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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소설방

기인총사 2권 14장-1

작성자눈동자|작성시간24.05.17|조회수316 목록 댓글 22

14장 사랑의 마법사

그녀는 참으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십전십미(十全十美)의 완벽한 미녀라고 남천신도 내 모든 청년들의 숭앙의 대상이었다. 그녀는 아무튼 근래의 상황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실로 이 지상에서 그녀보다 아름다운 여인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가 있었다. 또한 그것은 그녀 자신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여태껏 그녀를 본 사람은 모두 그녀의 미에 완전히 넋을 잃었다.
하나 그녀는 그러한 사실에 조금도 기뻐하거나 감격해 한 적이 없다. 그것은 단지 오랜 습관처럼 그녀에게 있어서는 지극히 당연한 일일뿐이었다. 그 덕분에 그녀는 자신을 대하는 모든 인간 자체가 한결 같다고만 생각해 왔다.
인간을 보는 그녀의 눈에는 꿈도, 동경도 담겨 있지 않았다.  아예 흥미를 잃은 것이었다.
그녀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오직 두 가지 뿐이었다.
그 첫 번째는 바로 자신보다도 더 그녀를 사랑해 주었던 조부 만생우와 그 다음으로 그녀가 유일하게 빠져들 수 있었던 의학(醫學)이었던 것이다.
조부인 만생우와 그의 영향으로 말미암아 걷게 되었던 의학의 길이야말로 그녀의 생(生)의 의미였던 것이다. 한데 연령은 지금 심한 혼란을 겪고 있었다.
'이 사람은 도대체.......'
그녀는 최근 연일 고개를 갸웃거리며 수없이 되뇌이고 있었다.정말 이런 사람은 그녀로서는 이제껏 살아오는 동안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소도주.
갑자기 나타난 이 인물이 그녀는 전혀 달갑지 않았으며 자신을 구해 준 사실조차도 실상 달갑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조부의 비참한 죽음으로 인생의 의미를 상실해 버린 것이었다. 게다가 삼안수사 호불위의 마령에 제압당해 그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최면 상태에 놓여 있었다.
그것을 일깨워 준 인물도 소도주였다. 하나 만연령은 소도주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지 못했다. 애당초 그녀에게 있어 남천신도라든가 신목가는 전혀 의미가 없었던 때문이었다.
한데 이 순간 그녀의 머리 속에는 소도주에 대한 생각으로 크나큰 혼란이 일고 있었다.
소도주라는 인물은 지금까지 그녀의 주위에 몰려 있던 인물들과는 차원이 달라도 아주 달랐다. 모든 사람이 그녀를 여신(女神)을 우러러보듯 넋을 잃던 미모를 그는 마치 투박한 항아리 보듯 하는 것이 아닌가?필시 그의 눈이 삐었던가 머리가 이상하던가 할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소도주는 무서울 정도로 현명한 사람이었다. 신목부에서 그가 행하는 일을 보고 만연령은 금시 그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평소 오만하기 그지없던 만기서군도 그에게는 감복해마지 않는 눈치인데다, 미치광이 같던 십무광사조차도 그에게만은 쩔쩔매고 있지 않은가?소도주는 그만큼 한치의 빈틈도 오차도 없는 위인이었다.
하나 항상 그의 얼굴에 떠있는 멍청한 웃음은 어찌보면 정말 어리석어 보이기까지 하다. 만연령의 의식은 집요하리만큼 그를 파헤치려 하고 있었다.
한데 그녀는 도무지 그에 대해 몰두한 만큼 헤아릴 수가 없었다. 깊이를 전혀 잴 수 없는 특별한 존재, 그가 바로 소도주였다.또한 그가 지닌 그 특별함이야말로 만연령이라는 천하제일의 미녀를 진정한 여인(女人)으로 변모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만연령은 부지불식간에 이 소도주라는 인물에게 빠져 있었다.그것을 증명하듯 그녀의 눈길은 한시도 소도주에게서 떠나지 못했다.
그녀는 자유롭게 신목부에서 행동할 수가 있었다. 아무도 그녀를 간섭하는 이는 없었다. 하나 그녀는 흡사 자석인 양 소도주를 따라다녔다. 
그를 제외한 그 누구의 눈길도 그녀는 의식하지 않으려는 듯했다. 단지 그녀가 거북해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한 소녀에 관한 것이었다.
초초라던가?
그 소녀는 결코 곱지 않은 시선으로 자신을 노려보며 가끔씩 무어라고 중얼거리는 것을 보았다. 하나 만연령은 그것조차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바로 소도주였지 그를 따르는 초초가 아니었다. 그는 도시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녀를 단 한 번도 바로 쳐다보아 준 적이 없었다.
