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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소설방

뇌려타곤(懶驢駞坤)< 5 부> -136

작성자눈동자|작성시간24.04.24|조회수201 목록 댓글 11

"으, 쓰라려---." 
침상 위에 누워 있는 사내의 입에서 그 말이 흘러나오고 있어도 옆에 서 있는 두 여자는 우두커니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을 뿐이었다. 
살갗이 벗겨져 있는 정도의 상처였지만 기이하게도 그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었다. 소구는 침상 옆에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 상처를 바라보는 두 여자, 취하와 취앵이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럴 때는 약이라도 발라 줘야 하는게 그녀들의 일일텐데 그녀들은 약도 발라줄 생각을 안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녀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기는 여전했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추워서 오들오들 떠는 시간을 보내야 하는 소구였다. 기절한 곳은 개봉의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복우산이었지만, 깨어나 보니 개봉에 있는 집이었다. 집이란 말이 주는 다정함은 간데 없고 소구는 한 여름날 자신의 방에 누워 있기에 오들오들 떨고 있어야 했다. 소구는 불만이 가득한 눈으로 자신의 두 하녀 취하와 취앵을 바라보다 고개를 옆으로 획 돌리고 사람의 신경을 빡빡 긁어대는 말을 토해냈다. 
"지금 내 상처 보이지? 이 상태로는 너희들과 그 일을 할 수 없다고--, 상처가 빨리 나으려면 너희들이 방에서 나가 있어줘야 되지 않겠어?" 
한번 잠이 들면 옆에 벼락이 떨어져도 깨어나지 않았던 소구였지만, 너무 추워서 잠에서 깨어나고 다시 잠을 청하려고 해도 계속 몸이 떨려서 잠을 잘 수가 없는 그였다. 지금은 취하와 취앵을 밖으로 내 보낼 때였다. 
고개를 돌린 채 말하는 소구의 모습을 내려다보는 두 여자는 서로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도련님은 우리한테 들어야 할 것이 무척 많은데요. 전 북해빙궁의 궁주라는 할아버지가 도련님에게 알려주라는 구결이----." 
취하가 예의 무표정한 얼굴에 무감각한 어조로 소구의 말을 받아쳤다. 
"나중에 들을래! 너희들은 제발 나가 있어라! 너희들 때문에 잠도 못 자잖아?! 이 상처가 빨리 나아야 너희들을 정상적인 몸으로 만들던 말던 하지!" 
소구는 고함을 내질렀다. 그녀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기는 너무 차가웠다. 보통 사람이라면 상처를 입고 그녀들과 같이 있다간 나을 상처도 안 낫고 그대로 죽음에 이르게 될 것이다. 
취하와 취앵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감정보다는 이성이 앞서는 그녀들이었다. 소구의 말이 옳다는 것을 그녀들은 알고 있었다. 지금은 상처가 빨리 났도록 소구와 떨어져 있어야 했다. 
"그럼 우리는 백초당을 보호하고 있을 게요." 
취앵이 대답하고 취하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그녀들의 신경을 긁는 말이 또 한번 뒤에서 들려왔다. 
"나가는 길에, 라리슈카 불러와." 
표정이 거의 없던 취하와 취앵의 얼굴 위에 표정이라는 것이 떠올랐다. 분노, 체념, 원망--이런 감정들이 뒤섞여 있는 그런 얼굴을 하고 고개를 돌린 취하와 취앵은 침상 위에 누워 고개만 들고 자신들을 바라보는 소구를 바라보았다. 
"왜?" 
"아니오, 알았습니다." 
무언가 말하려고 하던 취하는 그렇게 대답하고 바로 밖으로 나왔다. 
"지붕 위에 올라가 있자." 
"그래." 
그녀들의 짧은 대화는 끝이 나고, 그녀들은 가는 길에 방수련이 머물고 있는 건물을 스치고 지나갔다. 

