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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지방사랑방

저승엔 주소가 없다

작성자이명희|작성시간24.05.06|조회수8 목록 댓글 0

 

 

 

저승엔 주소가 없다 

 

 

 

 

 

탯줄을 끊고 열아홉 번 이사를 했다

지리산에서만 여덟 번 빈집을 떠돌다

백운산 토끼재집 외딴집에 들었으니

이승의 본적이야 분명한데 

현주소는 갈수록 무성한 가시덤불 

 

저승에 가서도 자주 이삿짐을 싸야 할지

포항 죽도시장의 어묵 할매가 말했다

 

지녁 묵었는기요? 

내사 마 속시끄러버 몬 산다

서방 곡소리 난 지 오십 년

가로늦게 글씨를 다 배웠다카이

생과부 명줄 맨키로 할 말이 쎄리삣다

인자 서방 원망도 다 꺼꾸라졌으니

우야노, 우짜믄 좋겠노? 

억수로 보고 잡다고, 우짜든 쫌만 더 기다려달라꼬

부지깨이로 핀지를 쓰면 또 뭐 하겄노?

 

저승의 새파란 서방님은 주소가 없다카이!

 

 

- 이원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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