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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 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 특별판(2023)

작성자Red eye|작성시간23.11.05|조회수293 목록 댓글 6

 

 

 

표지의 자신만만한 30대의 오펜하이머를 보며 넘긴지 2달정도, 마지막 장에는 야위고 순해진 눈 빛을 가진 50대 후반의 아저씨 모습을 보며 마지막 장을 덮었습니다.

 

이 책은 오펜하이머와 관련된 여러 사람들의 인터뷰들, 도서관 자료들,  국가기관 정보 열람, FBI 정보 열람, 원자력위원회 역사등을 통해 오펜하이머의 인생을 입체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이 책은 크게 3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었는데요, 오펜하이머의 부모와 출생, 학업, 업적, 교류, 커리어같은 바이오그래피와 로스앨러모스의 맨하튼 프로젝트 책임자의 이야기 그리고 반미조사위원회를 위시한 매카시즘의 광풍으로 1954년 원자력위원회에서 비밀 취급인가를 취소당해 한순간에 국가의 반역자로 낙인찍혀 나락으로 떨어진 영웅의 이야기를 보여주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독일에서 18세즈음 미국으로 이민 온 사람이었고 사업적 능력이 있어서 옷감사업을 통해 많은 부를 쌓았던 사람입니다. 그의 부인도 부유한 유대인 출신의 화가. 그들이 아들 오펜하이머를 보낸 학교는 일종의 대안학교인 에티컬컬쳐 학교로 여긴 시온주의를 배격하고 미국사회속으로 들어가 조화롭게 살려는 진보적인 유대인들이 세운 학교였습니다.  학교가 유대인의 시온주의 를 배격했다는 것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그가 스승으로 모신 학자 중엔 덴마크 물리학자인 닐스 보어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데요, 그는 제자 오펜하이머가 로스앨러모스에서 핵분열 폭탄을 개발한 이후 그 위력을 이미 알고 있었고 그것이 인류에게 어떤 재앙을 가져올지 선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가령 핵에 관한한 비밀주의를 배격하고 정보를 오픈시켜 당시 동맹국인 소비에트와 정보를 주고 받고 국제적으로 통제하자는 주장을 했었거든요.(아이슈타인도)  이분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오펜하이머가 트리니티 실험 후 핵의 위력을 실감하고 수소폭탄 개발을 반대하는데 나섰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수소폭탄은 핵분열이 아니라 핵융합... 파괴력도 더욱 강하죠. 아마 최근 공개된 소비에트의 짜르봄바 투하 장면을 담은 영상을 보셨을겁니다.)

 

 

 

https://youtu.be/sZBkdqTjn88?si=UvbpUPRmEbPI8Axo

 

 

 

그리고 여기서 묘사되는 2차대전 당시 미국의 급박함은 긴장감을 주기에 충분하였습니다 나치보다 먼저 핵을 개발하기 위해 맨하튼 프로젝트를 수립하고 많은 예산과 인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한 루즈벨트 정부는 펜타곤을 단기에 완성시켜 주목을 받았던 레슬리 그로브스 대령에게 별을 달아주고 책임자로 임명했으며 그가 과학동반자로 선택한 오펜하이머와의 조우와 협력의 과정도 재미있었습니다. 오펜하이머는 과학자로서, 프로젝트 행정책임가로서 로스앨러모스에 모인 과학자들과 그 가족들을 통솔하고 군인들과 의견을 조율하며 매우 빠른 시간내에 핵분열을 일으키는 2가지 유형의 폭탄을 개발하는 과정을 보여주었고 트리니티 실험 후 두 가지로 갈린 사람들의 반응들이 많은 생각할거리들을 던져주었습니다. (당시 히틀러는 핵을 개발하는데 그렇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엄청난 재정지출) 하이젠베르크가 이끄는 나치독일 핵개발팀은 폭탄이 아닌  원자력 중수로를 만들고 있었다고 하네요.)

 

핵, 정말 돌이킬 수 없는 그 무엇..  이 책의 제목이 왜 프로메테우스가 들어갔는지 짐작케 해주었는데요, 머리속에 맴도는 것은 No brake....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인간 왕 이실두르가 절대반지를 깨지 않고 그것을 끼면서 음흉한 웃음을 짖던 모습이 스쳐지나갔습니다.)

 

이 책의 후반부는 핵폭탄의 아버지라 불린 미국의 영웅 오펜하이머의 추락을 다루는데 많은 부분을 할애했습니다.

