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부러진 화살, 주저앉은 소, 마이너리그, 그러나 무쏘의 뿔

작성자시골버스|작성시간10.02.14|조회수192 목록 댓글 3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부러진 화살(Broken arrow)

- 의역을 하면 '최악의 상황'을 뜻하고 미군 기병대와

원주민(인디언) 사이에 협상을 진행하던 중, 원주민이 화살을 부러뜨려서

협상의 결렬을 나타낸데서 유래.

2007년 대한민국 사법부를 뒤흔들었던 석궁 사건의 주인공 김명호 교수와 그의 재판이야기를 담은 책의 제목이기도 하며 힘있는 자에게 날리는 힘없는 자의 화살, 그러나 강력한 방패에 의해 당하고 부러질 수 밖에 없는 약자를 가리키는 말.

 

주저앉은 소(Sitting Bull)

-전설적인 미국인디언 전사인 타탕카 이요탕카(Tatanka-iyotanka)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 '주저앉은 소Sitting Bull'라고도 불림. 글랄라 인디언(라코타 혹은 다코타 대 부족의 7개 소부족 중 하나) 추장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19세기말 백인들과의 사이에서 인디언의 정체성과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한 전사이며, 뛰어난 지도력으로 수 많은 전투를 이끌어 대추장의 자리에 올랐음. 오늘날까지 인디언 역사상 가장 뛰어난 지도자 중 한 사람으로, 전설적인 존재로 인식되고 있음.

 

 현재는 광우병으로 쓰러진 병든 소를 가리키는 용어임.

 

마이너 리그(Minor League)

-미국 프로야구의 메이저리그(major league) 외의 하부 혹은 후보 리그의 총칭.

현재의 '마이너리그'란 상징어로 한국사회의 '비주류'

 실제로는 대다수 보통 사람들이 해당될 수밖에 없는 '2류인생'의 삶을 사는

부류를 칭하기도 함.

 

-이상은 '시골버스'의 어록(語錄), 개설이(丐 齧 飴: 丐-비루먹을 , 齧-이를 부득부득 갈 , 飴-엿먹을 )중에서 발췌함. 믿던지 말던지 하시던지...설레발 걸레발...

 

썰을 풀다.

 

며칠 전의 일이다.  아는 사람 한 분이 돈을 빌려달랜다. 남들에게는 적지만 나에게는 많은 돈.

그도 사업을 하는데 잘 되는 사업이 어디 있겠는가?  모르기는 해도 명절이 다가오니 직원들에게 줄 봉급이 모자랐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선뜻 내 줄일도 아니고 나도 형편이 어려운 탓에 돌려받기도 어려울 텐데 돈을 빌려주기란 쉽지 않았다.

 

아내의 의견도 물어보아야 하니 일단은 그에게 '그러마.'하기는 하였다.  아내에게 말을 하니 눈이 휘둥그레 지면서 '그럴 돈이면 아이들을 방학 때 학원에 보내지.'한다. 내가 사정을 말하며 우리가 혹시 나중에 그에게 도움받을 일이 생길지도 모르지 모른 척하고 빌려주자 했다.

 

아내는 눈물을 말없이 흘리며  돈을 내어주고 '차용증서'를 받자고 했다.  어차피 그동안의 예를 볼 때 받기는 어려울 테지만, 그래도 그런 거라도 있어야 마음의 위안이 된다 싶었다. 그러면서 세상에 우리같은 사람들이 돈을 다 빌려주다니 별일이라고 한다.  나도 동감한다.

 

근래 그를 몇번 만나면서 보기 드물게 착실하고 성실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를 만날 때마다 같이 오는 여성(처음엔 부인인 줄 알았으나 직원)의 눈길이 부담스러워  눈길을 피하고 싶을 정도였는데 이제야 왜 그 여성이 졸래졸래 따라다니는 줄을 알았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내의 눈을 보니 이제는 체념하는 낯이 역력하다.  더는 나에게서 바라지도 않고 더는 기대하지도 않고 더는 희망을 갖지도 않기고 한 모습.  아내는 체념을,  아니 이제는 달관을 하는 것이다. 어찌보면 나를 철부지로 보는 것도 같고 나와의 결혼을 후회하는 것도 같고 어찌보면 중국생활에 환멸을 가지고 있는 듯도 하다. '내가 한국에서 살면 이만도 못살리?'라는 눈빛으로...

 

아내는 공부를 많이 하지는 않았다.  본래 머리도 좋고 공부도 잘했으나 그냥 공주님으로 살기를 더 좋아했으니... 의상학을 전공했으나 그렇다고 옷을 잘 만드는 것도 아니고 유치원에 근무하였으나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도 아니고 무엇하나 잘하는 것도 없어 보였다.

