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연재 소설방

전장

작성자우뢰소리|작성시간24.04.06|조회수101 목록 댓글 2

태림에서는 사장이 직접 나섰다.

태림건설의 사장은 경기지방 국토관리청장과 고등학교와 대학교 동기 동창으로 절친한 사이다.

태림 사장이 경기지방 국토관리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손 청장! 나야 태림의 길 사장!”

“응! 그래 길 사장! 오랜만이군.”

“그래, 그동안 잘 있었나?”

“잘 있었지. 자네는?”

“나도 별일 없어.”

“그런데 웬일이야?”

“응! 오랜만에 얼굴 좀 보자고. 동창회 일로 할 말이 있어.”

“전화로는 안 되는가?”

여러 번 길 사장에게 수주 정보를 주어 온 손 청장은 이즈음 걸려 온 길 사장의 전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는 이렇게 한번 퉁겨 본다.

“이 사람이 갑자기 왜이래. 어디 아파?”

그것을 모를 리 없는 길 사장도 이렇게 눙친다.

“그래! 아프다.”

“아프면 약을 먹어야지. 아프다고만 하지 말고.”

“자네가 좀 사주겠나?”

“그래. 알았어. 내가 사가지고 가지. 우리 늘 만나는 곳에서 만나자”

“아니야. 농담한 거야. 아프다는 거. 그리고 내 사무실로 와. 기다릴 테니.”

박국장이 00도로 건설공사 보안에 온 신경을 다 쓰고 있는 마당에 건설회사 사장을 외부에서 만나는 것이 모양이 더 안 좋을 것 같아 사무실로 부른 것이다.

“알았어. 몇 시쯤 시간이 나겠는가.”

“오후 세 시쯤이 좋겠군.”

이들의 이야기는 음미해 볼 필요가 있는 대화다.

이렇게 해서 둘이는 청장 사무실에서 만났고 손청장이 길사장에게 정보를 주었다.

그래서 대강의 수주정보는 대영보다 일찍 알고 있었다.

청장에게 결재를 받으러 올라올 때 결재 내용을 설명하려고 요약한 부전지를 부치는데 그렇게 부치는 부전지를 받아두었다, 복사본을 태림 길 사장에게 건네준 것이다.

청장을 통해 태림이 어느 회사보다도 일찍 수주 정보를 알고 있지만, 문제는 전체 공사비와 터널 전체, 교량 전체, 토공 전체, 횡단구조물 전체 등과 같이 대분류되는 공사비는 아는데 각 터널 한 개, 교량 한 개 같은 각 단위 공사 당 각각의 공사비와 단위 공사의 품목을 구성하는 각 공종 별 세부 내역의 공사비 즉 세부 내역서의에 내용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길 사장이 손 청장에게 그것도 요구했지만 전 같으면 누구든 시켜 내역서 복사본을 만들 수 있었으나 박국장이 저러고 있는 상태에서 내역서 복사본을 만들어 줄 수는 없는 입장이다.

요약 부전지도 길 사장을 생각해서 손 청장이 준비한 것이다.

그래서 세부 내역을 알려고 하면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계림건설에서는

경기지방 국토관리청 건설관리 실장을 잘 아는 김우식 전무가 나섰다.

김우식 전무와 건설관리 실장인 김삼남은 친구 이상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김삼남 실장은 초등학교부터 대학을 졸업해 취직하기 전까지 김우식 전무의 집에서 양자나 종업원 같은 생활을 했다.

우식과 삼남은 이웃에 살았다.

우식이네는 마을에서 양조장을 경영해서 몇 안 되는 부자 측에 들었고 삼남이는 우식이네 집에서 숙식을 하며 양조장 일을 도우며 학교를 다녔다.

북에서 피난을 내려온 삼남이네는 아버지가 일찍 삼남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돌아가시고 홀어머니 밑에 맏아들인, 삼남이와 남동생과 여동생이 있었다.

남겨 놓은 재산도 없이 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삼남이네는 어머니의 품팔이로 겨우 생활해 가는 형편이었다.

학교 육성회장인 우식의 아버지가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공부도 잘하는 심성 고운 삼남이를 귀엽게 보아 삼남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는 때부터 우식이네 집으로 불러들여 잔심부름을 시키며 초등학교를 나오게 하고 중학교 때부터는 양조장 일을 돕게 하며 고등학교를 보냈다.

그래서 우식이네 집에서는 삼남이를 아들과 같이 생각을 했고 우식과도 형 동생 하며 잘았다.

