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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소설방

기인총사 1권 9장-3

작성자눈동자|작성시간24.05.04|조회수314 목록 댓글 20


천우는 바닷가 암석 위에 서 있었다. 초초는 그의 뒤에 다소곳이 선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천우가 물었다.
"그는?"
"공자님의 예측대로예요. 어딘가로 급히 전서구를 날리더군요."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줄 알았다. 조만간 다시 회신이 올 것이다. 너는 그것을 가로채거라."초초는 이상한 듯이 물었다.
"그럼 그가... 배신한 것인가요......?"
천우는 입가에 한 가닥 싸늘한 미소를 그렸다.
"그가 배신했는지 아니면 모두가 바뀌었는지는 가보면 안다. 그러나 예상 못한 것은 아니다."초초는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그곳에 가는 것은 기름을 뒤집어 쓰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 아니예요?""후후... 그보다 더한 악조건이라도 나는 가야한다. 왜냐면 그곳은 나의 집이나 다름없는 곳이기 때문이다.""변절자들이 그곳을 장악했다면 공자님은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천우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들에게 자신들이 얼마나 어리석었는가를 깨우쳐 줄 생각이다."그런 천우의 담대함에 초초는 싱긋 웃었다.
"공자님이라면 해낼실 거예요."
이어 그녀는 의심스러운 듯 물었다.
"그런데 그 자가 중간에서 무슨 농간을 부리지는 않을까요?""그러기에 그에게 오는 회신을 가로채야 하는 것이 아니냐?""공자님은 정말... 빈틈이 없는 분이예요."
초초는 감탄한 듯 말하고는 몸을 돌려 총총히 사라졌다. 천우는 묵묵히 망망대해를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남천신도(南天神島)... 어머님의 고향, 그러나 어쩌면 그 자에 의해 완전히 뒤바뀌어져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천우가 말하는 그 자란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여하튼 천우는 이후에 남천신도에서 일어날 일에 대해 어느 정도 선견지뇌(先見之腦)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중원에서 수천리 남해역에 위치한 천애고도(天涯孤島).
남천신도.
바로 무림에서 가장 신비로운 오대무맥(五大武脈)의 하나인 남천신목가(南天神木家)가 있는 곳이다. 
그것은 지난날 세인들이 천중오정(天中五鼎)이라 칭송하며 불렀던 다섯 명의 기재(奇才) 중 유일한 홍일점 십지천화(十地天花) 송문연(宋文燕)의 가문이었다. 
천우는 바로 십지천화 송문연의 아들이었다. 또한 지난날 마왕성(魔王城)의 성주였던 구천마왕(九天魔王) 을천겸의 아들이기도 하다. 구천마왕 을천겸의 진실한 신분은 역시 천중오정의 일인이었던 화령신군(火靈神君) 종자백(種子白)이었다.
그녀는 천중사정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그녀는 그들 중 화령신군 종자백만을 사랑했다. 그리하여 그녀는 나머지 영웅들의 애절한 사랑을 냉혹하게 거절했다. 그녀의 비극은 여기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그런데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 비열한 암계를 쓴 자가 바로 당금 무림의 황제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무황 신단기성 단목신수였다. 그는 화령신군 종자백을 죽이고 송문연을 차지하기 위해 무림정파들을 규합하여 척사멸마(斥邪滅魔)의 깃발 아래 마왕성을 무참히 짓밟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종자백을 처참하게 죽이고 송문연마저 최음약을 먹이고 욕보였다. 그 충격에 그녀는 그만 실성하고 만 것이다. 
천우의 머릿속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 어지러웠다.
남천신도와 강호의 연락을 책임지고 있던 가신(家臣)이 오 년 전 갑자기 죽고 그의 후임으로 지금의 중년인이 그를 대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천우는 이곳으로 오기 전부터 남천신도에 이상한 기류가 생겼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파악하고 있던 상태였다.
남천신가는 송문연을 제외하고는 아직도 단 한번의 강호출도도 하지 않은 신비에 싸인 무가(武家)이다. 당금 무림쟁패를 노리는 무리들이 자신들의 세력확장을 위해서라도 남천신가를 수중에 넣을 것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천노인의 후임을 득달같이 잡아 족치지 않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 후임의 중년 사내가 벌써 남천신가의 수하가 아니라면 필시 천우의 소식을 알리고 흉계를 꾸밀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천우가 남천신도로 가야만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눈에 띄지 않은 깊은 해저에 가라앉아 있는 무림의 비화, 그것이 곧 당금 무림의 폭풍의 시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는 지금 어머니인 십지천화 송문연의 유언대로 남천신도를 찾아가는 중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변했다. 본래 흑암포에는 천(千)씨 성의 노인이 있었다. 그의 죽음에서 천우는 남천신도 내에서 모종의 변화가 일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천우는 나직하게 뇌까렸다.
"외조부의 신변에 이상이 생겼다면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빠지직!
그의 발밑을 떠받치고 있던 거대한 해암이 순식간에 가루가 되었다. 천우는 태산의 위용으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천우의 눈에서는 무서운 광채가 폭사하고 있었다.
그런데 외조부라면, 십지천화의 부친이자 남천신도의 도주(島主)를 말함이리라.
천우는 몸을 돌렸다. 이제 내일이면 남천신도를 향해 배가 떠나게 되어 있었다. 그의 가슴 깊은 곳에서는 혈육을 만나게 된다는 설레임이 서서히 커져가고 있었다.
고독하게 자란 그였기에 그것도 마지막 남은 혈육을 본다는 기대로 그의 마음은 벌써 남천신도에 가 닿은 듯했다. 
어머니의 따듯한 사랑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란 그로서는 머지않은 외조부와의 상면이 무한한 격동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이었다.
과연, 그의 앞에는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신비의 섬 남천신도는 또한 어떤 모습으로 그를 반길 것인가?

 

- 제 1 권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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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nongup1 | 작성시간 24.05.06 즐감합니다
  • 작성자대보름49 | 작성시간 24.05.07 즐독
    감사합니다 ㅡㅡㅡㅡㅡㅡㅡ
  • 작성자유수행 | 작성시간 24.05.08 감사
  • 작성자에스피 | 작성시간 24.05.14 즐감하고 갑니다.
  • 작성자다락방 | 작성시간 24.05.18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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