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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ger] 체첸항쟁사

코카서스의 늑대들 : 체첸 - 26. 막간극

작성자jager|작성시간09.03.04|조회수2,408 목록 댓글 12

 

 

 

 

 

러시아군이 체첸에 한 명이라도 남아 있는 한 어떠한 선거도 무의미하다.

 

                                                                    - 조하르 두다예프의 대변인

 

 

 

  부데노프스키 공격은 체첸군의 작전에서 처음으로 완전한 보안에 성공한 작전이었다. 심지어 작전에 참가했던 체첸인들조차도 최종 목적지를 알지 못했다. 아마 바사예프 본인도 자금의 여력만 되었다면 더 러시아 내륙 깊숙히 들어갈 생각이었으니, 이에 대해 러시아 측의 대비는 매우 어려웠다. 적당한 돈만 쥐어주면 통과시켜주는 러시아 검문소의 부패와 철저한 보안이 결합하여, 체첸군은 절실히 필요했던 숨을 돌릴 시간을 얻었다.

 

  인질 석방을 위해 양측이 합의한 내용에 따라, 체첸 수도 그로즈니에서는 전쟁 발발 후 처음으로 진지한 평화 협상이 이루어졌다. 러시아 연방 민족 담당 장관 (NATIONALITIES MINISTER) 인 뱌체슬라브 미하일로프를 수석 대표로 한 러시아 협상단이 그로즈니의 유럽의 안보와 협력 협의체 (OSCE) 건물에 나타났다.  체첸 협상단 대표인 우스만 이마예프 내무부 장관이 이들을 맞아주었다.

 

   협상은 더디게 진행되었다. 핵심 안건은 러시아 주둔군 사령관인 아나톨리 로마노프 중장과 체첸군 참모총장 아슬란 마스하도프 사이의 군사적인 협의 사항이었다. 러시아 주둔군의 철수와 체첸군의 무장 해제 그리고 체첸 공화국의 완전 독립 여부에 있어서 양자는 팽팽하게 대립하였다. 좀처럼 합의점을 찾기 어려웠다.

 

 

 

 

체첸군의 군사 회의

 

  그래도 6주가 지난 7월 30일, 양자는 나름의 합의 사항을 기자들 앞에서 낭독할 수 있었다. 체첸의 자발적인 무장 해제와 러시아 군의 점진적 철수가 주요 내용이었다. 체첸의 독립과 관련된 정치적 사항은 합의문에서 배제되었다. 결국 양자는 견해차를 좁힐 수가 없었다. 러시아는 그 전에도 그 후에도 체첸의 독립에 대해서 만큼은 결코 양보하지 않았다.

 

   서방 언론과 러시아 주요 일간지는 이 협상에 의해 체첸의 분쟁이 거의 종료되었다고 보았지만, 전쟁의 양 당사자인 러시아군과 체첸인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거의 상대를 막다른 골목까지 밀어붙였던 러시아 군으로서는 어중간하게 끝내기 싫었고,  부데노프스키로 인해 기가 오른 체첸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잠시 쉬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양쪽 모두 인식했다.

 

   그래도 겉으로 보기에 합의 사항은 그럭저럭 잘 이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베데노에 주둔했던 러시아 506 기계화 연대는 북쪽으로 이동하였다. 체첸인들도 소지하고 있던 무기들을 러시아측에 넘기고 보상금을 받았다. 소총 한정당 190달러, 기관총 한정당 220달러를 받았다. 약삭빠른 체첸인들은 구닥다리 소총과 고장난 기관총을 넘겨주고 보상금을 타낸 뒤에 암시장에서 새로 좋은 것을 구입하고는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합의문이 종이조각에 불과함이 분명해졌다. 옐친은 제 58군을 창설한다는 결재안에 서명하였다. '러시아 연방의 영역을 사수할' 목적으로 체첸에 영구 주둔할 부대였다. 또한  두다예프에 의해 1991년에 쫓겨난 도쿠 자브가예프가 서서히 체첸의 '신 정부'의 수장으로 임명될 움직임이 보였다. 러시아는 국민투표를 연말에 실시하여, '합법적'으로 두다예프를 실각시키고 친러시아 정부를 다시 수립할 계획이었다.

 

   슬슬 러시아의 공세 충격에서 회복된 체첸군의 강경파들도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8월에 알루디 감자토프가 지휘하는 체첸인들은 아르군 시내 중심가를 장악하여 협상에 대해 성토하였으며, 주둔하는 러시아군과 전투를 벌였다.  9월 20일, 옐친의 러시아 전권대표였던 올레그 로보프에 대한 암살시도가 있었다. 그로즈니에 있었던 이 암살 시도에서 로보프는 간신히 살아남았고, 러시아 협상단의 안전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마침내 1995년 10월 6일, 협상의 군사 담당 책임자였던 러시아 아나톨리 로마노프 중장이 지나가는 그로즈니 중심가의 터널에서 폭탄이 터졌다. 대낮의 수도 한복판에서  발생한 이 폭발로 인해 수행하던 4명이 죽었고 중장은 혼수상태에 빠졌다. 몇년 뒤에 중장은 깨어나지 못하고 죽었다. 러시아 협상단의 최고위자에 대한 이 폭발로 인해 협정은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되었다.

