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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세상사는 수다

민채의 아침잠을 깨우는 방법

작성자바른세상|작성시간19.03.20|조회수133 목록 댓글 0

초등학생인 아이들을 키우며 가장 힘든 점 중 하나는 아침에 단잠을 자는 애들을 깨우는 일이다. 우리 집도 별로 다르지 않다. 사전적인 조치로 저녁에 일찍 재우는 것이 필요한데 우리 집의 공주들은 일찍 자려 하지 않는다. “늦게 자면 키가 안 큰다.”라든지 때로는 약간 언성을 높여 억지로라도 일찍 재워보려 노력하지만 만만찮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애들은 애들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고 약간의 잔머리를 굴린다. “빨리자~”라고 이야기를 하면 궁금한 것이 있다며 갑자기 질문을 하거나 책을 읽겠다고 말하기도 하고, 우리집의 공통 관심사인 테니스 자세 등에 대해서도 질문을 한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테니스의 이런 저런 것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어쩔 수 없이 궁금한 질문에 답을 한다. 그러다 보면 또 자는 시간이 늦어진다. 아이들의 이런 행동에 속지 않으려 생각은 하지만 가끔은 애들의 말에 넘어가서 이야기를 좀 하다가 보면 어느새 11시가 넘기도 한다애들을 재우려고 하며 격는 이런 일상은 사실 알고도 속아주고 모르고도 속는 일이다.

 

이렇게 늦게 자면 아침에 애들을 깨우는 것이 힘들다. 보통 애들은 어른들보다 자는 시간이 많다. 어쩌면 어른들에 비해 낮에 활동량이 월등히 많으니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충분한 수면시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애들은 아침에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말로도 깨워보고, 계속 안일어날 때는 때때로 고함도 쳐보고, 현재시간보다 시간이 많이 지난 것처럼 이야기를 해 보기도 한다. 그것도 몇 번만 하면 애들은 본능적으로 금방 적응을 해서 평소의 행동으로 돌아간다. 우리들이 머리를 쓰는 것 만큼 애들도 머리를 쓰고 우리의 행동패턴에 맞춰 금방 적응을 한다. 여러 가지 노력을 하지만 이 문제는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어쩌면 시간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고 어른이 되면 자동적으로 해결될 그런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이제 사춘기에 들어선 민경이는 아침에 알아서 잘 일어난다. 물론 우리부부가 이야기를 해서 잘 일어나는 것은 아니고 시간이 민경이를 그렇게 성장시켰고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었다. 하지만 민채를 깨우기 위한 매일매일은 힘들고, 특히 아침시간은 늘 바쁘다. 시간이 해결할 문제지만 그 시간이 오늘 아침 민채의 지각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매일 아침 민채를 깨워서 아침까지 먹여 학교에 제시간에 보내기 위한 그런 전쟁은 계속 된다. 이렇듯 애들을 키우는 집이면 누구나 이런 고민을 할 것이고, 편식과 더불어 육아에서 해결하기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일 것이다.

 

오늘 아침도 우리 집은 애들을 깨우는 즐겁고 힘든 과정을 거치고 있다. 우리 애들은 건강하니 잠을 많이 잘 것이고 그래서 즐겁기도 하다. 하지만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잘 일어나지 않으니 그건 또 힘들다. 그냥 이런 생활의 반복이다. 물론 어느 집이나 이건 비슷할 것이다. 그리고 각 집마다 나름의 노하우도 개발해서 사용할 것이다. 나도 오늘 갑자기 새로운 노하우가 생각이 났다. 놀면서 깨우는 방법이고, 오늘 처음 시도를 했는데 나름 괜찮았다. 난 일어나라고 해도 꿋꿋이 자고 있는 민채의 배에 손으로 하트를 그리고 뭐 그렸는지 맞춰보라고 했다. 배에 하트를 그리면 간지러워 금방 깰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민채는 처음 한 두번 그냥 무시하더니 몇 번을 더 하니 반응을 보이며 잠결에 다시 한번 더 해보라고 말했다. 이번에는 종아리 부분에 또 하트를 그렸다. 몇 번을 그려도 선잠에 아직 정신이 오롯하지 않은 민채는 전혀 맞추지 못했다. 그렇게 하고 방을 나오니 민채가 따라 나오며 뭐 그렸는지 내게 물어봤다. 난 맞춰보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예상외로 잘 맞추지 못했다. ‘맞추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 혼자 고민을 하며 내 배에 하트를 그려보니 난 금방 알 것 같았다. 웃기는 이야기지만 이건 내가 나를 간지럽히면 간지럽지 않은 것과 같은 원리일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하면 전혀 다르다.

 

이렇게 오늘 아침은 무사히 지나갔다. 하지만 이 방법도 며칠만 지나면 금방 적응할 것 같다. 난 또 새로운 방법을 고민해 봐야겠다. 많이 고민하고 괜찮은 방법을 여러 가지로 개발해서 돌려서 쓰면 하루라도 더 편하게 애들의 아침잠을 깨울 수 있을 것 같다. 어느 집이나 비슷한 이런 일상의 아침 생활이지만 오늘은 약간 특별했다. 아마 이런 것도 우리 집의 역사고, 작지만 내 기억속의 한 페이지를 차지할 것이다.


PS) 미소님의 책을 주문했는데

읽으려니 약간 설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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