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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세상사는 수다

시간의 축적 – 향기

작성자바른세상|작성시간21.04.27|조회수60 목록 댓글 4

자매는 자라며 항상 경쟁자인 것 같다. 그 경쟁심이 더 강할 때는 많이 싸우다가 어느 순간부터 덜 싸우다가 일정한 나이가 되면 그 싸우며 든 정으로 인해 서로 아끼고 위하며 살아 갈 것 같다. 한창 싸움의 전성기 때는 서로 조금이라도 덜 하려고 하고, 만약, 조금이라도 더 하면 생생을 내거나 다음번에는 지난번 이야기를 하며 조금이라도 덜 하려고 한다. 반대로 맛난걸 먹을 때는 조금이라도 더 큰 것을 먹으려고 한다. 뭐든 자로 잰 듯이 정확히 나눠야 하고 조금이라도 자기 것이 모자라거나 하면 서로 불만이다. 맛있는 것도 정확히 나눠야 한다. 크기가 많이 차이나면 서로 더 큰 것을 먹으려 하고 작은 것을 고른 사람은 불만이 얼굴에 가득하다. 애들을 키우는 부모들이 격는 가장 큰 스트레스 중 하나는 아마도 이런 것들일 것이다. 우리도 공주들이 이런 사소한 것으로 싸우는 것을 보며 한편으로는 자라며 격는 당연한 것이기에 웃으며 참다가도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화를 낼 때도 있다.

 

지금 우리집의 경우 공주들이 자라는 전 과정에서 이런 사소한 것으로 인한 다툼이 절정인 시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빨래 너는 것부터 설거지, 재활용품 정리, 사소한 심부름까지 서로 미루고 하지 않으려고 한다. 민채의 입에 붙은 말이 “언니는 왜 안 시켜?, 전에 내가 했으니 이번은 언니 차례야~, 왜 나만 자꾸 시켜 ~” 등이다. 민경이는 조금 덜 하지만 언니의 체면일 뿐 본심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이런 것들로 다투는 것을 보면서 요즘은 그르려니 하며 넘어갈 때가 많지만 어떤 때는 화가 나기도 한다. 그래서 때로는 달래고 때로는 고함도 치지만 그 때 뿐 조금만 지나면 똑 같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나도 어릴 때 동생과 이런 것으로 많이 싸웠으니 예전의 나와 동생의 관계나 지금의 공주들의 관계나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아 한편으로는 좀 우습기도 하다. 예전에 어느 분이 말했던 것 같다. 그런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싸우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도 시간이 지나며 어느 순간부터 동생과 싸우지 않았으니 이 말도 분명 맞는 말인 것 같다.

 

이런 싸움을 줄이기 위해서 우리 자매들은 나름의 규칙이 있다. 그래야 다툼을 적게 할 것 같아서 나름 고심히며 만든 것이다. “홀수날은 누구, 짝수날은 누구”, 또는 “일주일은 누구, 다음 일주일은 누구” 등을 규칙으로 만들어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규칙은 잘 지켜지지는 않는다. 어떤 주는 빨래를 3번 할 수도 있고, 다른 주에는 4번 할 수도 있다. 그러면 이런게 또 다툼의 원인이 된다. 오늘 민채에게 빨래를 좀 널라고 했다. 다 된 빨래를 아내가 세탁기에서 꺼내서 빨래건조대 앞에 두면 마른 빨래를 걷고 그 자리에 널면 된다. 하지만 민채는 약간 불만인 표정을 드러냈다. 이번주에는 엄마가 빨래를 많이 해서 자신이 더 많이 빨래를 널었다고 말했다. 처음 이 말에 좀 화가 났지만 이건 늘상 있는 일이라서 이제 이 정도 말에는 화를 자재할 수 있다. 그리고 약간의 여유와 아빠의 아량을 베플 수도 있다. 난 민채에게 말했다. “오늘은 아빠가 빨래 널어 줄게~ 들어가서 책 읽어~” 이 말에 민채는 이내 기분이 좋아졌고, 웃으며 방으로 들어갔다.

 

난 민채의 이런 모습이 너무 좋다. 웃으며 자기방으로 가는 것도 좋고, 이번주에 빨래를 많이 널어서 널기 싫다며 불만을 이야기 하는 것도 좋다(물론 가끔 화를 내기도 한다). 아빠가 있으니 민채도 싫다는 어리광을 부릴 수 있고, 아빠가 있으니 이런 불만을 말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귀찮지만 이런 것들을 받아주면서도 이상하게 난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게 가족인 것 같다. 그리고 이런게 가족이 사는 집인 것 같다. 결국 이런 것들이 많이 모인 곳이 삶의 향기 가득한 그런 집이 되는 것 같다. 우리가 가족을 이루고 사는 것도 결국은 이런 향기가 그립고 이런 향기를 느끼고 싶어서 인 것 같다. 그 향기 속에서 가족이 함께 하는 푸근함을 느끼면서 사는 것이 결국은 삶의 목적이고, 삶의 소중한 의미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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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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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삭제된 댓글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바른세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04.28 좋은 하루 되세요~~^^
  • 작성자단잠 | 작성시간 21.04.27 자랄 때는 많이 싸우더니 크니까 각자 바빠서이기도 하고 안싸우네요. 다 자라는 과정같습니다.
    행복한 모습 보기 좋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바른세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04.28 이제 줄어들 일만 남은 것 같아
    한편으로는 안심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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