 

 

 

 

체첸군

 

   러시아측은 평화 협상의 중지를 발표하였고, 체첸 측은 협상안의 완전 파기를 선언하였다. 러시아의 강경파들은 다시 전면 공세를 가할 것을 요구했지만, 옐친은 머뭇거렸다. 아직까지도 지난번 공세 초기에 입었던 엄청난 피해에 대한 기억이 생생한 것이다. 그리하여 무력을 다시 대규모로 쓰는 것에 대해 신중해졌다.

 

   대신에 앞서 언급한 '정치적 해결책'을 진행시켰다. 11월 1일, 도쿠 자브가예프는 삼엄한 경호 속에서 체첸 그로즈니 땅을 다시 밟았다. 그는 '말이 안 통하는' 두다예프 정권을 선거를 통해 밀어내고 러시아가 선호하는 체첸 정부의 수장이 되기 위해 선택된 인물이었다.  선거는 12월 27일로 예정되어 있었고 결과는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뻔한 것이었다.


    체첸은 이러한 정치적 수단에 대항하여 군사적 방법을 썼다. 11월 20일에 자브가예프에 대한 암살 시도가 있었고, 2개의 도로 매설 폭탄이 그의 차량 행렬을 노리고 AK를 난사하였다. 자브가예프를 포함한 6명이 부상을 입었지만 그를 죽이는 데는 실패하였다. 경계는 더 삼엄해졌고 그에 대한 추가 암살시도는 힘들었다.


    마침내 선거 당일이 되자, 체첸군은 자기들이 이 선거를 인정하지 않는 다는 것을 힘으로 표현하였다. 살만 라두예프가 지휘하는 300명이 넘는 체첸군은 선거가 이뤄지는 구데르메스 시가지를 기습하였다. 체첸군은 러시아의 통신망을 절단하고 사령부를 점거한 뒤, 선거 사무소를 습격하였다. 살만 라두예프는 선거 결과를 '라두예프 100% 득표'로 바꿔놓고 조롱하였다.

 

 

 

 

 

살만 라두예프


  체첸 제 2의 도시 구데르메스가 순식간에 체첸군의 손에 떨어졌다.  러시아군은 전차와 보병 부대를 증원하여 이들을 공격했지만, 구데르메스를 다시 탈환하는 데 10일이 걸렸다. 살만 라두예프의 체첸군이 마지막으로 구데르메스를 빠져나왔을 때, 체첸군 267명이 전사하였다. 대부분이 헬기 공격에 의한 사상자였다고 한다.

 

    선거는 74.8프로의 득표로 자브가예프의 당선으로 나왔지만, 구데르메스 기습에 의해 그 선전적 효과는 보잘것 없었다. 외부 기관도 고개를 절래절래 할 정도의 부정선거가 의심되는 데다가, 어짜피 두다예프 진영에서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이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노보그로즈넨스키의 살만 라두예프의 집을 폭격하였다. 라두예프는 집에 없어서 무사했지만, 남아있던 가족들은 모두 죽었다.


    살만 라두예프는 이에 대한 보복을 다짐하였고, 엄청난 계획을 세웠다. 그의 집을 폭격했던 러시아 다게스탄의 키즐레이 공군 기지를 습격하는 것이었다. 스스로를 '외로운 늑대'라고 지칭하는 살만 라두예프는 200명이 넘는 부하들과 함께 1996년 1월 9일, 다게스탄 국경을 넘어 동쪽으로 향했다.   

 

 

 

 

 

     출처 :  http://amina.com/article/icprio.html
               http://amina.com/article/partition2.html
               http://www.time.com/time/europe/chechnyatrail/951204.html
               http://en.wikipedia.org/wiki/Salman_Raduyev
               Serbastian Smith의 Allah's Mountain
               Paul Murphy의 The Wolves of Isl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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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jage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3.06 선거 사무소를 기습해서 100프로 당선으로 해놓다니 참 배짱도 좋지요.
  • 작성자치우승천 | 작성시간 09.03.05 기를 쓰고 싸우는 체친인들 대단하네요. 그런데 상대방이 러시아라는 초강대국이자 막장국가라는 점 때문에... 세무조사한다고 공수부대를 투입해서 마피아 사무실을 습격하는 러시아 정부의 막장성과 비교하면은...
  • 답댓글 작성자jage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3.06 사실 막장도는 양쪽 모두 결코 떨어지지 않습니다;;
  • 작성자임용관 | 작성시간 09.10.27 저도 체첸이 먼저 공격할줄은 몰랐네요... 선거사무소를 습격한 것은 여론조성용으로 아주 좋은 계획이었습니다... 복수는 복수를 부르는 악순환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네요... 과연 라두예프가 비행장 파괴를 성공할 수 있을까?
  • 작성자기러기 | 작성시간 09.12.04 글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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