마침내 그녀는 정말 화가 났다.
짜증이 솟구치는가 싶더니 속이 상해 견딜 수가 없었다. 지독한 소외감은 모욕감마저 불러일으킬 지경이었다. 결국 그녀는 참을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말았다.
무심한 한 사내가 그녀의 내부에 깊숙이 감춰졌던 여심에 상처를 입힌 것이었다. 정녕 그럴 수 있으리라고는 그녀 자신도 상상조차 못해 본 일이었다.
그녀는 슬펐다. 그토록 수많은 사람들이 칭송해마지 않던 자신의 미모가 아무짝에도 쓸모 없다는 생각이 그녀를 더욱 슬프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그가 다가온 것이었다. 한없이 부드럽고 따스한 음성으로 그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연령...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아......."
만연령은 귓가를 간지럽히는 속삭임에 전신을 가늘게 떨었다. 그는 늘 그렇게 멍청한 웃음을 웃고 있다. 하나 그 웃음의 미묘함을 그녀는 일찍이 시인하고 있었으니 그것은 아무도 가까이 갈 수 없는 그의 고절함 때문에 생겨나는 세상에 대한 씁쓸함과 초연함의 표현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어느덧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천우의 속마음과 감정까지도 알 수 있게 되었다. 한 여인이 사랑의 감정에 빠지게 되면 자신은 돌보지 않고 오로지 그 정인의 일거수일투족에 온 신경을 집중하기 마련이다.
천우는 자신의 미모에 대해 오만하기까지한 그녀를 어엿한 여인으로 변모시킨 것이었다. 그녀는 너무나 행복했다. 이제야 그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었기 때문이었다.
히죽 웃는 그의 입술은 계속 말한다.
"나는 처음 본 순간부터 당신에게 홀딱 반해 있었단 말이오. 내가 당신에게 무관심했던 것은 오기를 좀 부려 본 것이오. 한데 당신을 감히 어떻게 바로 쳐다보겠소? 그 눈부신 미모를 말이오?"진담과 농담의 구별이 애매한 말투는 그답다. 그가 그다운 것 이상 그녀를 감동시킬 수 있겠는가? 천우의 품은 한없이 넓고 따뜻했다.  
한 순간 만연령은 가슴으로부터 목구멍까지 벅차 오르는 감정에 숨이 막히는 듯했다. 드디어 그녀는 더욱 크게 울음을 터뜨리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자신을 포옹한 드넓은 그의 가슴을 그녀는 작은 주먹으로 쾅쾅 두드렸다.
"미워! 미워! 당신 같은 사람은 정말 상종하고 싶지 않아요!"그녀는 깨끗하게 진 것이었다. 아니 그는 자존심을 잃었지만 그것보다 더 소중한 사랑을 얻은 것이었다.
그런데 생기가 넘치던 초초의 얼굴은 몰라보게 해쓱해졌다. 그녀는 의식적으로 천우를 피했다. 확실히 요 며칠 사이에 그녀는 완연히 야위어 있었다.
항상 원기 발랄한 그녀의 이러한 변화는 오히려 그녀를 새로워 보이게 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철부지 소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조용한 곳을 찾아 울었다. 난생 처음 그녀는 슬펐고 그래서 울었다. 소녀가 여인으로 탈바꿈이 되는 순간은 바로 이런 것인가?초초는 눈물을 소매 끝으로 닦으며 혼자 중얼거렸다.
"연령, 당신은 너무나 아름다워요. 그래서 나는 당신을 미워할 수조차 없어요. 하지만 이해해 줘요. 초초는......."눈물은 그녀의 수척한 뺨을 타고 쉴 새 없이 흐른다. 그녀는 연신 소맷자락으로 뺨을 문질러 댔다.
"당신과 싸우지는 않겠어요. 다만 초초가 공자님 곁에서 떠나지 못한다는 것만은 정말 이해해 줘야 해요."그녀는 이제 성숙한 여인이다.
여자가 운다는 것, 그것도 한 사내 때문에 운다는 것, 어쩌면 그리도 비슷한가? 만연령의 울음도 초초의 울음도 우는 그 순간에 사랑이라는 의미로 발전하지 않았는가?천우.
그는 두 여인을 울렸다. 하나 그는 알고 있을까? 그는 예의 그 무심하고 멍청한 표정을 지어보일 뿐이었다.
