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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소설방

[소설김삿갓] 7. 人到人家不待人

작성자씨약씰|작성시간24.05.10|조회수60 목록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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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人到人家不待人

 
물을 건너고 산을 넘어 한 마루턱에 올라서니
산골치고는 제법 어지간한 마을이 내려다 보였다.
尹富者집이 아마도 저 집인가 보다. 안채는 기와를 올렸고
사랑채는 초가인 반 기와집이 마을 한가운데 덩그렇게 자리하고 있어서
그만하면 나그네의 하룻밤을 의탁할 만해 보였다.

기꺼이 내려가 하루 밤 자고 갈 것을 청하니 60쯤 되어 보이는 주인은 나와 보지 않고
사랑문을 열고 내려다보면서 손을 휘휘 저으면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것이 아닌가.

어찌 이럴 수가 있을까.

   사람이 사람 집에 왔건만 사람대접을 안 하니
   주인의 인사가 사람답지 못하구나.

   人到人家不待人
   主人人事難爲人

입 속으로 주인의 非人事를 중얼중얼 나물해 보지만 그것으로 잠자리가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김삿갓은 염치 불구하고 다시 한 번 간청해 본다.

"영감님! 하루 밤만 자고 가게 해 주십시오.
날이 저물었는데 이 댁이 아니면 자고 갈만한 데가 없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안에서 아들인 듯싶은 두 젊은이가 나와 삼부자가
한 패가 되어 손을 내두르면서 냉큼 나가라고 호통을 친다.

어이 없이 발길을 돌려 나오는데 때마침 어디선가
 두견새 우는 소리가 구슬피 들려오고 있었다.
  
   석양 무렵 남의 집 사립문을 두드리니
   주인은 거듭 손을 내 저으며 어서 가라네.
   두견새도 야박한 인심 알았음인가
   돌아가는 게 좋으리라고 숲에서 울어 대네.

   斜陽叩立兩柴扉
   三彼主人手却揮
   杜宇亦知風俗薄
   隔林啼送不如歸

"尹가라, 소축자(丑)에 꼬리를 느린 것이 尹자렸다.
그래서 옛날부터 윤가를 <소>라고 일러 오지 않았던가.
명절 때면 수난을 당하는 것이 소인데 지난번 단오절에는
무사히 넘겼나 보다마는 돌아오는 추석은 어찌 넘기려느냐."

윤 부자네 집에서 냉혹하게 쫓겨난 김삿갓은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욕이 저절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남에게 악담을 해 본일 없는 김삿갓이건만
윤부자네에 대해서는 악담이 절로 나와 소리 높여 다시즉흥시를 한수 읊어 댄다.
  
   동림산 기슭에 봄 풀이 욱어져
   큰 소 작은 소 긴 꼬리 휘두르네
   오월단오는 근심 속에 넘겼지만
   추석명절이 또한 두렵지 않느냐.

   東山林下春草綠
   大丑小丑揮長尾
   五月端陽愁裡過
   八月秋夕亦可畏

지독한 악담이었지만 치밀어 오르는 울분을 그렇게 諷刺 해서라도 달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그렇지만 날은 어둡고 배는 고파 더는 걸을 수가
없었다. 20리쯤 가면 서당이 있다지만 그 말도 믿을 수가 없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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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지키미 | 작성시간 24.05.11 즐감하고 감니다
  • 작성자무혈 | 작성시간 24.05.11 즐~~~~감!
  • 작성자씨약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5.12 발길을 돌려 나오는데 때마침 어디선가
    두견새 우는 소리가 구슬피 들려오고 있었다...

    들려 주신 지키미님.무혈님 감사합니다.
    늘~건강하세요.
  • 작성자구리천리향 | 작성시간 24.05.12 잘 보고 갑니다
  • 답댓글 작성자씨약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5.13 다녀 가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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