 

그냥 착하고 인정많고 사람들 오면 잘 퍼주고  잘 먹여주고 어려운 사람들 있으면 잘 도와주고...머 그런다.  그런데, 업이 많아서인지 나나 아내나 굴러서 굴러서 여기까지 왔고 말똥구리 굴러가듯

어디로 굴러갈 지는 모를 일이다. 인생이란게 언덕위에서 아래로 마냥 굴러가는 장군통같기도 하고 홍수난리 때 떠내려 가듯, 똥덩아리같은 게 아니더냐?

 

중국에 온 이후로 어쩔 수 없이 배워야만 했던 중국어(중국어 실력은 수준급임.  티비에 나오는 뉴스와 연속극을 통역할 정도임. 그냥 펑퍼짐한 아줌마로 보았다간 큰코다침)와 만들어야 했던 음식과 이러저러한 잡스런 일들을 해나가면서 아내는 결혼 전의 날씬하고 아름답고 콧대높은 아가씨에서 궁핍한 살림살이를 어떻게 해서든 망하지 않게 일으며 나가려는 펑퍼짐하고 둥글넙적한 두 아이의 아줌마가 되었다.

 

아내의 눈물 진 눈가를 바라보며 발에 채이는 눈밭을 더욱 세게 밟았다.  

부러진 화살은 다시 이어매어 날카로운 화살촉을 갈아끼우면 된다.

주저앉은 소는 밥많이 먹여서 다시 일으켜 세우면 된다.

마이너 리거는 죽을 힘으로 노력하여 메이저 리그로  입문하면 된다.

무쏘의 뿔이 나에게 있다면 주저할 것이 무엇인가?

 

비록 나는 달빛의 그늘처럼 살아가지만,

아름다운 코로나 빛을 발하기에 아직 멀었을 뿐이다.

밤하늘에 펑펑 터지던 불꽃을 바라보며

우리의 삶이 저렇게 순간폭발로 사라져 버리고

사흘을 못넘기는 꽃처럼 살아간 대로

아름다운 꽃무뉘와 향기로운 내음은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꾸며주지 않느냐?

 

아름다운 삶을 위해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자.

밖에 들리는 폭죽소리가 귀에 거슬리지만, 뒤의 것을 버리라고 내버리라고

앞 일만 생각하라고 재촉하는 것만 같다.

 

똥덩어리로 굴러도 숨을 쉬면서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서

사랑하는 아내의 순박한 눈을 바라보면서

중국어가 유창한 두 아이의 꿈틀거리는 뜨거운 심장을 느끼면서

빡쎄게  살아가는 삶이 아름답지 않더냐?

 

살아가자. 살아가자. 무던히 살아가자.

아직도 일구어야 할 돌무더기 밭을 여전히 두엄덩어리로만 덮어놓았기에

땀흘려 애쓸 일이 아직 많이 남았다.

 

오늘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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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샤데이 | 작성시간 10.02.14 중국에 오래 살게 되면 주위 아는 분들로부터 부탁받는 일 중에 하나지요. 처음엔 3천위안 이상의 큰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가 시간이 지나면 500위안, 300위안 등의 도저히 안 빌려줄 수 없는 금액으로 작아집니다. 저도 그런 돈은 체념하고..밥 같이 먹었다 생각하고 빌려주게 되더라구요. 갑자기 은행카드를 잃어버려서 곤란을 겪은 적이 있었어요. 아시는 분이 선뜻 3천위안의 큰 돈을 빌려주셨는데 너무 감사해서 눈물이 났습니다. 돈 빌려주는 입장일 때 먹었던 저의 마음이 부끄러워 지더라구요. 어른들 말씀이 누군가에게 빌려줄 수 있을 때 행복한 거라 하시던데. 큰일 하셨어요. 꼭 복받으실꺼예요..
  • 작성자수수 | 작성시간 10.02.15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의 심정이 참 따뜻해보이십니다.....저는 중국생활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서인지..... 뉴스를 해석하는 님의 아내분이 엄청나게 존경스러워집니다.......ㅎㅎㅎ....개설이란 단어를 그렇게 쓰는군요....ㅎㅎㅎ..재미 있습니다...
  • 작성자물 사랑 | 작성시간 10.02.15 세상은 심는대로 거두는것이 하늘의 이치인데 오늘 좋은씨를 심었으니 나중 좋은 열매로 당신에게 갈 것입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이 감동입니다.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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