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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숙인의 시-장금

작성자무광|작성시간23.11.05|조회수59 목록 댓글 2

어느 노숙인의 시-장금




 

 






낭독-이의선
 둥지를 잃은 나에게는
찾아오는 밤이 두렵다. 


타인이 보는
석양의 아름다움도
둥지를 잃은 나에게는
두려움의 그림자일 뿐. 


한 때는
천방지축으로 일에 미쳐
하루 해가 아쉬윘는데
모든 것 다 잃어버리고
피붙이들은
이산의 파편이 되어
가슴 저미는 회한을 안긴다. 


굶어죽어도
얻어먹는 한술 밥은
결코 사양하겠노라고


이를 깨물던
그 오기도 일곱 끼니의
굶주림 앞에 무너지고
무료급식소 대열에 서서
행여 아는 이와
조우할까 조바심하며


날짜 지난 신문지로
얼굴을 숨기고
아려오는 가슴으로
숟가락 들고 목이 메이는
아품의 한 끼니를 만난다. 


그 많던 술친구도
그렇게도 갈 곳이 많았던
만남들도 인생을 강등당한
나에게는 이제 아무도 없다. 


밤이 두려운 것은
어린아이만이 아니다. 


육십 평생의 끝자락에서
잠자리를 걱정하며
공원 긴 의자에
맥없이 앉으니


뒤엉킨 실타래처럼
난마의 세월들이
만감의 상념들이
눈앞에서 춤을 춘다. 


깡소주를 벗삼아
물마시듯 벌컥대고
수치심을 잃어버린
육신을 아무데나 눕힌다. 


빨랫줄 서너 발
철물점에서 사서
청계산 소나무에 걸고
비겁의 생을 마감하자니
눈물을 찍어내는
지어미와 두 아이가
서리발처럼 눈에 꽃힌다. 


그래,
이제 다시 시작해야지
교만도 없고,
자랑도 없고 그저 주어진
생을 걸어가야지, 


내달리다 넘어지지 말고
편하다고 주저앉지 말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그날의 아름다움을 위해
걸어가야지...
걸어~가야지... 


20년 사업실패로
노숙인이 된 장금님께서는
이 시 한편을 남기고 끝내는
생을 마감했다고 합니다. 




저도
연락이 뜸한
친구에게
안부전화를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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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두메산ㅡ | 작성시간 23.11.05




    ㅡ ᆢ
  • 작성자천봉산(김종왕) | 작성시간 23.11.05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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