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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소설방

기인총사 1권 7장-1

작성자눈동자|작성시간24.04.24|조회수281 목록 댓글 20

7장 대리화(代理花)의 전설

"어... 어떻게 욕망지화를 굴복시켰지요?"
녹상은 태연히 욕망관에서 걸어나오는 천우를 보며 넋을 잃은 표정으로 물었다.
천우는 히죽 웃으며 자신의 입술을 가리켰다.
"녹상낭자, 남녀의 일이란 기묘한 것이라오. 그녀는 아름다웠고 마력적이었으나 입맞춤 기술이 조금 부족한 것 같았소.""......!"
녹상의 얼굴이 빨개졌다. 녹상은 천하의 내노라 하는 고승들도 하나같이 극심한 욕정에 사로잡혀 내공진기를 모두 고갈당한 채 죽었거늘 하물며 약관의 이 한낱 유약한 서생 같은 천우가 욕망화를 꺾었으리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게... 무슨 뜻이죠?"
천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별일 아니라는 듯이 약간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실전된 유마소혼접이신공을 익혔소. 그것은 오백 년 전 소혼마궁(逍魂魔宮)의 소혼마희(逍魂魔姬)의 전설적 마공이었소. 남자와의 접촉으로부터 상대의 공력을 빼앗는 무서운 신공이오.""......."
"그런데 거기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소. 그것은 절대로 시전자가 흥분하면 안된다는 것이오. 만약 그렇게 될 경우 상대의 공력을 흡수하기는커녕 도리어 자신의 공력을 빼앗기고 마는 것이오.""그... 그럼!"
녹상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의 머릿속이 갑자기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해지고 있었다.
"후후... 사실 나 같은 바람둥이를 만난 것이 잘못이었소. 그녀는 나와 입맞춤 하면서 그만 나의 기술에 넘어갔던 것이오."맙소사......!
그렇다면 도리어 천우가 욕망지화를 달아오르게 하였단 말인가? 녹상은 도저히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성의 한계에 봉착하게 되면 그일을 아예 믿으려고 조차 하지 않는 법이다. 녹상도 마찬가지였다.
"그럴 리가......."
"후훗... 조금 불쌍해지더군. 그래서 그녀의 공력을 반쯤은 남겨 두었소."녹상은 눈 앞의 능글능글한 청년에 대해 불가사의한 느낌을 받았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아니, 사실이 아닐 수가 없는 것이다. 어쨌든 상대는 무사히 욕망관을 통과하지 않았는가?'사... 사람도 아니다...! 도리어 욕망화를 욕망에 사로잡히게 만들다니.......'그녀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두려움과 알 수 없는 호기심이 동시에 치솟는 것을 느꼈다. 여인의 마음이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천우, 대체 눈앞의 이 사람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저 유약하고 조금 바보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이 사람의 진정한 내력은 무엇일까.
실상 천우가 욕망화를 꺾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마왕성의 지하서고 지장서고에서 수많은 마도의 비전(秘傳)을 익혔다. 그 중에서 그는 희대의 색경(色經)을 읽은 적이 있었다.
- 음양천락경(陰陽天樂經).
칠백여 년 전.
무림에는 하늘의 저주를 받고 태어난 괴인이 있었다.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반남반녀(半男半女)의 음양지체(陰陽之體)였다.
그는 낮에는 남자로 밤에는 여자로 변했다. 특수한 체질로 인해 그는 어릴 적부터 괴물 취급을 받았으며 숱한 학대와 멸시를 받고 자란 탓에 인간을 증오하게 되었다.
그 후 그는 인간에 대한 증오심이 복수로 화해 희대의 악마가 되었다. 자신의 몸에 음과 양의 기운이 동시에 서려 있는 것을 이용해 희대의 색공(色功)을 터득했다.
백 년.
그는 백 년 동안 수만 명의 남녀를 그의 색공연성의 제물로 삼았다. 그의 색공은 가히 마력에 가까웠으며 한 번 그의 손에 걸리면 백 살의 노승이거나 아무리 정조관념이 투철한 요조숙녀일지라도 희대의 색마로 화했다.
음양천락경은 그의 음양비술을 적은 책자였으며 천우는 당시 그 황음함에 질려 한 번 슬쩍 보고 팽개쳤었으나 그의 천부적 두뇌와 오성은 그렇게 한 번 훑어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 색공을 파악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소혼마희는 음양천마(陰陽天魔)의 제 팔대째 제자였으니 어찌 그의 전신인 욕망화가 천우를 제압하겠는가?그녀는 임자를 만난 것이다.
"제 오화는 다섯 개의 꽃이네."
황금면구를 쓴 제사장은 면구 사이의 깊이를 알 수 없는 동혈(洞穴) 같은 눈으로 천우를 바라보며 억양이 없는 음성으로 그렇게 말했다. 
도저히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목소리와 비록 두 다리를 잃고 안락거에 몸을 의지하고 있긴 하지만 천우는 그의 몸에서 고강한 무공의 소유자임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천우는 의아해 하며 반문했다.
