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엔 주소가 없다
탯줄을 끊고 열아홉 번 이사를 했다
지리산에서만 여덟 번 빈집을 떠돌다
백운산 토끼재집 외딴집에 들었으니
이승의 본적이야 분명한데
현주소는 갈수록 무성한 가시덤불
저승에 가서도 자주 이삿짐을 싸야 할지
포항 죽도시장의 어묵 할매가 말했다
지녁 묵었는기요?
내사 마 속시끄러버 몬 산다
서방 곡소리 난 지 오십 년
가로늦게 글씨를 다 배웠다카이
생과부 명줄 맨키로 할 말이 쎄리삣다
인자 서방 원망도 다 꺼꾸라졌으니
우야노, 우짜믄 좋겠노?
억수로 보고 잡다고, 우짜든 쫌만 더 기다려달라꼬
부지깨이로 핀지를 쓰면 또 뭐 하겄노?
저승의 새파란 서방님은 주소가 없다카이!
- 이원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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