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바람꽃
정진혁
산기슭에서 만났다
오후가 느리게 떨어지는 동안
저녁이 모이고 모였다
너도바람꽃 불러 보다가
고 이쁜 이름을 담고 싶어서
손가락으로 뿌리째 너를 떠냈다
산길을 내려오다 생각하니
네가 있던 자리에
뭔가 두고 왔다
너도바람꽃은
아직 바람이었다
늦은 저녁을 먹다가
어둠 속에 저 혼자 꽂혀 있을 손길을 생각했다
내가 어딘가에 비스듬히 꽂아 두고 온 것들
빗소리가 비스듬히 내리는 밤이었다
* 『사랑이고 이름이고 저녁인』(2020, 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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