"사람이 아니란 말이오?"
"그렇네, 단지 다섯 송이의 꽃이네."
천우는 머리를 긁적였다. 이제 군방오화에 대한 호기심이 다 없어진 듯 그는 시큰둥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제 오관을 어떻게 통과하는 것이오?"
제사장은 기이한 신광을 번뜩이며 물었다. 
그의 신광은 보는 이로 하여금 오금을 저리게 만들 정도로 형형한 것이었다. 그러나 천우는 조금의 동요도 없이 제사장을 쳐다보고 있었다.
"자네가 군방오화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인가?"
천우는 히죽 웃었다.
"이미 말하지 않았소? 이곳의 아가씨들이 하도 선전을 하기에 한 번 시험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소이다."제사장은 신음을 흘렸다. 
"지나치게 자신이 건방지다고 느끼지 않는가?"
천우는 빙글거리며 말했다.
"지나치게 신비한 척하는 것보다는 낫소."
"자네는 노부를 모욕할 셈인가?"
"나는 욕심장이 진자방(陣子房)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오.""진자방은 노부의 주인이다. 그렇게 말하는 것은......."천우는 기이한 표정으로 제사장을 바라보았다.
"좀 더 솔직해지는 것이 좋겠습니다. 귀하는 진자방보다 더 뛰어난 인물이오.""무슨 뜻인가?"
천우는 싱긋 웃었다.
"첫째, 귀하는 죽은 진자방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이오. 그런 의미에서 진자방보다 더 무섭소.""무섭다고?"
"죽은 귀신보다 산 사람이 더 위험하지 않소이까?"
"......!"
"둘재, 진자방이 군방원을 세운 것이라 보지 않소. 군방원은 십오 년 전에 세워졌으며 그것은 당신의 작품이오. 그로 미루어 당신은 모종의 목적하는 바가 있을 것이오.""......."
"세째, 군방오화를 내세워 시험하는 목적은 알 수 없으나 이 정도의 시설과 준비를 할 수 있다면 진자방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다는 것이오.""흠... 넷째는?"
"네째, 당신은 아직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았소. 그것은 천하의 이목을 속이고 있는 것이고 그 치밀한 계획과 방법은 가히 천재적이라는 것이오."천우.
그는 이제까지와는 달리 무서운 관찰력과 추리력으로 제사장에게 자신의 의중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제사장의 동공에 기이한 신광이 번쩍였다.
그는 한참 후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했다.
"자네는 누군가?"
"천우라고 하지 않았소?"
"출신이 어디냐고 물었네."
"꼭 대답해야 한다면 이렇게 대답하겠소. 큰 뜻을 품었으나 비열한 배신자에 의해 한을 품고 세상을 하직한 정말 사나이다운 사나이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현숙한 여인의 몸에서 태어난 사생아이오."천우는 이 말을 하는 중간 중간에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의  깊은 눈동자엔 젖은 운무가 언듯언듯 감돌곤 했다.
부르르......!
제사장의 몸이 눈에 뜨일 만큼 떨렸다. 큰 충격을 받은 듯이 보였다.
"자... 자네는......!"
그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리가 없어......."
이건 또 무슨 뜻인가? 천우는 이 순간 모든 것을 눈치챈 듯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 그의 눈에서는 기이한 안광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당신 차례요."
제사장은 문득 차갑게 말했다.
"자네의 성은 정말 천씨인가?"
"내가 그렇다면 그럴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그렇지 않을 것이오. 그 대답은 미루어 두겠소이다."제사장의 눈빛이 흔들렸다. 천우의 건방진 태도에 화가 치밀기도 하련만 그는 어쩐 이유에서인지 아까와는 다른 사뭇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좋아... 굳이 대답을 요구하지는 않겠네. 허나 조만간 알게 될 것이네."천우는 더 이상 이런 일에 시간을 들이고 싶지 않다는 듯 거침없이 말했다. 제사장은 그의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제 그만 제 오관을 보여주는 것이 어떻겠소?"
제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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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지키미 | 작성시간 24.04.29 즐감하고 감니다
  • 작성자남외 | 작성시간 24.05.01 감사합니다 .
  • 작성자유수행 | 작성시간 24.05.06 감사
  • 작성자에스피 | 작성시간 24.05.14 즐감하고 갑니다.
  • 작성자다락방 | 작성시간 24.05.15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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