우식도 삼남을 좋아해서 자기보다 한 살이 많은 삼남을 형이라고 불렸다.

삼남은 대학에 들어가고부터는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두 동생 뒷바라지를 해야 하는 형편이라 아직 우식의 아버지 도움을 받아야 했고 건설교통부에 취직하고서야 독립했지만, 그 후로 지금까지도 우식의 아버지를 아버님이라고 부르며 고향에 내려갈 때면 우선으로 찾아뵙고 있다.

삼남과 우식이 그런 사이니, 우식이 삼남에게서 수주 정보를 얻으려 하는 것도 삼남이 우식을 도우려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일지 모르고 계림에서는 지금까지 그 줄을 통해 경기지방 국토관리청에서 발주하는 공사의 필요한 수주 정보를 얻은 것이 많았다.

더욱이 박성국이 도로시설국장으로 오기 전에는 김삼남이 도로시설국장을 하고 있었던 관계로 계림은 삼남의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이번에도 김우식 전무가 일천만 원의 돈을 들고 삼남을 찾았다.

소금을 먹은 놈이 물을 켠다고,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기름이 들지 않으면 잘 돌아가지 않는 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계림의 로비 액수가 이렇게 커진 것은 지금의 전현철 사장이 사장 자리에 오르고부터이다.

계림의 로비는 전현철 사장이 사장 자리에 오르고 나서 계림에서 수주하려고 마음먹은 공사를 위해 예상되는 공사비에 비례해 일정한 액수를 로비자금으로 책정되고 그렇게 책정된 로비자금은 아끼지 않고 사용하고 그 로비 금액의 2/3에 해당하는 금액은 로비 초기에 지출한다.

수주는 로비자금으로 쓰는 액수에 비례한다는 것이 전 사장의 지론이다.

즉 로비 대상자를 잘 고르고 선택된 대상자가 계림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도록 대가를 지불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30위 밖에 있던 계림이 전현철이 사장이 된 지 5년 만에 건설업계에서 3위의 자리에 오르는 굴지의 회사로 급부상했고 그리곤 이삼 년만에 태림과 2,3 위를 타투는 회사가 됐다.

일천만 원의 로비 자금을 받은 삼남은 우선 공사 과장을 밖으로 불러냈다.

지금의 공사 과장은 삼남이 도로시설국장으로 있을 때 6급 주사였던 사람을 삼남이 과장으로 진급시켜 준 사람이다.

그래서 공사 과장은 직속 상관인 박국장 보다 삼남을 더 따르는 입장이다.

공사 과장을 불러내어 오백만 원을 넘겨주고

“박과장! 00도로 건설공사 수주 정보 좀 알아봐.”

하고 삼남이 말했다.

6급 주사 때부터 이렇게 수주 정보와 관련한 일이 생기면 자기를 믿고 도움을 청하며 또 그때마다 경제적으로도 쾌 많은 도움을 주고 과장으로 진급하는 데도 힘을 써준 건설관리 국장인 삼남을 공사 과장은 자연 도와줄 수밖에 없다.

삼남이 주는 돈을 받으며

“이렇게 번번이 감사합니다. 국장님이 말씀하시지 않아도 알려드리려고 했지만, 국장님도 아시다시피 박국장이 00도로 건설공사에 관련된 자료는 모두 다 가지고 하도 단단히 관리해서 현재는 어떻게 해볼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나는 대로 알아보겠습니다.”

“그래. 당장은 아니더라도 기회 나는 대로 알아봐. 너무 늦으면 안 돼. 그렇다고 안되는 것을 너무 무리하면 사고를 일으키게 되니까 조심하고.”

“알겠습니다.”

그러고 나서도 삼남은 가끔 업무협의 차를 핑계로 시설국장 실에 가서 박국장과 이야기하며 무슨 정보라도 얻어 보려고 했지만 별무신통이다.

뒤늦게 입찰자격을 얻어 00도로 건설공사 수주 경쟁에 뛰어든 정우건설은 이상하게 경기지방 국토관리청과의 인연이 별로 없다.

그동안 다른 지방 국토관리청에서는 여러 번 일해 수주 정보를 부탁할 만한 과장, 국장 등 아는 사람들이 많으나 경기지방 국토관리청의 공사에는 입찰에 참가는 해왔데, 번번이 떨어져 일도 몇 번 하지 못했고 그것도 몇 해 전 일이라 일할 그때 사귀었던 사람들도 다른 곳으로 전근 가고 6급인 계장급 몇 사람만 남아 있다.

