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리더스 칼럼

신용화폐 속에 숨어있는 감시와 통제의 시선!

작성자비빔밥(경기)|작성시간13.05.24|조회수535 목록 댓글 6

공간은 시선을 만들어 냅니다.

공간의 형태와 작동방식은

시선의 방향과 시선의 유효거리를 결정하지요.

사실 우리가 생활하는 거의 모든 공간들은

시선의 배치에 관한한 정치적인 장치를 갖고 있습니다.

최소한 우리가 일하는 사무실의 책상 배치만 봐도

의도적으로 혹은 무의식 적으로 시선의 방향에 근거한

정치적 동선이 만들어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현대의 건축과 공간배치의 방식은

수요창출을 통한 이익 최대화라는 경제적 동기가

통제와 관리라는 정치적 동기를 앞서기는 하지만

이 또한 결국 타인의 경제적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고안된 장치라는 면에서

역시 정치적 결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우리는 굳이 지오 폰티의 ‘건축예찬’을 들쳐보지 않아도

성당의 높은 첨탑과 고딕 양식의 건물이 만들어 내는 의미,

창문 없는 두꺼운 벽돌로 층층이 쌓여진 군사 요새가 주는 메시지,

그리고 의도적으로 외부와 단절된 이질적 공간을 만들어 내는 교도소의 의미를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건축물이 만들어 내는 공간의 차등적 시선과

그에 따른 정치적 기능을 처음으로 제시한 한 사람이

바로 영국의 유명한 공리주의 철학자 제레미 벤담입니다.

18세기 후반 벤담은 러시아 방문 중에

체계적인 통제와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 러시아 해군의 모습에 감명을 받고

자신의 생각을 원형 감옥인 ‘판옵티콘’ 개념으로 구체화시킵니다.

‘판옵티콘’이란 원형감옥은 중앙에 감시탑이 있고

감시탑의 조명이 원형감옥의 셀을 골고루 비추기 때문에

수감자들은 감시탑의 간수를 볼 수 없는 반면

간수는 24시간 효율적으로 수감자들을 감시할 수 있습니다.

판옵티콘의 더 큰 장점은 간수가 자리를 비워도

수감자들은 이를 알 수 없다는 점이지요.

즉, 수감자들은 24시간 동안 쉼 없이 감시의 시선을 느껴야만 합니다.

이러한 판옵티콘은 벤담 사후에 다양한 감옥과 병원 등의 건축물에

직간접적으로 적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감시의 시선이 좀 더 간접적인 형태로 완화된

다양한 형태의 근대식 건물을 낳게 됩니다.

물론 지금은 CCTV 시스템이 발전하면서

감시의 시선은 더욱 은밀하게 변화하였습니다.

..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감시와 처벌’을 통해

판옵티콘을 현대 감시체제의 원형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현대판 ‘판옵티콘’은 우리 곁에 항상 존재하며

대중을 생각과 행동을 철저하게 감시하면서도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규율권력’으로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이 항상 감시받고 있다는 의식을 갖게 하여

감시의 효과를 지속적으로 유지시켜 줍니다.

특히 최근 기술의 발달을 통해 과거식 ‘판옵티콘’은

전자식 ‘판옵티콘’으로 개량 발전하게 되었는데,

평등한 정보의 교환과 상호감시를 통해

‘시놉티콘’의 세계를 열어준 인터넷이

오히려 권력기관을 통해 은밀히 통제, 제약되고 있으며,

컴퓨터에 의해 관리되고 규제되는 도시의 기능들이

필요에 따라 시민들을 감시하는 도구로 사용되면서

현대인들은 직접적인 공간의 시선뿐만 아니라

인터넷과 정보라는 추상적 공간의 시선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것입니다.

특히 위계질서에 바탕을 둔 계획 도시들이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빠르게 자생적 도시들을 집어삼키고

유비쿼터스의 인터넷 기반 도시 환경을 만들어 감으로서

도시화를 통한 감시와 통제가 보편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

우리는 이제 방향성을 알 수 없는 인터넷 속의 시선과

보이지 않는 디지털 쌍방향 TV의 시선에도 신경을 써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 시선들은 더욱 은밀하게 우리의 삶 속에 파고들고 있지요.

이처럼 근대화 과정에서 이루어진 통합과 질서라는 이름하에

자생적 도시와 시장의 상호감시 기능은 약화되었고

오히려 중앙집권적 감시의 시선은

지역 거점 도시들로 이전되면서 더욱 강력해졌습니다.

이제 우리가 생활하는 사각형의 공간에서

무정형의 감시시선을 잡아낼 방법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즉 국가의 감시 권력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해진 반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개인들의 방어책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

문제는 이러한 위계질서 속에 통합되어 가는

국가주도의 강력한 감시, 통제 시스템이

우리의 경제 시스템도 장악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경제적 관점의 '판옵티콘'이 작동되어 왔지요.

아니 어떤 면에서 상기 정치적 감시의 체계화는

신용화폐라는 국가 주도의 중앙집권적 화폐시스템이 구성되고 나서야

체계화된 도시 시스템을 통해서 발현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의 문제이겠지만

과거부터 지금까지 모든 권력자들은 자신의 권력,

특히 감시와 통제의 능력을 키워오는 것에 집중했다는 관점에서

시장의 자생적 화폐 기능을 억제하고

국가주도의 신용화폐 시스템을 발전시켜 온 것은

단지 경제적 이익과 효율적 관리의 목적만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영국과 미국의 화폐 발행권을 손에 넣은

로스차일드 가문의 나탄 로스차일드가

“내가 돈을 발행하여 화폐를 마음대로 관리할 수 있다면

누가 법률을 만들건 관여치 않을 것이다”라고 말한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과거의 권력은 정치적 혈통에서 금융 혈통으로 넘어오며

현대에 이르러서는 사실상 기업과 금융 권력들이

세상을 통치하기에 이른 것이지요.

