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날들-좋은글
낭독-이의선
청춘의 시대로 가면
부끄런 얼굴 같이 붉은
감나무 아래에서
다소곳하고 촌스런 맑은 눈
지금도 나는 너를 기다린다.
옛날에 기다린다.
집으로 가는 들길에서
까만 치맛자락 하늘거려
마음을 떨게 하던
순이, 옥이, 임이, 희야...
멋없는 바지를 꾹꾹 눌러 다려
칼날 같이 줄 세운 바지를 끌며
보란 듯이 교실을 주름잡던
식이, 열이, 구야,...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간 시간 끝에
낡은 모습 되었어도
안타까워하지 말자,
그때 그 아린 시절에 지녔던 꿈들이
지금은 없어도
쓸쓸해하지 말자.
비를 맞고, 천둥을 맞고
샛노란 꿈이 흩어진 민들레
하얀 머리로 바람에 다 날려가도
울지 않듯이
학교 앞 골목길에 아득히 두고 온 그 꿈들이
지금은 없어도
지금은 없어도!
다소곳한 맑은 눈
촌스럽고 깊은 마음으로
지금도 나는 너를 기다린다.
옛날에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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