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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언 게시판

3천년 전, 왕과 영웅들의 전쟁을 비난하는 평민 병졸의 연설

작성자푸른숲|작성시간14.01.30|조회수874 목록 댓글 5

"아트레우스의 아들이여, 대체 무엇이 부족해서 또 불평하는 거요? 그대의 막사들은 황금으로 가득하고, 골라 뽑은 많은 여인들이 그대 막사 안에 있는데 말이오. 우리 아카이아 인들이 도시를 함락시킬 때마다 가장 먼저 그대에게 바친 여인들 말이오. 거기에다가 황금이 더 필요한 거요? 말을 길들이는 트로이아 인들 중 누군가가 일리오스로부터, 나나 아카이아 인들 중 어떤 이가 포박하여 끌고 온 자기 아들의 몸값으로 가져올 황금 말이오. 아니면 새로운 계집이 필요하신가? 욕정 속에서 몸을 섞을, 그대 홀로 동떨어져 데리고 있을 계집 말이오.


 지도자의 몸으로 아카이아의 아들들을 재앙으로 이끄는 것은 합당치 않소. 물러터진, 욕 먹어 마땅한 자들아, 아카이아의 계집이지 사내도 아닌 자들아! 배를 타고 집으로 떠나, 여기 이 자가 트로이아에서 자신의 명예의 선물을 만끽하도록 내버려두자. 우리들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지 그렇지 않은지 그가 깨닫도록 말이다.






테르시테스는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드>의 이질적인 등장인물이다. 테르시테스는 계급이 낮은 평민 병사로, 낮은 신분에도 불구하고 영웅과 왕들을 조롱하며 그들의 행동과 전쟁을 비판했다. 신과 왕, 영웅들의 전쟁을 노래하는 서사시인 <일리아드>에서는 극히 특이한 등장인물인 셈이다. 여기서 테르시테스는 트로이 전쟁은 오직 지배자-아트레우스의 아들, 아가멤논-의 이익만을 위한 것으로, 평민 병사들은 그저 그들의 이익을 위해 희생되고 있을 뿐이니 전쟁을 그만두고 돌아가자고 연설했다.


하지만 영웅들의 전쟁 서사시에서, 전쟁을 그만두자는 평민 병사의 운명은 당연히 순탄할 리가 없었다. 테르시테스의 연설 후 오디세우스가 나타나 테르시테스에게 모욕적인 말을 퍼붓고 왕홀로 그의 머리와 어깨를 피가 흐를 때까지 폭행했으며, 이를 통해 테르시테스를 병사들의 비웃음거리로 전시했다. 그리고 오디세우스는 연설한다. 



"지껄일 줄만 아는 테르시테스여, 그대는 참으로 훌륭한 연설가로구나! 입을 닥치고, 그대 자신의 말로 왕과 싸우려 들지 말지니. 아트레우스의 아들들과 함께 트로이로 온 자들 중 그 누구도 그대보다 저열한 자는 없으리라. 나는 분명히 말하기에, 감히 왕에 대항하여 그대는 자신의 목소리를 높여서는 아니 되며, (왕명에 거역하여) 남들을 비난해서도 또 자신의 귀향을 바라서도 아니될지니."



그리고 전쟁은 계속되었다. 하지만 테르시테스는 왕과 영웅들을 비판하는 것을 그만두지 않았고, 그의 험난한 운명도 계속되었다. 결국 테르시테스는 아킬레우스의 손에 죽는다. 아킬레우스가 아마존의 여왕 펜테실레이아를 죽인 후 그 시체를 강간하는 것을 보고 테르시테스가 이를 비판하자, 격분한 아킬레우스가 테르시테스를 때려 죽인 것이다.


테르시테스는 호메로스로부터도 비난받았다. 호메로스는 테르시테스를 "그는 가슴에 조리 없고 장황한 말들을 담고 있어 되는대로, 나아가 도리에 맞지 않게 왕들과 다투려 지껄여댔고, 아르고스 인들을 웃기리라 여겨지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떠벌렸"고, "그는 더없이 후안무치한 사내로서 일리오스에 왔"으며, 외모는 "휘어진 다리에 한쪽 다리는 절뚝였고, 양 어깨는 혹 때문에 가슴 쪽으로 구부러져 있었"고 "대가리 윗부분은 뾰족하고, 거기엔 머리털이 듬성듬성 나 있었"다고 묘사했다.


하지만 그런 비난과 수모에도 불구하고, 테르시테스는 기원전 800년 경 호메로스의 서사시에서조차 왕들의 전쟁에 반대하고 왕들의 만행을 비난하는 등장인물이 있었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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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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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알파카 | 작성시간 14.01.30 연설문의 내용을 보니... 역시 명언(?)은 괜히 명언이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없고 같은실수를 반복한다
  • 작성자BACCANO | 작성시간 14.01.31 아킬레우스 쓰레기네요
  • 작성자Aetius | 작성시간 14.01.31 흠 호메로스는 어떤 의도로 이런 인물을 집어넣은걸까요? 상상력이 가미된 이야기라면 무슨 의도가 있어서 저렇게 튀는 캐릭터를 넣었을텐데.
  • 작성자사탕찌개 | 작성시간 14.01.31 3천년동안에 도덕관이 엄청나게 바뀐거죠.

    PS. 이거 보니까 시공사의 비잔틴 제국 관련서적에 실린 이야기가 생각나는군요. 비잔틴 제국 시절 테살로니키에서 어느 은둔수사의 선동으로 반유대인 폭동이 일어났는데, 시민중 한 사람이 화를 내가며 유태인들을 보호하려 했답니다. 이 기록을 남긴 당대의 역사가는 은둔수사를 성인으로, 유태인들을 보호하려 한 사람을 악인으로 기록했는데, 수백년이 지나서 이를 보는 우리 입장은 그의 정반대;;; 우리에게는 애꿏은 유태인들을 괴롭힌 수사라는 놈이 악인이고 전 도시에 대항해 무고한 사람들을 지키려한 외로운 시민이 의인일테니깐요.
  • 작성자배달민족 | 작성시간 14.07.18 뭐 지금도 영웅주의에 빠진 사람들이 있고 그걸 현실정치에 적용시키려는 판국에, 저 시대는 오죽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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