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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학교도서관을 만드는 조례 제정 [개똥이네집 9월호]

작성자운영자|작성시간11.08.15|조회수73 목록 댓글 2

행복한 학교도서관을 만드는 조례 제정

                                                                               최 창 의(경기도교육의원)

                                                                                                                             개똥이네집 9월호, 보리출판사

 

아이들이 글자를 익히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쑥쑥 자란다. 또 재미있는 책을 잡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교과부가 아이들의 독서 이력을 대학입시와 반영한다고 해서 논란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책은 재미있어서 자연스럽게 읽게 해야지, 이렇게 성적에 반영하는 방식은 아무래도 문제가 많을 게 분명하다. 다행히 이러한 문제를 일찍이 알아차린 독서문화운동 단체들의 끊임없는 문제 제기와 반대가 있어 왔고, 마침내 지난 5월, 교과부장관이 독서를 입시와 연계시키지 않겠다고 발표하였다.

 

우리는 아이들이 삶을 살아가는 과정의 하나로 자연스럽게 좋은 책을 읽고 자라도록 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키우고 올바른 가치관을 쌓아야 참된 사람으로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책을 읽으면 우리 머릿속에 지식과 정보가 채워질 뿐 아니라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 길러진다. 따라서 학교 교육에서 어떤 공부 못지않게 중요하게 지도해야 할 것이 독서이다. 독서는 마치 나무가 알찬 열매를 맺기 위해 밑거름을 넣는 일과 같다.

 

학생들에게 책을 친근하게 느끼게 하고 독서 습관을 붙이는데 있어서 학교도서관의 길잡이 구실은 매우 크다. 학교에서 생활하는 동안 아이들은 틈틈이 학교도서관에서 책을 골라 읽고 빌려 본다. 또한 어떤 과제가 주어질 때 도서관에 꽂아놓은 여러 가지 책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학교도서관은 정보의 보물창고로서 학교 교육의 심장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학교도서관의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과거와 달리 이제 전국의 거의 모든 학교에는 도서관이 설치되어 있다. 필자가 교육의원으로 일하는 경기도의 경우 99.1% 학교에 도서관이 만들어져 있다. 이처럼 전국의 아이들이 학교도서관에서 독서의 참맛을 알고 습관을 붙이면서 참다운 인격체로 자라나고 있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하지만 학교도서관이 학교마다 만들어지면서 시설이 새롭게 만들고 꾸며진 데 비해 그 속을 들여다보면 아직도 도서관으로서 제 구실을 다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무엇보다 도서관 운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인력과 프로그램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전체의 절반이 넘는 학교도서관에는 도서관을 운영할 실질적 책임자인 사서가 없다. 실제 통계를 살펴보면 전국 학교도서관 1만937개 가운데 4천556개 도서관에만 사서가 배치되어 있고, 나머지 58.3%인 6천381개 도서관에는 사서가 없다. 더욱이 사서들의 95%는 신분이 불안정하고 처우가 열악한 비정규직 신분이다.

 

사서가 배치되어 있지 않은 도서관에서는 자유롭게 책을 읽거나 대출을 하기에 어려움을 겪는다. 학생들의 독서 지도를 위한 프로그램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도서관 담당 교사나 자원봉사 학부모에게 의존하여 일정한 시간만 운영하거나 심지어는 문을 닫아 놓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따라서 학교도서관이 독서 교육, 정보 활용 교육, 도서관 활용수업 등 다양한 교육적 구실을 다하기 위해서는 사서 전문 인력의 확보가 무엇보다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사서 인력의 배치와 함께 학교도서관의 공교육을 보완하는 교육적 기능도 강화되어야 한다.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독서를 통해 자기 주도적 학습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교육과정과 연계한 독서, 토론, 글쓰기 수업을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도서관을 활용한 독서 교육을 강화하고, 지식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독서 프로그램과 장애 학생, 독서부진아를 지도하는 사업 개발도 필요하다.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협력하는 활동도 중요하다. 학교도서관을 지역 주민들에게도 개방하여 독서문화센터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모색해야 한다.

