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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174층탑석) 게으른 중이

작성자원효|작성시간16.06.27|조회수183 목록 댓글 3

(365-174층탑석)    게으른 중이







나무불 나무법 나무승




게으른 중이


아침나절 차밭에 나가


무성하게 자란 풀을 매었습니다.




어떤 녀석들은 너무 자라서


차나무가 뒤덮여 안보일 정도입니다.




마침 비가 내린 며칠 뒤인지라


가볍게 잡아당겨도 뿌리채 잘 뽑힙니다.




부처님도 번뇌의 나무를 상대할 때


뿌리채 뽑으라 하셨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번뇌가 자라날 것이라고.




간간이 구름 사이로 해가 숨어서


일하는 동안 뜨겁지 않았기에


차밭에서의 한시간여 작업은


자연의 숨결과 같이 한 시간이었습니다.




차나무 사이로 쭈그리고 앉아


눈에 보이는대로 한치의 오차 없이 손길이 가고


그것을 뿌리채 뽑아내려 용의주도하게 움직여


잡초로 덮인 나무 사이가 깨끗해 지는 일은


아주 재미나고 즐거운 일이었는데


숲에 있던 작은 모기들의 공습이 시작되니


한동안은 피해 달아나야 할 정도였습니다.




아마도 풀들이 아파하면서


얘들아 도와줘 나를 보호해 줘


라고 원군을 청한것처럼 말입니다.




잡초라는 이름으로 뽑혀져 나가는 저들도


차밭에 뿌리 내리지 않았으면 뽑히지 않았으련만


차를 향한 무자비의 자비라는 이름으로


어쩔 수 없이 진행된 것입니다.




다시 차밭으로 들어 가 좁은 차나무 골에


큼직한 엉덩이를 들이 밀고 앉으니


그 사이 나무가 이렇게 말하는 듯 합니다.




스님 언제 보았다고 남사스럽게


어디다 궁뎅이를 들이 대시나요 


이게 뭐 하는 시츄에이션인가요 하고.




그래서 나는 말했지요.




보기는 흉해도 조금만 참거라.




나도 네가 좋아서가 아니라


네가 만들어 주는 차향이 좋아서 그러거든


하고는 속히 내 임무를 완수하였습니다.




여름에는 백초시불모 혹은


백초두상무변춘이라는 말처럼


풀이 천지에 가득한 계절입니다.




저희들도 얼른 자라서 씨앗을 만들고


다음 세대를 기약하면서 스러져 가야 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아무리 풀과 전쟁을 한다 해도


도무지 풀이라는 것은 이겨낼 도리가 없습니다.




풀이며 곤충이며 이런 것들은


우리가 이 세상에 나오기 이전부터


이 세상의 오랜 주인들이었으니까요.




그런 때는 풀밭 속에 자라는


우리에게 필요한 곡식이나 나무들을


선택적으로 잘 가꾸는 방법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제일이겠지요.




그러고 보면 이 세상 모두가 화두입니다.




너는 누구고 나는 누구인가


이것이 무엇인고 시삼마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하루 일 않고는 하루 먹지 않는다


하시는 백장스님의 청규를 생각합니다.














  


 


공주 상왕산 원효사 심우실에서


 


나무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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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본각장 작성시간 16.06.27
    나무불 나무법 나무승()()()~ 트리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고맙습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굽신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무ㅈiㄱH뜬풍경 작성시간 16.06.27    
    ..*꽃 佛~ 고 맙 습 니 다 ~佛 꽃..
       
  • 작성자행복나누미 작성시간 16.06.27 고맙습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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