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우리는 늘 혼자였다.

작성자시골버스|작성시간09.12.23|조회수594 목록 댓글 10

오지도 않은 이- 메일을 기다린다.

매번 '메일'란을 클릭한 듯, 숫자 0.

혹시나 메일 숫자란에 1, 아니면 2가 찍혀서

반가운 마음에 클릭하면

"귀하의 이번달 대출한도는 5000만원입니다.'"

아니면,

"오빠~ 오늘밤 저 한가해요. 전화줘요, 힝~"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핸드폰을 열었다 닫았다.

하지만, 깨어진 활자의 스팸성 메시지만 가득하다.

어떤 때는 일주일에 한번도 전화조차 오지않는다.

 

지루하고 답답한 마음에

문열고 혹시 아는 사람이라도 만날까 밖을 나가면

전혀 모르는 사람들 뿐.

청소하는 중국아줌마의 무표정한 얼굴이 앞을 막는다.

 

나만 이렇게 외로움을 느낄까?

세상은 모두 나를 등지고 살지는 않을까?

오고가며 불켜진 창을 보면

안의 사람들이 오고가고 앉아 마시고 이야기하던데

불켜진 그렇게 많은 창들 중에서

왜 내가 들어갈 곳은 없지?

 

천상 나만 외롭지는 않을텐데...

가슴이 외로운 사람들도 많을텐데...

그들, 외로운 사람들끼리 만나는 법을 없을까?

 

오래전,  아주 오래전

누군가가 나에게 말했다. 정말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사람은 인생에서 만나게될 사람은 만나는 법이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간절히 소망하면 만나게 된다고...

 

그런 사람을 만나려고 그렇게나 간절히 소망했는데

나는 정말 그런 사람을 만나기나 한 것일까?

 

아니면,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만난 한 사람과

몇시간 동안 고장난 엘리베이터 안에서 지내다보니

그것이 정들어 만난 사람처럼

그런 만남은 아니었을까?

내가 바라던 만남은 아니었음에도...

 

그래서 더더욱 외로운 가보다.

 

둘이 모여 하나가 되었어도 둘은 또 둘이다.

둘이 하나가 되었던들, 따로갈 길을 같이 갈 수는 없다.

하나가 된 둘중, 하나가 요단강 건너 주님에게 간대도,

북망산 나무수풀 그늘에 묻여지낸대도

둘이 하나가 되어 갈 수는 없는 노릇.

 

그때는 하나는 하나대로, 다른 하나는 다른 하나대로

가야하리.

 

그래서 우리는 늘 혼자인가 보다.

그래서 유독 외로운 것일까?

그래서 가슴이 휑하니 구멍난 듯이 허전한 것일까?

나는 우주인인가? 나는 지금 우주유영을 하는 중인가?

 

 

외로움을 지우려 마시는 블랙커피조차

외로움을 지우지는 못한다.

왠지 외로움의 구멍이 더 커지는 듯 하다.

 

사람의 가는 길이

사람의 사는 일이

걸어갈수록, 살아갈수록

첩첩산중이고 점입가경인데

누가 누구에게 메일을 보내고

누가누구에게 전화를 해댈까?

 

갈 때되면 가는 것이 인생이고

문닫을 때가 되면 문닫는 것이 장삿군의 문전인데

우리가 정해진 그 이치를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는 늘 혼자였다. 외러워 말자.

더이상 오지않는 메일 란을 열지 말자.

더이상 주지도 않을 전화는 기다리지도 말자.

 

차라리, 몸에 걸친 모든 허울을 훌훌 벗어버리고

체념의 마음으로 바른자세로 눈을 감자.

사람의 사는 모습은 이제 더 나아질 게 없으니

안타까와 하지도 말고 서러워 하지도 말고 아쉬워도 말자.

 

하나님도 석가님도 어쩔 수 없을 땐 어쩔 수 없어한다.

인간인들 오죽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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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나이스상하이 | 작성시간 09.12.24 외롭다고 생각할수록 더 외로운 법입니다. 누구에게나 외로움은 있는 법이고,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 하겠죠. 외롭다고 느낄수 없을만큼 바쁘게 지내보세요. 어느새 외로움은 사라지도 인생의 새로운 즐거움이 나타날 겁니다.
  • 작성자샤데이 | 작성시간 09.12.24 저만 그러는 줄 알았더니.. 왜 그렇게 메일 온 거에 집착하나 했더니 외로워서 였군요.. 시골버스님의 처방 감사합니다.
  • 작성자violet2 | 작성시간 09.12.24 외로움에 익숙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가끔 외로워지는건 어쩔수가 없나봐여... 특히나 이런날에는 말이죠. 님의 글을 읽고 공감하는 분들도 많이 계실거라구 생각해요.
    이런글 읽는 건만으로도 위로가 되네요..
  • 작성자박레몬 | 작성시간 09.12.25 친구 많이 사귀고 여행도 하고요. 상해에서 할 수 있는 일 많아요 ㅋ
  • 작성자상해길라잡이 | 작성시간 09.12.27 스스로가 외로움을 즐기지 않고, 느낀다며는...
    그 외로움을 자의든, 타의든 탈피해야지요..
    탈피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한정된 인간의 삶 중, 몹쓸 것 중의 하나가 낭비라는 것입니다..
    그 중 가장 몹쓸 것은 시간의 낭비이지요…
    글쓴이의 건투를 빕니다..
    상해에서 상해길라잡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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