방수련의 신혼 방에 있는 라리슈카는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눈앞의 책을 노려보았다. 지금 그녀가 보고 있는 책은 그녀가 생전 처음 보게 되는 종류의 책이었기에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림도 들어 있는 책이었지만 그녀가 보던 아주 알기 쉬웠던 기녀원의 춘화도나 방중술을 기록한 책하고는 너무나 다른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었다. 
'도대체 이게 뭐라고 써 있고, 뭐 하라는 내용이야?' 
속으로 투덜거리면서 그녀는 건너편에 앉아서 수를 놓고 있는 방수련의 눈치만을 살피고 있는 라리슈카였다. 아무리 보아도 내용을 알 수 없는 라리슈카는 책을 보는 척하며 방수련의 눈치만을 살피고 있을 때 그녀의 귀를 파고 드는 소리가 있었다.   
'소구 도련님이 찾아, 어서 방으로 가 보라고.' 
방화련에게서 무언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던 라리슈카는 화들짝 놀라서 벌떡 일어섰다. 
"왜 그러는 거야?" 
"작은 마님, 제 귀에 이상한 목소리가 들렸어요. 소구 도련님이 찾는다고 방으로 가 보라고 하는 목소리가---?" 
"흠-- 그래? 누가 전음을 날렸는가 본구나, 누구 목소리인지 기억 할 수 있어?" 
"여자 목소리였어요. 그 차가운 기운을 뿜어내는 언니들 중의 한 명 같은데---?" 
"일단, 지금은 소구에게 가보아야겠구나. 소구 녀석 부상을 입은 상태니--." 
그렇게 말을 하는 방수련은 라리슈카의 얼굴 위로 떠오르는 기쁨의 미소를 발견하면서 방수련은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전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방수련의 말이 끝나기가 무서웠다. 그녀가 인사하고 밖으로 빠져나가려고 하는 것은--. 
그런 라리슈카의 모습을 보면서 방수련은 재빨리 입을 열었다. 그래서 그녀의 말이 끝날 때까지 라리슈카는 문가에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서 방수련의 말을 들어야 했다.   
"라리슈카, 좋아할 것 없어. 내가 없다고 해도 넌 이것을 날마다 연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소구한테 가 있는 다고 해도 내가 매일 가서 연습을 했는지 검사 할 것이다. 그만 가 봐라." 
방수련의 말은 그렇게 끝이 나고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그녀의 방을 빠져 나온 라리슈카는 고개를 흔들며 진저리를 쳤다. 
기녀 생활을 하던 라리슈카였다. 어떻게 하면 남자를 즐겁게 해주고, 어떻게 하면 좀 더 예뻐 보일 것인가만 생각하면 되었던 생활을 하던 그녀에게, 백초당의 생활은 시작부터 험란했다. 그녀가 전혀 접해 보지 못한 무공 수련이라니----. 

방 안에 남아 있던 방수련은 라리슈카에게 보여 주던 혈도와 경맥의 그림이 담겨 있는 책자를 다시 덮어서 금고 속에 넣어두면서 중얼거렸다. 
"남편도 하루종일 바쁘게 일하고--, 혼자 있기는 심심하고--. 나도 소구한테 가 볼까? 라리슈카도 이제 백초당의 여자가 되었으니, 노리는 자가 생길 테니 미리 대비를 해 놓아야지. 다른 사람만 믿고 있다간 내 꼴 날 테니--. 그런 의미에서---."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책자를 넣어 둔 금고를 바라보았다. 그 안에는 방수련의 보물들이 들어 있었다. 그 중에는 이름만 들어도 무림인들 사이에 피바람이 불만한 무공에 관한 책자들도 여러 권 들어 있었고, 그녀는 그 중에서 조금 전 넣어두었던 책자를 꺼내들고 방 밖으로 나서면서 중얼거렸다. 
"빠른 시간 내에 무공을 터득시키려면 하루도 중단 할 수 없는 일이지---." 
방수련은 말하면서 자신의 방을 빠져 나와 동생 방소구의 방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 시간 라리슈카는 부엌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정말 이곳에 와서 하루도 편할 날이 없구나, 첫째 날은 두분 언니의 몸이 너무 차가워서 머물 곳에 머물지 못하더니--. 둘째 날부터는 웬 무공 수련이냐? 집안 일이나 조금하고 침실 시중만 들어주면 되는 생활인 줄 알았더니--?" 
그렇게 말하던 라리슈카는 당분간은 지겨운 무공 수련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얼굴에 미소를 드리웠다. 그러면서 그녀의 몸은 소구의 방이 아닌 백초당의 부엌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녀를 천한 신분에서 벗어나게 해준 그녀의 주인 방소구를 오랜만에 시중들게 되는 그녀였다. 그녀는 지금 소주의 기녀원에서 배운 요리솜씨를 발휘할 생각이었다. 단지 잠자리 시중만으로는 그녀에게 생긴 방소구의 첩이라는 자리가 위태롭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그녀였다. 확실하게 백초당의 막내 아들이자, 천하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라고 소문난 그녀의 주인 방소구에게 라리슈카가 확실히 아내 중의 한명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어야 했다. 몸이 차가워서 잠자리도 안 하는 위의 두 언니도 있고, 언제 생길지 모르는 본 부인이 있었다. 나중에라도 쫓겨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방소구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안되는 그녀였다. 