1946년 원자력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자문으로 들어간 오펜하이머는 여기서 핵에 대한 미행정부와 군부의 비밀주의를 배격하고 소비에트와 정보를 주고 받고 국제적기구를 통해 핵을 통제하자는 주장과 핵분열보다 더욱 강력한 폭탄인 핵융합의 수소폭탄개발을 반대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오피가 공직에 있던 트루먼-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집권하는 그 시기(공교롭게 한반도는 동서냉전의 대리전인 한국전 발발),  이미 핵에 대해 지나친 의존성을 보인 미행정부와 군부는 오펜하이머를 비롯한 그의  동료 과학자들의 주장에  매우 민감한? 반응들을 보입니다. 급기야 1947년에 미 의회내 반미활동조사위원회의 빨갱이 솎아내기와 매카시즘의 광풍이 거세게 일어나며 줄곧 오피를 도청감시해왔던 후버의 FBI가 오피의 숙적인 스트라우스와 함께 2차대전 미국의 영웅을 나락으로 보내기 위한 음모를 꾸미죠.

 

저는 이 부분에서 2차세계대전 후 미국에 불었던 '너 빨갱이지!' 의  광적인 매카시즘 사냥이 너무 소름 끼쳤고 오펜하이머와 그 가족들, 친구들, 지인들을 도청감시하는 후버의 FBI를 보면서 기시감이 들어 매우 불편하고 찝찝했습니다. 미 원자력위원회는 오피의 비밀취급인가 유효기간이 끝나가는 며칠 전에 청문회를 열어 그곳에서 청문회가 아닌 사적 재판을 하였습니다.  청문회 때 사용된 청문위원의 자료들이 FBI의 도청과 감시를 통해 제공된 것이었죠.  오펜하이머가 젊었던 시절, 대학교수 시절, 좌파적이고 진보적인 운동 참가와 스페인 내전 구호금 보내기 운동, 사생활 영역인 여성들과의 관계, 미국 공산당과의 연계의혹을 파헤치며 정신적으로 죽이고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과정을 지켜보는게 좀 괴로웠습니다. 

 

물론 오피는 완벽한 신과 같은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예민했고 때로는 우물쭈물하기도 하고 위기를 미꾸라지 처럼 잘빠져 나가기도 하고  거짓말도 할 줄알고 권위에 순응하는 모습도 보이고..

 

유시민 작가가 말하길 사람들은 영웅에 환호하기도 하지만 그 추락하는 모습을 보며 더욱 안도감?을 느끼고 더욱 열광한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며 미국의 영웅으로 대접받던 오펜하이머는 미국의 공직에서 배제되었고 고등연구소의 소장직을 겨우 유지 하였지만 정년을 얼마남겨두고 스스로 퇴임합니다. 시간이 지나 JFK 민주당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노벨상 수상자들을 위한 만찬회에 그가 초대되며 복권되는 계기가 마련되었지만 공직으로 복귀할 순 없었습니다. 거기에 엔리코 페르미 상을 수여하기로 하였던 JFK는 달라스에서 운명을 달리했고 그소식을 들은 오피는 절망감을 가졌을 것이라 추측되며  그 뒤를 이은 린드 존스 대통령이 그를 백악관에 초대하여 페르미상을 수여받을 수 있었습니다.(백악관엔 그에게 매우 불리한 증언을 했던 에드워드 텔러도 있었고 그와 악수도 나누었지요)  그리고 인생 후반,  가족들과 세인트 존 제도에서 보내게 되고(유년시절부터 요트나 선박을 몰았던 오피) 흡연으로 발생한 후두암으로 치료를 받던 중 화학요법의 과도한 사용으로 간이 괴사해 수면 중 삶을 마감하게 됩니다.(1967년)

 

어떤이는 오펜하이머의 청문회를 19세기 프랑스에서 발생한 뒤레퓌스 사건과 유사하다고 하는데 동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9년의 한국도 떠올랐고..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을 수 있는 또다른 중요한 점은 미국에서 반미활동 조사위원회가 열리고 메카시즘 광풍이 왜 불게 되었는지에 대해 당시 미국의 상황을 짐작하고 유추해볼 수 있다는 것 (독점 대재벌기업의 탄생과 트러스트, 이를 분쇄하려했던 시어도어 루즈벨트, 볼세비키 혁명과 대공황, 양극화, 노동운동, 지식인 및 과학자들의 진보적 좌파운동 참여, 스페인내전, 1, 2차 세계대전, 맨하튼 프로젝트, 일본에 사용한 핵의 위력을 목격한 충격과 그것이 뉴욕을 날려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거기에 소비에트의 핵개발 성공 소식까지...)