 

학교도서관에 사서교사나 사서직이 배치되어 있지 않은 학교에서는 학부모 자원봉사자들이 도서관 운영을 거의 도맡아 하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학부모 자원봉사자들이 단순히 아이들이 늘어놓은 책 정리나 하는 역할에 머무르거나 학교장의 관심 정도에 따라 활동 폭이 좌우되기도 한다. 전담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학부모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을 활성화하려면 그 위치와 역할이 학교 안에서 분명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학부모 도서관 자원봉사자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것과 아울러 독서 지도 역량 개발을 위한 연수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

 

학교도서관이 학교 교육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 운영 측면에서는 이처럼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현재 학교도서관을 행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기관은 학교를 관할하는 교육청이다. 따라서 시도 교육청 교육감이 학교도서관 운영을 활성화하고 예산과 행정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 방법이 바로 시도교육청에 학교도서관 지원을 법률로 규정하는 조례를 제정하는 것이다. 지방 자치단체장에게 의무성을 부과하는 조례를 통해 교육 지원 사업을 적극 추진한 으뜸 사례로는 2004년부터 전국 시도에서 학부모와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추진한 ‘학교급식 지원 조례’가 손꼽힌다. 학교 급식 식재료로 친환경 우리농산물을 공급하여 학생들에게 건강하고 질 좋은 급식을 제공하고 우리 농업을 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한 이 조례 제정 운동은 주민들의 폭넓은 참여로 행정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 조례의 제정으로 학교급식에 안전한 지역 농산물을 공급하고 의무교육기관의 무상급식을 추진하는데 밑바탕이 되기도 하였다.

 

필자는 경기도의회 교육의원으로서 이러한 학교급식 지원 조례 제정에 참여했던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학교도서관 운영을 진흥하기 위해 경기도교육청 조례로 제정하도록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지난 7월 5일 경기도의회에서 학교도서관 전문가들과 함께 “학교도서관 진흥을 위한 정책 방안”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하였다. 이 자리에서 발제와 토론자들은 한결같이 현재의 학교도서관 운영을 활성화하여 독서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조례를 제정하여 체계적인 행정 지원을 펼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 뒤 교육청의 학교도서관 담당부서, 도서연구시민단체 실무자, 도서관 운동 전문가, 사서 교사, 비정규직 사서들과 협의하여 ‘학교도서관 운영 및 독서교육 진흥 조례안’을 만들었고 다가오는 9월 열리는 도의회에서 의원발의를 통해 조례를 공식으로 제정할 계획이다.

 

학교도서관 진흥 조례가 제정되면 학교도서관 운영에 따른 정책 지원과 예산 투여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무엇보다 먼저 학교도서관에 사서가 필수요원으로 배치되고 이들이 책임감 있고 안정되게 근무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학교도서관이 독서 지도와 교육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 개발과 학교도서관 활용 수업이 충실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학교도서관에서 아이들이 행복하게 책을 읽고 참된 사람으로 알차게 자라나는 나라를 꿈꾼다. 그러기 위해 경기도에서 출발하는 이 학교도서관 진흥 조례가 제주에서 서울까지 전국의 모든 시도 교육청으로 들불처럼 번져나갔으면 좋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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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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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멘토 | 작성시간 11.08.16 학교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가장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문제가 인적자원의 배치입니다. 이 점을 바로 인지하고 계신 듯하여 맘이 놓입니다. 고용이 안정되고 합당한 처우를 보장해 줄 때 그 기대에 부합하는 인재들이 바이러스처럼 확산될 것입니다. 늘 애써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 작성자처음처럼 | 작성시간 11.08.17 경기도의 학교도서관진흥조례는 반드시 학교도서관 운영의 모범사례로 타시도를 선도하는 계기가 될것입니다.
    2003년 학교도서관활성화 사업에 이어 제2의 학교도서관 혁명이 일어나기를 기대합니다...
    아자! 아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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