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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소설방

전장

작성자우뢰소리|작성시간23.12.08|조회수90 목록 댓글 4

두세 번은 일이 있다고 하고 빠졌지만, 그때마다 “가고 싶다.” “가서 순영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이기가 힘들었고 그래서 형식이 초청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은 상사를 모시는 아랫사람의 도리가 아니라는 핑계를 만들어 그다음부터는 형식이네 집에 갈 기회가 있으면 빠지지 않고 가게 되고 몇 번 빠졌던 것이 그동안 참았던 영돈의 마음을 더 흔들게 하였다.

그렇게 형식의 집을 드나들면서 자연 순영과도 친하게 되고 그렇게 되자 이제 자기가 순영을 차지하지는 못하더라도 가까이서 순영을 보며 지내고 싶은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그 후로는 적극적이고 의도적으로 형식에게 접근하여 형식을 형님처럼 모시고 형식이네도 자주 드나들며 형식이네 집에 생기는 크고 작은 일을 자기 일처럼 도와주며 곱살 맞게 굴어 자연 순영과도 가까워져 순영은 영돈을 시동생처럼 생각하고 딸애도 삼촌처럼 따랐다.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고 사람의 욕심이란 한이 없는 것

순영과 거리가 가까워지자 이제 자기가 순영을 좋아한다는 뜻을 순영에게 전하고 싶어지는 영돈이다.

처음에는 영돈의 행동을 순수하게 생각하고 영돈을 좋게 생각하던 순영은 여자의 예민한 감각으로 이상하게 행동하는 영돈, 자기를 쳐다보는 영돈의 이상한 눈초리, 필요 이상으로 자기에게 친절을 베푸는 영돈에게서 자기를 직장 상사의 처나 자기가 따르는 형님의 처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여자로 좋아하는 눈치를 채었다.

순영은 기분이 나빴다.

영돈이 처음부터 그런 의도로 접근했는지 자주 만나다 보니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나이도 자기보다 5살이나 많은 자기 직장 상사의 처를 좋아한다니 될 법이나 한 일인가? 괘씸한 생각이 든다.

영돈에게서 그런 낌새를 느끼고 남편에게 말하여 영돈의 집 출입을 막을까도 생각했으나 사람 좋은 남편이 그런 말을 믿을지도 문제지만 혹 자기 생각이 과민반응이라면 젊은 사람에게 큰 상처를 주는 것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하지 못했다.

순영은 혹 영돈이 자기에게 품은 생각이 자기가 느끼는 것과 같은 것이라면 더 이상 자기에게 이상한 생각을 품지 못하도록 하여야겠다는 생각에 영돈을 전보다 더 어린 동생을 대하듯 하며 때로는 영돈이 서운한 감이 들도록 행동할 뿐만 아니라 전에는 수시로 드나들게 하던 영돈을 남편이 없을 때면 핑계를 만들어 집에 들이지 않았다.

순영의 그러한 행동이 오히려 영돈에게는 자극이 되었다.

어쩌면 아니 틀림없이 순영의 그러한 행동은 순영도 자기가 순영을 좋아한다는 것을 눈치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영돈이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순영의 조심스런 행동으로 일정한 거리에서 순영에게 더 이상 다가서지 못하는 영돈은 더 애가 닳고 마음이 아팠다.

영돈으로서는 순영이 첫사랑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형식과 그의 처 순영은 결혼한 지 10년을 맞이하는 부부다.

그 부부는 3년여 동안 애틋한 연애를 하고 결혼하였기 때문에 서로를 끔찍이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이여서 동네에서는 젊은 사람 중에서 보기 드문 잉꼬부부라고 소문이 나 있다.

이것이 영돈으로 하여금 더 형식에게 질투를 느끼게 하고 순영을 그리워하게 하였다.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은 하지만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질투심을 어쩌지 못한다.

수해가 나던 해

영돈이 나이도 27세 직장생활도 6년이 넘었으니 이제는 장가를 가야 하지 않겠냐며 년 초부터 선을 보라는 부모님이 성화여서 몇 군데 선을 보았으나 순영에게 마음이 가 있는 영돈이 다른 곳으로 장가를 갈 생각이 있을 리 만무하여 영돈의 장난으로 선은 번번이 어긋났다.

그 소문을 들은 순영도 영돈이 장가를 가면 자기가 생각하는 자기와 껄끄러운 관계도 끝나게 되리라 여겨 두어 군데, 소개했다.

영돈의 마음은 서글펐다.

