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자유, 세상사는 수다

시간의 축적 - 쭉쭉이

작성자바른세상|작성시간21.04.02|조회수67 목록 댓글 2

태어나서부터 했으니 참 오랫동안 쭉쭉이를 했던 것 같다. 공주들이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하는 횟수가 조금씩 줄어들었을 뿐 계속 하고 있다. 요즘에는 보통 주말 아침에 하는데 공주들도 늘 하던거라 그런지 별로 불편해 하지 않고 싫어하지도 않는다. 요즘은 민경이는 기특한 일이 있어 한 번 안아주려고 해도 어색해하며 “저리가”라는 말을 해서 안아줄 수도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공주들은 쭉쭉이는 편하게 잘 받는다. 자고 있는 아침에 쭉쭉이를 해주려고 하면 으레 다르를 쭉 펴며 내가 하기 편한 자세를 만든다. 하기 편하게 자세를 잡아주니 나도 하기에 불편함이 없다. 잠시 쭉쭉이를 끝내고 이불을 덮어주면 공주들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자던 잠을 계속 잔다. 좀 더 자고 일어나서 물어보면 내가 해 준 것을 기억하지 못할 때도 있다. 적어도 쭉쭉이에 있어서 부녀지간은 이런 사이가 된 것이다. 사소하지만 쭉쭉이를 같이 한 시간이 쌓여서 이런 관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시간이 주는 작은 결실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몇 년전에도 그 전에도 보통은 동시에 공주들 모두를 같이해 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외모와 키 뿐만이 아니라 쭉쭉이를 하던 다리도 점점 튼튼해지며 어른이 되고 있음을 느낀다. 이제 민경이는 아내보다 다리가 더 튼튼하다. 민채도 민경이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튼튼해서 하면서도 잘 자라고 있음에 보람을 느낀다. 재미난 것은 몇 년전이나 지금이나 쭉쭉이를 하다보면 민경이의 뼈가 더 튼튼하고 민채가 좀 무른 듯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할 때마다 민경이는 단단하게 느꼈고, 민채는 좀 무르게 느꼈던 것이다. 상대적이기는 하지만 몇 년이 지나도 이 느낌은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사실 몇 년전의 민경이 다리보다 성장이 조금 더 빠른 지금의 민채다리가 더 단단하다. 그래도 이 느낌은 늘 비슷했던 것 같다. 회색이 검정색 옆에 있느냐 흰색 옆에 있으냐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과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보통 쭉쭉이를 하는 이유는 태어났을 때는 다리가 좀 곧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키가 쑥쑥자랐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서 시작한다. 나도 비슷했다. 그러나 지금은 조금이라도 더 키가 컷으면 하는 바람을 많이 담아서 하고 있다. 민채는 초등학생이라 나이라는 작은 여유가 있지만, 중학생인 민경이는 거의 성장을 멈춰 조금이라도 더 컷으면 하는 바람을 더 많이 담아서 하고 있다. 민경이가 2CM만 더 자랐으면 좋겠다는 것이 요즘 나의 바람이다. “아이*” 같은 키크는 성장보조제 광고가 자꾸 눈이 가는 것은 아마 이런 나의 바람이 표출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의 이 바람이 꼭 이루어 지기를 다시 한 번 더 바라본다.

 

사소한 일상이지만 긴 시간이 주는 힘은 대단한 것 같다. 우리의 이런 일상이 오랜기간 모여 부녀지간이라는 관계가 더 가까워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봤다. 아마 이런 관계가 쌓이니 커가며 멀어지는 부녀지간의 거리가 조금이라도 좁아진 것 같기도 하다. 긴 시간속에서 보면 이런 작은 일상이 큰 영향을 미칠수도 있을 것 같다. 글을 쓰며 우연히 든 생각이지만 그 자체가 가지는 의미는 대단한 것 같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단잠 | 작성시간 21.04.02 자상한 아빠시네요. 행복한 가정 응원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바른세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04.02 보통의 아빠지만, 애들이랑 같이 하는 걸 좀 더 좋아하는 듯 합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