그래서 눈을 돌린 곳이 00도로 건설공사의 설계를 수주하여 설계한 설계사무소이다.

00도로 건설공사를 설계한 삼한 설계사무소의 소장이 정우건설 정전무와 동서지간이다.

정전무가 훨씬 손위인

그래서 정우건설에서는 설계사무소에서 정보를 얻기로 결정하고 정전무를 설계사무소에 보냈다.

공사 예정가격이 설계사무소에서 납품을 받을 때 결정된 공사금액 그대로 되는 것은 아니더라도 설계사무소에서 수주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90% 이상 정확한 것을 얻을 수 있겠지만 국토관리청에서 그렇게 심하도록 보안에 주력하는 수주 정보를 설계사무소를 통해서 얻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발주청에서 수주 정보가 새 나가지 않도록 하라고 주의도 많이 주지만 발주청에서는 자체적으로 그렇게 심하게 단속해서 수주 정보가 새어나갈 수가 없는데 수주 정보가 밖으로 샜다면 그것이 나갈 수 있는 곳은 설계사무소뿐이 없기에 이런 때 수주 정보가 외부로 샜다면 설계사무소가 의심받게 되고 그렇게 되면 설계사무소 문을 닫아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에 이런 형편에 설계사무소에서 수주 정보를 알아낸다는 것은 삶은 호박에 이도 안 들어갈 소리이다.

그러나 국토관리청 쪽에 연고가 마땅치 않은 정우에서는 설계사무소 쪽으로 방향을 잡을 수뿐이 없다.

정우건설의 정전무가 설계사무소로 황소장을 찾아갔다.

못처럼 찾아온 손위 동서를 설계사무소장이 반갑게 맞는다.

“바쁘신 형님이 오랜만에 여기는 무슨 일이세요?”

이즈음에 방문한 정전무에 방문 목적을 대강은 눈치를 채고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그런 목적이 아니기를 기대하며 설계사무소장이 묻는다.

“지나가는 길에 들렀네. 그래. 사업은 잘 되냐?”

정전무도 일단 늦춘다.

“그냥 밥이나 먹고 살지요.”

“이번에 설계한 것만으로도 몇 년은 좋게 지낼 것인데 무얼 그렇게 엄살이야. 잘된다면 누가 달라고 할까 봐”

정전무는 가볍게 힐난하며 은연중 자기의 뜻을 비친다.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은 형님이 더 잘 아시면서.”

“내가 알긴 무얼 아나?”

“형님은 오랜만에 오셔서 왜 시비만 거세요.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어서 오신 것 같은데 무슨 일이세요?”

자꾸 시비조인 정전무의 말에 황소장이 힐난 비슷하게 묻는다.

“자네 날 좀 도와주어야겠어.”

“무엇을요?”

“사람! 알면서 왜 이래?”

“말씀을 안 하셨는데 어떻게 알아요? 내가 독심가도 아니고, 말씀을 하셔야 알지.”

황소장도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정전무의 의도를 짐작하지만, 도와줄 수도 없는 형편인데 정전무가 사실대로 이야기하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이야기를 꺼내 못 도와주겠다고 말하는 것은 피하고 싶어 이렇게 묻는다.

“그래? 그러면 내가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하지. 이번에 자네가 설계한 00도로 건설공사 내역서 좀 빌려줘.”

“아이고! 형님 삶은 호박에 이도 안 들어갈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세요. 지금 그것 때문에 경기지방 국토관리청에서 얼마나 신경을 쓰는데요. 거의 매일 전화를 해서 확인하고 자기네는 철저히 보안 관리를 하고 있어 정보가 새는 일이 있을 수가 없으므로 정보가 새면 무조건 설계사무소에서 나간 것으로 알 테니 보안에 만전을 기하라고 엄포를 놓고 있어 우리도 00도로 건설공사 관련 서류는 일체 한 Box에 넣고 자물쇠를 채우고 봉인해서 누구도 접근 못 하게 관리하고 있어요.”

“그래도 어떻게 좀 해봐. 잘못하다간 내 모가지 떨어지게 생겼어.”

정전무가 지나치게 엄살을 떤다.

“형님 사정이 아무리 딱해도 지금은 어쩔 수가 없어요.”

“정말 안 되는 거야?”
“네! 정말 안 돼요.”

황소장이 정색하고 말한다.

