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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와 가을 노래

작성자원효|작성시간16.09.30|조회수225 목록 댓글 3

부채 와 가을 노래



 

 

 

나무 나무법 나무승



여름이 다 지났지만

그래도 한낮으로는 늦더위가 있습니다.


아주 오래 전 합죽선에다

좋은 글귀 하나 써 주십사 말씀드리니

어른 스님께서는

지여죽이상혼 생기자왈청풍

紙與竹而相婚 生其子曰淸風

이라는 글귀를 써주셨습니다.


어린 마음에 부채에 제격인 글이라 싶어

기억하고 있으면서 종종 부채에 글을 쓸 때

그것을 적어 보기도 하였는데

엊그제 어느 분 부채 글귀를 보다 보니

아래와 같은 글이 보입니다.


삼복혹서무풍 호위설파합궁

三伏酷暑無風 糊爲媟婆合宮


지여죽이상혼 생기자왈청풍

紙與竹而相婚 生其子曰淸風


삼복 더위에 바람 한점 없는데

풀이 어거지로 딱붙여 합궁을 했다오


종이와 대나무가 서로 혼인하고 나서

낳은 자식의 이름을 청풍이라 하였네


다음에서 검색해 보아도 나오지는 않지만

옛 선인들의 재치와 지혜가 엿보이는 글이라

다 지나간 더위에 소개를 하여 봅니다.


지여죽이..에 상응하는 댓구가

삼복혹서.. 운운하는 글귀가 되었으니

이제 제대로 짝을 찾은 듯 보입니다.


언젠가 노학자에게 부채에다가

몇구절 적어 보내 드리며

빈 부채 하나를 더하여 전하였고

선생님은 거기에 이런 글귀를 적어서

답례로 보내오셨습니다.


개시성반월 휘처발청풍

開時成半月 揮處發淸風


부채를 열면 반월을 이루고

부채를 부치면 청풍이 일어난다


이 또한 부채를 노래하는 적절한 글귀라

마음에 담아 두고 종종 사용합니다.


가을을 노래 한 시 두편을 읽습니다.



가을 - 양주동

 

가 없는 빈들에 사람을 보내고

말없이 돌아서 한숨 지우는

젊으나 젊은 아낙네와 같이

가을은 애처러이 돌아옵니다


애타는 가슴을 풀 곳이 없어

옛뜰의 나무들 더위잡고서

차디찬 달 아래 목놓아 울 때에

나뭇잎은 누런 옷 입고 조상합니다


드높은 하늘에 구름은 개어

간 님의 해맑은 눈자위 같으나

수확이 끝난 거칠은 들에는

옛님의 자취 아득도 합니다


머나먼 생각에 꿈 못 이루는

밤은 깊어서 밤은 깊어서

창 밑에 귀뚜라미 섧이 웁니다

가을의 아낙네여, 외로운 이여 ...




가을 - 조병화

 

이제 일년내 맡고 계시던

그 눈을 돌려 주실 때가 되었습니다


당신 뜻대로 가을은 이루어져갑니다


당신 뜻대로 이루어지는 가을을

하나, 하나, 주워 모으기 위하여 떠나려는 내게

이제, 일년내 맡고 계시던

그 눈을 돌려 주실 때가 되었습니다


실로 많은 것들이 끝을 지어갑니다


대지에선 동식물들이 그 번식을 끝냈습니다


그리고 당신 뜻대로 그 열매들이 남아갑니다


하늘에선 태양과 구름이 그 가뭄과 홍수를 거둬 들였습니다


그리고 당신 뜻대로 다시, 빈 천지가 마련되어 갑니다


사람에선 사랑과 미움이 그 스스로의 맺음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당신 뜻대로 고독한 혼자들이 남아갑니다


그 열매들을 당신 뜻대로 주워 모으기 위하여

떠나려는 내게

맡으신 그 눈을 이제 돌려주실 때가 되었습니다


그 가득찬 빈 천지에 새 봄을 마련하기 위하여

떠나려는 내게

맡으신 그 눈을 이제 돌려 주실 때가 되었습니다


그 고독한 혼자들에게 당신의 뜻을 전하기 위하여

떠나려는 내게

맡으신 그 눈을 이제 돌려 주실 때가 되었습니다


맑게 닦아내 주십시오


흐린 점 하나 없이 맑게 닦아 내 주십시오


당신의 입김으로

티 하나 없이 맑게 닦아 내 주십시오


도시에선 되도록이면 담가로

돌아다니겠습니다


전원에선 물가로 둑으로 산록山麓으로

되도록이면 잡목림, 잡초 속으로

돌아다니겠습니다


밤에는 별에서 쉬겠습니다


되도록이면 새로운 별을 찾아

좀 떨어진 곳에서 쉬겠습니다


그리고 혼자서 돌아오겠습니다


빈 손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모든 거 다,

당신 뜻대로 살펴 제자리 가려두고

지닌 거 하나 없이 혼자서 돌아오겠습니다


수고는

봄으로 해 주십시오


눈을 다시 돌려 드릴 때

수고의 말씀

봄에 받겠습니다




가을 (졸시-해월)


가을아

가을이여


차라리 오지나 말지

그렇게 빨리 가려면


저도 그렇게 가고

나도 요롷게 마친다


 


공주 상왕산 원효사 심우실에서

나무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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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본각장 작성시간 16.09.30
    나무불 나무법 나무승()()()~ 별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고맙습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굽신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무ㅈiㄱH뜬풍경 작성시간 16.09.30    
    ..*꽃 佛~ 법 문 고 맙 습 니 다 ~佛 꽃..
     
  • 작성자행복나누미 작성시간 16.09.30 고맙습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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