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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사랑방

너도바람꽃

작성자카페지기|작성시간22.09.14|조회수28 목록 댓글 0

너도바람꽃

 

 

            정진혁

 

산기슭에서 만났다

오후가 느리게 떨어지는 동안

저녁이 모이고 모였다

너도바람꽃 불러 보다가

고 이쁜 이름을 담고 싶어서

 

손가락으로 뿌리째 너를 떠냈다

산길을 내려오다 생각하니

네가 있던 자리에

뭔가 두고 왔다

 

너도바람꽃은

아직 바람이었다

 

늦은 저녁을 먹다가

어둠 속에 저 혼자 꽂혀 있을 손길을 생각했다

내가 어딘가에 비스듬히 꽂아 두고 온 것들

 

빗소리가 비스듬히 내리는 밤이었다

 

* 『사랑이고 이름이고 저녁인』(2020, 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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