하나 초초야말로 더 이상 울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녀는 그와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절대로 다시는 울지 않겠노라고 결심했다. 그녀가 운다면 스스로 너무나 비참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이렇게 마음을 고쳐 먹은 초초는 말끔히 눈물 자국을 닦아 내고는 거울 앞에 앉았다. 그리고 거울을 향해 웃어 보았다.
"호호호......."
하나 그녀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녀는 이내 표정을 고치며 다시 웃었다.
"헤헤헤......."
그녀는 쓴 입맛을 다셨다. 그런 그녀의 표정은 너무나 천진하고 청순한 매력을 풍겼다. 
"초초에게는 이게 어울려."
만생우, 그는 흔히 말하는 보통의 의원(醫員)이 아니었다. 그의 가문은 대대로 의도(醫道)를 연구해 왔다. 그것은 적어도 남천신도에 이주해 오기 수백 년 전부터 이어져 내려옴으로써 그에게 있어 곧 가도(家道)였다. 게다가 그가 추구해 온 의도는 또한 보통의 의도가 아니었다.
그는 일찍이 일점 혈육인 만연령에게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해 왔다.
"령아야, 의술이란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고귀한 학문이다. 하나 훌륭한 의술은 그 방법에 있어서 남다른 것이다."만생우의 의학적인 견해는 과연 남다른 특별한 면이 있었다.
"본시 좋은 약(藥)이란 병증(病症)에 따라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알맞게 쓰여지는 것을 말한다. 흔히 만년하수오(萬年何首烏)나 인형설삼(人形雪蔘), 구지자엽초(九枝子葉草) 그리고 천년화리(千年火鯉)의 피, 설련실(雪蓮實) 등을 희세의 영약이라고 하지. 헛헛... 하나 진정한 의인이라면 그런 희구한 약재의 가치가 한정되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그 약재가 너무도 희귀하고 엄청나게 비싸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쓰여질 수 없는 이유에서란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이러한 사실에 대응하여 그는 이렇게 역설했다.
"우리 만가(萬家)에서는 그런 기약명초는 쓰지 않는다. 그런 약은 의술이 없이도 병을 고칠 수 있으니 말이다. 허헛... 풀뿌리 하나, 이끼 한 줌, 모든 짐승의 터럭이나 벌레의 유충... 이런 흔한 것들에도 자연의 오묘한 법리에 따라 숨은 효능이 있는 법이다."만생우는 일찍부터 자신의 온 정열을 쏟아 손녀를 가르쳤다.
"조상들은 대대로 그런 것을 연구했다. 그 성과는 놀랄 만한 것이었다. 또한 이 곳에 이주해 온 이후부터는 바다에 대해 몰두했다. 수많은 해초의 종류, 어패류 따위가 모두 신묘한 약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조상들은 이곳에서 발견해 냈다. 그리고 지금껏 끊임없이 연구함으로써 거둬진 우리 만가의 독창적인 의술... 이제 너는 바로 그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만연령은 어릴 적부터 만생우로부터 가도(家道)를 전수 받은 것이었다. 그녀가 이제껏 해 온 일은 온종일 해초를 삶고 태우고 어패류를 말리거나 썩히는 일 등을 반복하는 일이었다.
그 일이야말로 그녀에게는 인생의 가장 커다란 의미이자 행복한 추억이었다.
할아버지를 따라 온종일을 마다 않고 고사리 손을 열심히 놀리던 그녀는 그 동안 무수히 느껴 온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 의술의 근원지인 바다보다도 더 넓고 큰 조부의 사랑이었다.
또한 그녀는 그런 무한한 애정 속에서 이 세상에 다시없는 독보적인 의술을 익혔던 것이었다.
그녀는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제일 먼저 만생우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슴 한 구석이 칼로 베어내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 하나 그것도 천우로 인하여 예전만큼의 아픔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신목부의 내실에서 그녀는 보았다. 자신의 눈앞에 누워 있는 노인은 바로 시체나 다름없었다.
'이 노인이 노도주(老島主)라니......!'
그녀는 큰 충격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그리고 한 순간 과거의 한 기억이 그녀의 뇌리를 강타했다. 그것은 바로 조부인 만생우가 깊은 후회와 자책에 휩싸여 한 말이었다.
- 령아, 내 평생 사람을 해친 적이 꼭 한 번 있단다. 의인으로서 사람을 구하지는 못할망정 한 사람에게 치유할 수 없는 병을 안겨 주고 말았으니......
그 때엔 만생우의 언의(言意)를 미처 깨닫지 못했다. 만연령은 정말 몰랐었다. 그가 해친 대상이 바로 남천신도의 노도주였다는 사실을 어떻게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이제 그녀는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입술을 꼬옥 깨물고 있었다.