 

 

마지막으로 오펜하이머가 과학자로서 행정가로서 유명인으로서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되는 1947년 타임지의 표지를 소개드리며 마치겠습니다. 

Time 1947

 

 

https://www.aladin.co.kr/m/mproduct.aspx?ItemId=323386948

 

https://www.11st.co.kr/products/6168447860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2687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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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황초롱이 | 작성시간 23.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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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_Arondite_ | 작성시간 23.11.05 저도 냅다 사서 읽었습지요. 책을 다 읽고 곱씹으며 생각해본 결과, 오펜하이머에게는 프로메테우스라는 이름만큼 잘 어울리는 이름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두 가지 이유에서 말이죠.
    프로메테우스가 인류에게 '불'이라는 새로운 힘을 가져다주었듯 오펜하이머는 인류에게 '핵병기'라는 새로운 힘을 가져다준 자였습니다. 불을 얻은 인간은 신들이 만든 세계를 자기 입맛에 맞게 뜯어고칠 수 있는, 심지어는 파괴해버릴 수도 있는 강대한 힘을 얻었죠. 핵병기를 얻은 인류 역시 단 한 발의 폭탄으로 도시 하나를 통째로 무너뜨릴 힘을 얻었고, 한때는 지구상에 인류가 살았던 흔적까지 다 지워버릴 만큼 강대한 힘을 손에 넣었습니다. 인류에게 그런 힘을 가져다준 오펜하이머에게 프로메테우스의 이름이 어울리는 첫째 이유입니다.
    또한, 프로메테우스는 '미리 아는 자'로서 인간과 세상의 앞날에 대한 예언이 아닌 예측을 알려주었습니다. 동생 에피메테우스에게 제우스가 줄 판도라라는 선물과 그로 인해 벌어질 일을 미리 알려주었듯.
    그러나, 에피메테우스는 판도라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프로메테우스의 경고를 무시했고, 인류에게는 온갖 악한 것들이 가득하게 되었죠.
  • 답댓글 작성자_Arondite_ | 작성시간 23.11.05 오펜하이머 역시, 핵병기가 영원히 미국만의 전유물로 남아있을 수 없다는 것, 미국의 가장 강대한 적이 미국과 같은 힘을 손에 넣을 것이며 그것을 물리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미리 내다보았고, 경고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어리석은 자들은 수소폭탄에 희망을 걸었지만, 미국이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소련이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해버렸죠.
    오펜하이머는 적성국의 핵병기를 막는 유일한 방법은 서로가 서로의 모든 것을 공개하고 공유하는 방법뿐이라고 역설했습니다. 그의 발언이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미래를 내다본 혜안이었다는 사실은 1980년대 미소양국의 핵무기 감축협정을 통해 드러났고, 양측이 그 자리에서 (그래도 내가 더 유리하고 싶어서) 숨겼던 것 때문에 협정이 반토막이 되자 오펜하이머의 말대로 했어야 했다는 점이 더욱 분명하게 증명되었습니다. 오펜하이머의 이러한 혜안은 그가 프로메테우스와 같이 '미리 아는 자'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해주지요. 이것이 오펜하이머에게 프로메테우스의 이름이 어울리는 둘째 이유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_Arondite_ | 작성시간 23.11.05 본문에서도 말씀하셨듯, 오펜하이머는 조국을 향한 믿음에 결국 배신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조국을 여전히 사랑했죠. 수많은 나라를 돌아다니며 살았지만 그는 분명히 미국인으로 태어나 미국인으로 살다 미국인으로 죽은 미국인이었습니다. 미국인으로 태어나 미국에게 새로운 힘을 안겨주고 그 힘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알려주었음에도 미국에게 배신당한 오펜하이머에게 '아메리칸 프로메테유스'라는 이름보다 잘 어울리는 이름은 없을 것이라 감히 단정해 봅니다.
  • 답댓글 작성자Red eye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11.18 프로메테우스에 2가지의 숨은 의미를 알게 되어 지식습득 2+ 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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