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게 미안해서
유영호
햇살 좋은날 설레임을 배낭에 담아 산을 오른다 몇발자국 떼지 않은 것 같은데 심장과 다리대신 머리가 고통스럽다 오늘은 아직 내 몸이 산에 안길 준비가 덜 된 모양이다 이럴 땐 그냥 산이 품어줄 때를 기다려야 한다 늙은 소나무 아래서 다리쉼 하며 마주보는 산에게 눈인사를 건넨다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이 시공의 경계를 허무는 산등성이 한 입 베어 먹힌 고구마처럼 쓰리다 가진 것 다 내준 산에게 우리는 해코지로 돌려주진 않았는지 무심코 버린 쓰레기로 더렵혀진 계곡에서 들리는 물소리는 행여 산의 속울음이 아니었는지 술취한 등산객의 노래소리가 내 우려조차 밟고 지나가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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