취하와 취앵을 방 밖으로 내 보내고 침실 안에 혼자 있게 된 방소구는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가슴에 난 상처를 계속 바라보았다. 가슴 한가운데 새겨진 번개무늬의 상처는 혈룡 악종진과의 결투 끝에 얻은 상처였다. 그 결투는 승리했지만 가슴에 새겨진 이 번개무늬는 사라질 생각을 안하고 있었다. 
"마음의 검--, 심검(心劍)이 준 상처는 결코 쉽게 낫지 않는구나----." 
혼천문의 수련을 쌓으면서 몸에 상처가 나는 일이 벌어져도 흉터하나 없이 아주 빠른 속도로 상처가 사라지는 것을 경험했던 소구였다.   
그러나 이번만은 아니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던 소구가 내린 결론은 이 상처가 심검에 당한 상처이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같은 무공으로 싸우게 된 상대였다. 잘못되었으면 심장까지 이 상처가 파고 들어왔을 것이다. 상처가 피부 위에만 머무른 것은 악종진보다 소구의 심검에 의한 뇌격일섬이 빨랐고, 혼천문의 극악한 훈련은 신체를 단련시키는 일에 소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생각에 빠져 있던 소구의 정신을 깨우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으리, 저 왔어요." 
머리가 금색인 여자가 손에 쟁반을 받쳐들고 방안으로 들어오면서 소리치고, 쟁반에서 나는 구수한 냄새에 소구는 지금까지 생각하던 것은 모두 잊어버리고 관심은 오직 라리슈카가 가져온 쟁반에 쏠렸다.   
"그게 뭐냐?" 
눈짓으로 쟁반을 가리키며 소구가 물었다. 소반으로 가리고 있어서 쟁반 위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냄새는 소구의 식욕을 자극하고 있었다. 
탁자 위에 쟁반을 내려놓으면서 라리슈카가 말했다. 
"백초당에 새 요리사가 들어왔어요. 그가 나으리에게 받치는 요리라며 이것을 가져다 드리라고 했어요." 
"그래? 냄새가 참 좋아. 요리 이름이 뭔지 알아?" 
"어향육사(魚香肉絲)라고 들었어요. 그 요리사가 자신이 가장 자신 있어하는 요리라며 이것을 주었어요." 
라리슈카의 말을 들으면서 소구가 상체를 일으켜 세우려고 하자, 라리슈카가 재빨리 침상에 엉덩이를 걸치고 소구의 상체를 받쳐 안으면서 말했다. 
"지금은 몸이 불편하시니 가만히 있으세요. 제가 먹여 드릴 테니." 

방수련은 짜증이 어린 얼굴로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언니 방화련을 바라보았다. 
한 손에 갈색의 호로병을 들고 갈색의 무복을 입고 앞을 가로막고 있는 방화련은 지금 취권이라는 권법을 연습하고 있는 중이었다. 
비틀비틀 거리면서 취권의 투로를 따라 몸을 움직이는 방화련은 이미 많이 취한 상태였다. 방화련은 하늘도 돌고 땅도 돌고 앞에 서 있는 동생 수련이도 돌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지만 실제로 돌고 있는 그녀 자신이었다. 그러다가---. 
"호호, 어떠니? 너도 취권을 -- 딸국--- 한번 ----." 
말하다 말고 그녀는 정말로 비틀거리면서 땅으로 쓰러져가기 시작했다. 
"언니 너무 취했어. 어서 방으로 들어가서 쉬어." 
방수련는 재빨리 언니 방화련을 부축하면서 말했다. 
"내 방에는 나 혼자뿐이라 너무 외로워. 자식도 다시 볼 수 없----." 
말하다 말고 방화련은 술에 취해 그대로 잠이 들어버리고, 방수련은 난감한 얼굴로 그런 언니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마당에 이대로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는 수 없지." 
그녀는 한숨을 내쉬면서 말하다가 언니를 안아들었다. 
그런 연유로 부엌에 들린 라리슈카보다 늦게 소구의 방에 도착한 방수련은 눈꼴이 시다는 표정을 지으며 침상 위의 두 사람 라리슈카와 소구를 바라보았다. 
"자, 아 해 보세요." 
소구는 라리슈카의 가슴에 상체를 안긴 채 그녀가 먹여주는 음식을 받아먹고 있는 중이었다. 
"아--아." 
소구의 크게 벌린 입속으로 라리슈카의 젓가락에 매달린 어향육사라는 이름의 가늘게 썬 돼지고기가 들어가고 있었다. 
우물우물 거리며 음식을 입에 삼킨 소구는 불만 어린 표정을 지으며 문쪽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야, 누나?" 
"이 책에 적힌 것을 이제 네가 라리슈카에게 가르쳐 주거라. 네 여자니까 네가 가르쳐." 
"할일도 없는 누나가 가르치지 그래? 난 언제 밖에 나가야 할지 모른다고." 
"집에 있는 동안은 네가 가르치거라. 운룡회의 무리들은 백초당에 속한 모든 사람을 노리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 
그렇게 말하면서 침상 옆으로 다가선 방수련은 툭하니 소구의 가슴 위에 책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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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다락방 | 작성시간 24.04.26 감사합니다
  • 작성자그랜빠 | 작성시간 24.04.26 즐감
  • 작성자티타임 | 작성시간 24.04.26 즐독 입니다
  • 작성자지키미 | 작성시간 24.04.26 즐감하고 감니다
  • 작성자나또한 | 작성시간 24.04.29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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