“이 사람아! 안 된다고만 하지 말고 어떻게 되게 하는 방법을 찾아봐.”

“글쎄요. 전에도 지금처럼은 아니지만, 꽤 심하게 단속하다가 나중에는 느슨해 졌는데. 이번에는 어떨지 모르지만 좀 기다려 보죠. 또 모르니까.”

“알았어. 꼭 신경을 쓰고 있다가 기회가 오면 알려줘야 해. 내가 섭섭지 않게 할께.”

“알았어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정전무의 요구를 전연 들어줄 수 없던 설계사무소장은 이렇게 손위 동서를 구슬려 돌려보내며 진땀을 뺐다.

신우건설에는 공사과 6급 계장인 나계장과 고향 친구인 한부장이 있다.

공사를 발주하고 시행하는 부서 공사과에 실무인 나계장과 한부장은 아버지들끼리도 친구고 자기들도 어릴 적부터 같은 초등학교와 중, 고교를 나온 막역한 친구 사이로 두 사람은 적어도 한 달에 한두 번은 만나 회포를 푸는 그런 사이다.

그런 한부장이 나계장을 술집으로 불러냈다.

이렇게 가끔 만나온 사이라 처음엔 수주 정보 때문에 만나자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전연 없지 않으나 일상적으로 매달 이맘때 만나왔으므로 나계장은 편안한 마음으로 술집으로 나갔다.

술이 몇 순배 돌고 어느 정도 분위기가 고조되자 술을 따르던 아가씨들을 모두 밖으로 내보내고 한 부장이 말했다.

“나계장! 나 좀 도와 줘.”

한부장의 느닷없는 말에 나계장은 역시 하고는

“뚱단지같이 갑자기 무슨 말이야?” 나계장은 모르는 체하고 이렇게 묻는다.

“너도 아는 바와 같이 이번에 우리 회사도 00도로 건설공사 입찰 자격을 얻었잖아. 그래서”

여기까지 말하자 나계장이 그 말을 가로채어

“나한테 00도로 건설공사 수주 정보를 달라는 말이구나.”

“그래! 부탁 좀 하자.”

“너는 말도 못 들었니? 우리 국장이 모든 서류를 다 갖고 통제하고 있다는 말.”

“듣기는 들었지. 그렇지만 너는 직접 설계를 담당했으니 어떻게 좀 안 될까?”

“그런 사정을 알면서 나에게 수주 정보를 달라고 부탁하냐?”

나계장이 힐난조로 말한다.

“어떻게 안 되겠냐?”

“어떻게 되냐? 모든 서류를 국장이 보관하고 있는데. 안 돼.”

“그러면 할 수 없지. 알았다. 좋은 기회였는데.”

“무슨 말이야?”

“응! 수주 정보를 알아 오면 이번 인사 때 날 이사로 진급시켜준다고 우리 전무가 약속했거든.”

“그래? 네 말대로 좋은 기회긴 한데 지금으로서는 어쩔 수가 없다. 우리 과에는 00도로 건설공사와 관련된 서류는 하나도 없으니까. 미안하다.”

“미안하기는. 도리어 내가 미안하다. 뻔히 알면서 무리한 부탁을 해서. 잊어버리고 술이나 먹자.”

그리고 다시 술자리가 계속되었다.

그리고 다음 날 저녁 집에 있는 한부장에게 나계장이 전화를 했다.

“어제저녁 술 잘 먹었다. 그런데 어제 네가 한 말 정말이냐?”

“무슨 말?”

“00도로 건설공사 수주 정보를 알아 오면 너 진급시켜준다는 말.”

“전무가 그렇게 말했어. 그런데 안 된다면서,”

“꼭 설계서가 아니고 내가 설계 감독하며 필요해서 적어 놓은 것을 보니까 꽤 정보 거리가 될 것 같은데 이것이라도 좋다면 줄 수 있어.”

“그래? 고맙다. 언제 줄 수 있니?”

“내일 저녁에 만나자.”

이렇게 해서 다음 날 저녁 나계장에게서 받은 자료는 나계장이 설계 감독하며 필기한 내용과 생각나는 대로 모은 것으로 대체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데는 쓸 만한 것이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여 역시 내역서가 있어야 하는 형편이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무혈 | 작성시간 24.04.07 즐~~~~감!
  • 답댓글 작성자우뢰소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4.12 무혈님!

    감사합니다.
    며칠 어디 좀 다녀오느라 연재가 늦었습니다.
    미안합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