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웨스트 버지니아 광산 노동 전쟁 (2) - 모던 타임즈

작성자PANDA|작성시간19.11.23|조회수454 목록 댓글 5


미국 산업혁명 초기의 광산업은 몇몇 광부들이 자율적으로 광물을 캐는 소규모 채굴이 주류였다.

골드러시 당시, 탐사대가 풍부한 광맥을 찾으면 그대로 연방정부에는 보고서를 제출하고

정부는 그대로 언론에 흘려줌으로 소식을 접한 광부들과 개척민들이 광맥 근처에 마을을 세우는 방식이었다.


물론 소규모 자본가들이 광산업을 주로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규모도 작은 편이었고, 광산업과 다른 산업의 연계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서로 독립적인 구조였기 때문에 연대를 하려면 동등한 위치에서 합병하거나, 갑이 을을 집어삼키는 방식이 전부였으니까.


이것은, 동부의 거대 금융자본이 투입되기 전이라서 가능했던 일이다.


남북전쟁이 끝나고, 산업화의 특혜를 받은 거대 기업들은, 다양한 부분의 산업을 막대한 자금력으로 인수하면서

한국의 재벌과 유사한 형태의 경제공룡, 트러스트(Trust)로 성장했다.

이들은 미국 상하원과 정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는데,

이를 경계한 공화당 상원의원 존 셔먼이 1890년에 발의한 셔먼-반 독점법 (Sherman Anti-Trust Act)가 발의되어도

별다른 효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엄청난 돈줄을 쥐고있던 트러스트들은 마침내 석탄 채굴업에 끼어들기 시작했다.

자본가들은 두툼한 지갑으로 석탄광맥 일대의 토지를 사들이고

대규모 채굴장과, 철도 노선, 전신, 등 사회 인프라를 구축해 나갔다.


트러스트의 자본력은 아예 회사가 마을 전체를 소유할 정도의 힘을 지녔는데,

웨스트 버지니아의 한 광산촌의 경우, 교회를 제외하고

술집, 이발소, 잡화점, 교역소, 마굿간 등 모든 생활 인프라들이 회사의 소유로 등록되어 있었다.


그것은 마치

삼성이나 롯데 같은 거대 기업이 한개 광역시에 해당하는 토지와 부동산을 사들인 다음

그 지역에 대규모 주택단지를 조성한 다음,

버스, 마트 등 사회 인프라를 삼성 자회사 계열의 상점으로 꾹꾹 채워나가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결국에 광부들이 번 돈은 고스란히 다시 고용주와 회사로 가게된 구조였다.


광부들이 하루 일을 마치고 살롱에서 맥주나 위스키를 마시며 휴식을 취할 때

광부들과 그 가족들이 집에 살 때도

광부의 아내가 잡화점이나 교역소에서 생필품을 구매할 때도

광부들이 주일마다 교회에 내는 헌금을 제외하고

회사로부터 돈이 나와서 회사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는 구조가 되는,

회사는 거의 손해를 안 보는 상황이었다.


심각한 경우,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화폐 (토큰)을 발행까지 했다.


광부들의 임금은 월급제가 아니라 그날 채굴한 석탄의 양으로 결정되었는데.

하루에 석탄 2000 파운드를 채굴해야 그날 수당을 받을 수 있었는데,


그것도 전반적으로 통용되는 화폐가 아니라,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발행한 토큰이나 영수증, 티켓 같은 거로 임금을 지불했다.

필요한 물건이 있다고 하더라도, 광부들은 회사 소유의 상점에서만 회사의 인지가 찍힌 토큰을 건네줘야 물건을 구할 수 있었다.


광산마다 발행했던 토큰이 서로 달랐고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광부들은 다른 도시나 마을로 가 봤자

필요한 물건을 구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벌어들인 막대한 돈으로 회사와 고용주들은 호화로운 저택에 살면서 유럽식 생활방식에 젖어있던 반면

광부들은 하루 일해서 하루 간신히 먹고사는 수준의 생활에 머무르는게 전부였다. 

아동 노동에 대한 인식도 발달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어느정도 자란 아이들도 탄광에 투입되서 성인처럼 일해야 했다.




형편이 괜찮은 광부의 경우, 회사에서 지어준 판잣집에서 살 수 있었지만,

형편이 어려운 광부들 (빚이 많거나, 가족이 많은 경우) 은 천막촌에 모여서 아등바등 사는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19세기 말에 유럽에서 발흥한 사회주의 노동운동의 물결이 아메리카 대륙에까지 미치면서 노사 간 갈등이 불거졌다.


북부와 중부의 공업지대에서 일어난 노동운동은 사회를 휩쓸기 시작했고

산업현장의 노동자들도 개별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행동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작용이 있으면 그에 반하는 반작용이 있는 말 대로,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회사와 고용주들도 그에 걸맞는 방식으로 노동운동에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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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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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나아가는자 | 작성시간 19.11.23 잘 봤습니다. 재벌이 직접 도시를 세우고 모든걸 장악하는건 한국재벌의 유토피아겠군요. 게다가 돈이 아니라 토큰으로 주다니...
  • 답댓글 작성자PANDA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11.23 영어가 된다면 the devil is here in these hills 읽어보시는거 추천합니다. 저도 이거 기반으로 쓰는거라서요
  • 답댓글 작성자PANDA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11.23 지금 같으면 연방정부에서 펄쩍 뛸 일이겠지만 ㅎㅎㅎㅎ
  • 답댓글 작성자▦무장공비 | 작성시간 19.11.23 PANDA 사실상 장원, 거두는것이 목화와 사탕수수가 아닌 석탄일뿐 남미의 플렌테이션 농장이나 다를게 없는 구조네요.
  • 답댓글 작성자PANDA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11.24 ▦무장공비 개인의 자유가 중요시되는 미국의 문화때문에
    사유지 안에서 뭔 일을 벌이든 반헌법적만 아님 되고,
    반 헌법적이라도 걸리지만 않으면 되고
    걸려도 뇌물로 무마하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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