"할아버지, 해 내겠어요. 할아버지가 이렇게 한 이유를 령아는 알아요. 바로... 저 때문이죠? 그가 저를 미끼로 할아버지를 협박했을 테니까요......."그녀는 호불위의 사악한 얼굴을 떠올리며 몸을 떨었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그녀의 두 눈은 차갑게 빛났다.
"지켜 봐 주세요. 연령은 반드시 노도주님을 회복시킬 테니까요. 할아버지의 실수를 반드시 보상하고야 말겠어요."그때 문득 그녀의 어깨에 가만히 와 닿는 손길이 있었다. 그는 연령의 마음을 모두 빼앗아 간 천우였다. 천우는 한없이 사랑스러운 눈길로 연령을 바라보며 말했다.
"부탁하오, 연령. 당신의 의술에 모든 것이 달려 있소.""우(羽)......."
만연령은 탁식을 발하며 그의 넓은 품에 얼굴을 묻었다. 사경을 헤매고 있는 이는 다름아닌 천우의 하나뿐인 혈육인 조부였기에 비록 그녀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미안해요......."
"후후... 미안하기는... 나는 연령이 반드시 해내리라 믿고 있을 뿐이오."말을 마치자마자 천우는 가볍게 그녀의 얼굴에 입술을 찍었다.그는 천하에 이토록 아름다운 여인이 있다는 사실을 또한 믿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생각했다.
'어떤 일에서건 연령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으리라.'
그도 역시 아름다운 여인을 전정으로 아낄 줄 아는 사내였던 것이다. 그는 순간 초초의 생기넘치는 얼굴이 떠올라 싱긋 웃음을 지었다.
무거운 침묵을 걷어 내듯 그는 부드럽게 말했다.
"어떤 약재가 필요한지 말해 주오."
그 말에 연령은 미소를 띄운 채 고개를 저었다.
"필요 없어요. 이 곳에 모든 약재가 무한히 있으니까요."천우는 어리둥절한 몸짓을 해 보였다.
"어디를 말하는 것이오?"
연령은 백옥 같은 치아를 보이며 웃었다.
"호호... 바로 저 바다예요. 그 곳은 무한한 약창고예요.""......?"
천우는 정말 어리둥절해지고 말았다. 하나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이미 상황은 모두 이 눈앞의 아름답기 그지없는 여인에게 맡겨진 것이 아닌가?그 날 이후 만연령은 희디흰 팔을 걷어붙이고 기이한 작업에 몰두했다. 그것은 천우가 보기에는 온통 괴이한 일들이었다.
온갖 종류의 해초를 삶거나 말리거나 하는가 하며 조개류를 모아 온갖 잡탕을 만들어 기이한 죽 같은 것을 쑤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천우는 마침내 고개를 내저었다.
'정말 모르겠군. 대체 연령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인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단 말이야.......'남천신도(南天神島).
이 곳에는 전례 없이 기이한 침묵이 감돌고 있었다. 아니 침묵이라기보다는 무서운 정적이었다. 
부도주 삼안수사 호불위와 소도주의 대립은 잠정적으로 계속 되었으나 표면적으로는 그야말로 아무런 대치도 보이지 않았다. 하나 남천신도의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예감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조만간 무서운 폭풍이 닥치리라는 사실이었다. 터질 듯 팽배한 긴장감은 모든 이들의 숨통을 조였다. 
바다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그들이었기에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무서운 폭풍일수록 그 전야(前夜)는 고요했다. 청명한 하늘과 산들산들 불어오는 미풍은 죽음의 공포마저도 잠재우고 있는 것이었다. 하나 그것은 뒤이을 엄청난 혈겁에 대한 잠깐의 보상 같은 것이었다.
넋을 놓고 있다보면 어느새 저승사자를 따라 망각의 강을 건너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실로 참혹한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하나 그들은 지금껏 겪은 어떤 것보다도 엄청나고 거센 폭풍을 겪게 되리라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남천신도의 하늘을 가득 덮고 있는 이 불길한 전운(戰雲)은 그것의 전조곡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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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대보름49 | 작성시간 24.05.18 즐독 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작성자암촌 | 작성시간 24.05.19 즐독 합니다!
  • 작성자행복한인생 | 작성시간 24.05.20 즐독입니다
  • 작성자거여 | 작성시간 24.05.22 즐감하고 갑니다.
  • 작성자초원의향수 | 작성시간 24.05.24 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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