달했다고 말했지만

공든탑 쌓는데 100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무너지는 데도 같은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닌 것처럼

발달된 문명을 과거로 되돌리는 데는

정치인들의 ‘판단 착오’ 하나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리더들의 ‘판단 착오’ 뒤에는

좌절에 빠진 하지만 자신의 분노를 표출할 방법을 찾지 못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판단 착오가 존재하는 것이겠지요!

 

 

"자기 삶이 빗나갔다는 것을 깨닫는 사람은 엄격한 자기 검사를 통해 자신의 방향을 찾을 수 있듯이,

전체 국민도 일들이 왠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나서야 집단적 존재의 핵심, 즉 국가의 목적을

엄격하게 바라봄으로서 사태를 바르게 할 수 있다!" John F. Kenne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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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비빔밥(경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4.10 앗..죄송합니다..개인적으로 바쁜 일들이 많아서 카페 활동에 소홀했네요..ㅠ
  • 작성자wani | 작성시간 13.04.10 비빔밥님의 글을 무지 좋아해서 계속 곱씹어 읽습니다 좋은 글 정말 감사합니다 꾸벅^___^
  • 답댓글 작성자비빔밥(경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4.10 감사합니다..앞으로 자주 뵐께요~~^^
  • 삭제된 댓글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비빔밥(경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4.10 에고..죄송합니다!! 하루 하루 먹고 사는게 생존이다보니 요즘 카페 활동에 좀 미흡했네요~~ㅠㅠ
    다음에 경기나 서울 남부 모임 있음 꼭 참석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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