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스크랩] 부처님과 주파수 맞추기

작성자신비아|작성시간24.05.11|조회수0 목록 댓글 0

 

학창 시절, 서울 인근 삼각산으로 몇몇 사람과 함께 등반을 간 적이 있었다. 당시 한겨울인지라 무척 춥고 바람까지 강하게 불었다. 할 수 없이 산 정상 조금 못 미친 곳에서 텐트를 치고 뜨거운 차를 마시려고 텐트 안에 버너 불을 피워 물을 끓였다.

 

무언가를 가지러 잠시 좁은 텐트 속에 들어갔던 필자는 나오는 도중 버너 불을 건드렸고, 펄펄 끓던 물이 발등에 고스란히 쏟아져 버렸다. 그로부터 화상의 극심한 고통이 몰려왔다. 할 수 없이 한 동료의 부축을 받고 매 발자국마다 통증을 느끼며 가파른 산길을 절룩이며 내려왔다. 걸음을 뗄 때마다 발등과 신발이 마찰하여 화상을 입은 부위가 더욱 아파서 하산길이 너무나 멀게 느껴졌다. 그때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발등 하나만 데여도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세상에는 이보다 더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앞으로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살아야겠구나.’

 

내 자신의 고통을 반추하면서, 세상 사람들의 고통을 떠올린 것이다. 그런데 이런 마음을 일으킨 순간, 실로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극심했던 발등의 통증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이었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일까? 관세음보살님의 가피인가? 아무튼 그 순간부터 거의 뛰다시피 산길을 내려왔다.

 

대승의 서원을 발하는 순간, 이미 불보살님과 주파수가 맞추어진다. 불보살님과 내 마음의 파동이 같아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불교방송에 채널을 맞추어야 불교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발원은 다만 미래를 위해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아미타불의 극락정토에 태어나기를 원하는 순간, 죽음에 대한 공포와 현세에 대한 애착이 저절로 줄어든다. 애착이 줄어드니 성냄도 줄어들고 어리석은 행위도 줄어든다. 몸과 마음이 부드럽고 상냥해진다. 극락에 가기도 전에 즐거움이 밀려온다.

 

그러므로 발원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발원은 단지 미래뿐만 아니라 현재의 마음가짐과 행위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목표가 뚜렷해지면 역동적인 삶이 열리게 된다. 첫째 믿자, 아미타불의 극락정토를! 둘째 원하자, 그곳에 태어나기를! 셋째 행하자, 아미타 명상을!

 

-월호스님-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