금속과 분리된 완벽한 국가주도의 신용화폐 시스템 덕에

권력자들은 화폐에 대한 권한을 시장과 시장 참여자로부터 빼앗아

그들의 손아귀에 넣게 된 것입니다.

정부는 효율성을 내세워 시장과 화폐를 통합하고 정리했지만

실제 목표는 경제적 감시와 통제력을 늘리기 위한

매우 정치적인 의도가 있었던 것이지요.

..

정치적 공간은 아름다운 벽화와 화려한 부조물들로

자신의 정치적 시선을 감추고자 합니다.

건축가들은 공간의 정치적 의도를 미적 아름다움으로 치장합니다.

정치적 의도라는 것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면 곤란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수많은 백성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중세의 멋진 고딕식 성당의 위용 뒤에는

신의 권력을 빙자하여 인간들을 통제하고자 하는

귀족들과 부패한 성직자들의 정치적 음모가 숨어있지만

오히려 권력자들의 통치를 달갑게 생각하는 대다수 대중들의 눈에는

인간이 만든 성스럽고 아름다운 건축물로 보일 뿐입니다.

..

문제는 건축물들이 갖고 있는 정치적 공간과

감시의 시선들은 우리가 조금만 더 신경을 쓰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쉽게 파악되는 부분이지만

우리의 경제 시스템이 갖고 있는 감시의 시선들과

통제의 손길들은 결코 쉽게 파악이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미 정부의 주도하에 위계질서 속에서 구성된 현대의 도시들은

수도, 혹은 중심 도시를 중심으로 한 일종의 ‘판옵티콘’을 형성하고 있으며

과거 자생적 도시의 핵심 상업지역과

그 도시의 유지를 책임지는 농촌 주변지역이 단절되어

각각 거대한 도시 시스템과 거대 농촌 지역으로 재통합되면서

도시의 자생기능은 극심하게 저하된 반면

중앙 집권적 통제 능력은 더욱 커진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사회 변화를 가능하게 한 것은

전국 어디서나 동일하게 유통되고 관리될 수 있는 신용화폐가

이질적 지역과 자생적 시장을 붕괴시켰기 때문입니다.

..

글이 쓸데없이 길어진 듯 합니다만

저는 짧은(?) 제 글을 통해서 신용화폐가 갖고 있는

도시 재배열의 놀라운 정치적 기능과

우리의 삶을 획일화 하고 평준화하며 표준화하는

놀라운 사회적 기능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놀라운 기능의 신용화폐가

우리의 삶에 편리함을 가져온 편리함과 효율성만큼

우리의 삶을 예측 가능하고 통제 가능한

표준화된 사회의 하나의 작은 Unit들로 재설정하였습니다.

이는 사회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권력자들 입장에서

더욱 강력한 통제력을 갖게 됨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화폐의 감시와 통제의 기능은

인터넷과 정보 통신의 발달과 더불어

우리 삶 속에 더욱 깊이 파고들고 있으며

‘전자화폐’화를 통해서 자신을 실체를 점점 감추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신용화폐란 그 태생을 고려해 보면

눈에 보이지 않을 때, 그리고 손으로 만질 수 없을 때,

자신의 임무를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신용카드 사용의 확대와 좀 더 발전한 형태인 베리칩,

그리고 스웨덴과 같은 일부 선진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화폐 없는 경제’와 같은 시도들은

결국 도시와 시장의 자생적 기능을

국가라는 위계질서 속에 통합시키고자 하는

시장 통제 의지의 일환인 것입니다.

..

향후 우리의 사회가 완벽한 디지털 유비쿼터스 사회로 변화한다 하더라도

신체를 갖고 있는 개인들의 공간 이동과 활용에 대한 제약은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개인들의 평등 의식 증대와 프라이버시에 대한 관심증대로 인해

과거의 노골적 ‘판옵티콘’은 CCTV와 좀 더 은밀한 감시 통제 시스템에 기반한

표면상 더욱 수평적이고 개방된 공간으로 변모해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도시와 건축물들의 표면적 개방성 증대와 함께

신용화폐의 감시와 통제의 기능은 더욱 은밀하게 확대되어 갈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듣는 탈세와의 전쟁은 사실상 신용화폐의 통제 기능을

더욱 확대시키겠다는 정치적 욕망에 대한 그럴듯한 변명일 뿐입니다.

그리고 만약에 정부가 갑작스럽게 화폐 개혁을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신용화폐'의 감시와 통제의 본질에 대해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비빔밥(경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5.26 댓글로 잘 정리해 주신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미래는 지금보다 더욱 치밀하고 은밀한 감시와 통제가 가해지는 세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경제, 정치적 위기는 늘 더욱 강화된 감시와 통제를 낳게 되지요..
  • 작성자코난(경기) | 작성시간 13.05.24 글이 좀 철학적인 느낌이네요^^
  • 답댓글 작성자비빔밥(경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5.26 말씀 듣고 보니 그렇네요. .^^
  • 작성자풍경 | 작성시간 13.05.30 이야~
    빼어난 글
    공경할 따름입니다
    이러한 견해^관점을
    참된 이치, 곧 진리라 칭함이마땅할 것 같~♪
  • 작성자순백이아빠 | 작성시간 13.06.05 글 잘보고 갑니다. ^^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