남의 부인 그것도 자기의 상사인 사람의 부인이고 애까지 있는 여인이긴 하지만 자기가 진짜로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다른 사람에게 장가를 가야 한다는 사실이 그를 슬프게 만들고 특히 순영이 다른 여자를 소개할 때는 “나는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다른 여자에게는 관심이 없다.” 말하고 싶었지만

순영의 뜻을 거슬러 순영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도 마음에 걸려 순영이 소개하는 장소에 여자를 만나러 나가며 가졌던 자괴감은 말할 수 없었다.

괴로움에 빠지면 자연 느는 것이 술이었고 거의 매일 술을 먹고 순영을 잊으려고 먹는 술이 술에 취하면 순영을 더욱 그리워하게 돼 어떤 때는 순영의 집 주위를 돌며 어떤 때는 순영의 집이 보이는 언덕에서 밤을 지새운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즈음 영돈의 가슴속에는 순영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만이라도 할 수 있다면 당장 어떻게 되더라도 좋을 것 같은 심정이 늘 철철 넘치고 있었다.

수해가 발생하던 날

영돈도 면사무소 직원인 공인이기도 하지만 수해로 난리가 난 마을의 젊은이로서 자연 수해를 입은 사람들을 도우며 비속을 왔다 갔다 하느라 비에 흠뻑 젖게 되어 추위를 피하느라 아침부터 술을 먹었다.

그런 술이 저녁때가 되며 많이 취해 있었다.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급박하게 돌아가는 수해 현장에서 마을 사람들을 돕느라 다른 생각을 못 했던 영돈은 저녁이 되며 대부분의 사람들 대피가 끝나가고 또 어둠이 내려 수방 작업도 어려워져 이제는 마을을 돌며 추가 피해 발생을 점검하며 혹 어딘가 추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순시를 하게 되면서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서 그때까지 잊고 있던 순영의 생각이 났다.

순영이네 집이 조금 높은 곳에 위치 해있어 수해를 당하지는 않았겠지만, 형식이 수재민을 돕느라 바빠 집에도 못 들어가 본 것 같은데 순영이 혼자 빗속에서 고생은 물론 걱정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순영의 집에 가서 비 단도리라도 해주고 위로도 해주고 와야겠다, 이렇게 힘들고 무서울 때 찾아가서 도와주면 순영도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순영의 집을 향하던 영돈은 순영이네 집으로 가는 길 중간에 낮은 곳이 웅덩이처럼 침수되어 걸어서는 갈 수가 없게 되어있는 것을 보고 운도 없다고 투덜거리며 포기하고 돌아섰다.

마을로 돌아와 순찰을 계속하던 영돈은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무슨 급한 연락이 없는 한 마을 사람들을 돕느라 바쁜 형식도 오늘 밤에는 집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집으로 가는 도로가 깊게 침수되어 걸어서는 집에 갈 수 없는 지금은 더욱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그러면 오늘 밤이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순영이네 집으로 가서 자기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어쩌면 이것은 하늘이 준 기회인지도 모른다.

자기의 애끓는 속마음을 순영에게 전할 수 있는

이런 생각이 들자 마음이 급하기도 하지만 우선 침수지를 건널 용기와 준비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래서 면사무소에 마련된 수해 대책반으로 들어가 순찰 결과를 보고하고 형식이 무슨 일을 하고 있나 혹 집에 들어갈 생각은 없는가도 알아보고 잠시 쉬면서 직원들에 피로와 추위를 풀기 위해 준비한 술을 몇 잔 더 마시고 다시 마을을 순찰한다고 하며 나왔다.

면사무소에서 만난 형식은 아직도 피해 주민과 피해 상황 파악과 그 뒤처리 그리고 추가로 생기는 피해 상황을 파악하느라 바빠서 눈코 뜰 새가 없어 오늘 밤에 집에 들어간다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면사무소에서 유능하고 활동적이고 통솔력이 좋은 형식이라 이때도 대책반장을 맡고 있어 형식은 어느 때보다도 바빴다.

형식의 형편을 살펴보고 용기를 얻으려고 술을 더 마시고, 21시쯤 면사무소를 나왔지만, 순영이네 집으로 가는 것이 문제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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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지키미 | 작성시간 23.12.08 즐감하고 감니다
  • 작성자구리천리향 | 작성시간 23.12.09 잘 보고 갑니다
  • 작성자우뢰소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12.11 지키미님!
    구리천리향님!

    한결 같은 성원에 감사 드립니다
    즐거운 나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 작성자남외 | 작성시간 24.04.12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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