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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세상사는 수다

반려동물 – 권리와 의무

작성자바른세상|작성시간22.11.25|조회수56 목록 댓글 2

어릴 때 작은 병아리나 달팽이 등 반려동물을 키워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시골에서 자랐지만 나도 그런 경험이 있으니 도시에서 자란 사람들은 이런 것에 대해 더 목말라했을 것이고 더 키워보고 싶어했을 듯 하다. 반려동물이 주는 장점도 많지만 시골에서 자란 나와 귀차니스트인 아내는 단점이 먼저 보인다. 애들이 햄스터나 강아지 등을 키우자고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둘 다 키우면서 나타나는 결과를 알기에' 안 된다'는 기존의 생각은 계속 요지부동이다. 

오늘도 저녁을 먹으러 가는 차 안에서 민채가 다시 햄스터를 키우자고 우리에게 제안을 했다. 친구집에 갔는데 너무 귀엽고 같이 노는 시간이 아주 즐거웠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또 친구가 새끼를 낳았는데 분양을 해 준다고 말해서 더욱더 들 떠 있었다. 하지만 우리 부부와 민경이는 동시에 모두 반대를 했다. 햄스터를 키우는데 필요한 것은 그냥 사면 되지만, 이후에 청소나 먹이주는 관리가 만만치 않다. 또 관리를 제대로 못해 죽는다면 또 마음이 아플 듯 하기도 하다. 이 모든 과정이 머리를 꽉 채우고 있으니 애시당초 우리 집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또 과거의 경험에 비춰보면 여느 애들과 비슷하게 식물이나 이런 것들을 키울 때도 초반의 열정과 애정은 시간에 반비례하며 관심에서 멀어지고 이내 죽어버린 기억이 있다. 이 기억들이 지금 이 자리에 바로 호출되었고 우리의 논리를 더욱 강화시켜 준다. 민채도 내심 안 될걸 알지만 그래도 친구가 준다는 단 하나의 희망으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한 듯 하다. 

마음속으로는 그냥 허락하고 싶은게 내 진심이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으면 그냥 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집안에서 햄스터를 키우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살아있는 동물은 먹이를 규칙적으로 줘야 해서 집에 혼자 두고 오랫동안 집을 비울수도 없고, 딸각거리는 소음이나 햄스터 집 청소 등 할 일이 많다. 처음에는 우리가 도와주면 민채가 열심히 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내 우리 부부의 일이 되고, 또 동물 특유의 냄새도 난 별로 좋지는 않다. 이런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니 목까지 올라온 허락이 계속 목을 넘지 못하는 것 같다. 예전에 계속되는 민채의 보챔에 나보다 마음이 약한 아내(자식에 대한 엄마 특유의 너그러움)는 뭔가 시험을 잘치면 허락을 하겠다는 단서를 달아서 허락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대화를 해보면 내심으로 내키지 않는 것은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러다 오늘 난 거절할 새로운 논리를 만들어 냈다(사실 그래서 더 슬프다). 난 모두가 듣는 앞에서 내 논리를 설명했다. 그건 권리와 의무에 관한 것이다. 남의 집에 놀러가거나 산책중 다른 사람이 키우는 반려동물을 보고 만지고 잠시동안 같이 노는 즐거움은 권리만 향유하는 것이다. 그 반려동물을 돌보기 위해 희생하는 주인의 의무를 우린 잘 모르고 있는 것이다. 대충 이런 논리다. 이건 실제로도 맞는 말이다. 배설물을 치우고, 시간 맞춰서 먹을 것을 주고, 목욕을 시키거나 병원을 데려가는 여러 가지를 하려면 많은 시간과 돈, 그리고 노력이 필요하다. 이건 명백히 큰 의무이다. 또 다른 경우로 만약 강아지가 민채의 이불에 오줌을 싸거나 똥을 눈 경험을 몇 번 당한다면 반려동물에 대해 이전과 같은 생각을 가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논리를 펼치니 잠시 정적이 흘렀다. 사실 틀린말이 아니란 것은 우리 모두 공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말을 하지만 난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또,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너무 빨리 강하게 거절하는 것이 미안하기도 했다. 이는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 자식에게 원하는 것을 뭐라도 더 해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고 그건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이 늘 문제다. 그 현실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특히 우리부부처럼 맞벌이 가정은 이런 것이 정말 크다. 이 모든 것을 다 잘하는 집도 있겠지만 애석하게도 우리 집은 아닌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니 마음이 또 아프다. 한편으로 생각을 해보면 이런 거절이 ‘부모로서 나도 아내도 민채에게 의무는 포기하고 권리만 향유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반문을 해 본다. 이런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니 또 머리가 복잡해진다. 좋은 부모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그 험한 산을 지나다 보면 어느새 우리 공주들은 어른이 되어 있을 것이다. 내가 그 험한 산을 공주들과 같이 잘 헤쳐나가고 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늘 미지의 세계를 달려가고 있는 듯 하다. 미안한 마음이 오늘 또 뭔가를 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승화되니 그래도 기본은 하는 것 같아 혼자 웃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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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rhfem65 작성시간 22.11.30 반려동물을 좋아하지 않은 한사람였는데
    강아지를 키우게된경우입니다
    지금은 11년동안 키우고있는 사람으로써
    예쁘고 재미있다는 이유만으로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하신다면 정말이지 안된다고말해주고싶어요

    이제는 가족이 되어버린 반려견이고 너무 사랑스럽고 우리가족에게 기쁨을 주는것은 이루말할수없지만 ...
    키우다보면 힘든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중 몆가지만 적어보겠습니다

    우선 가족여행에 많은 제한이있구요
    나이가들수록 여러가지 이유로 병원을 가야하는데.. 입원하거나 수술을 하게되면
    최소 200만원에서 500만원 많게는 1000만원의 비용이 듭니다.

    그리고 하루하루 산책을 해야하는데
    가족중 한사람이 케어를 해야하구요

    저희의 경우는 반려견에게 한달 들어가는 비용이 15만원정도는 들어간다고 보면 될듯하구요

    무었보다 반려견이 병이오거나 다치는 사고가 생기면 마음 고생이 심합니다
    말을 할수가없으니 안타갑고 마음이 아퍼니까요
    그리고 나이가 많아질수록 여러가지 질병이 오는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이 나이들어 오는병들이 동물에게도 오더라구요 치매나 당노
    백내장 암 기타 여러질병들이 와요

    이런 모든것들을 염두에두고 반려견을 키우는것이 좋을꺼예요
  • 답댓글 작성자바른세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12.05 그런 어려움을 잘 극복하며
    반려견을 키우는 글쓴님은 참 대단하시네요

    제가 나이가 더 들고, 애들이 다 집을 떠났을 때
    글쓴님 정도 마음이 생긴다면
    그때는 참 잘 키울 듯 합니다.

    좋은 답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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