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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수상 창고

아버지 장례 감사 편지 [2011.11,8]

작성자카페지기|작성시간11.12.01|조회수239 목록 댓글 0

아버지 장례에 함께 해 주심을 감사드리며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신 지 열하루가 흘렀습니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그런지 아버지 얼굴이 떠오를 때면 아직도 가슴이 먹먹합니다. 다시 이 세상에서는 뵐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 허전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이고 가끔씩이라 죄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밀려드는 일에 쫓겨 일상의 습관처럼 무심코 살아지게 됩니다.

 

아버지는 참 열심히 세상을 살아온 분입니다. 땅 한 평 물려받지 못한 농사꾼이 피땀 흘려 일해서 논을 몇 천 평 장만하고 자식들 5남매를 남보란 듯이 키워내셨습니다. 평생 김제평야 논바닥에서 씨 뿌린 대로 거두며 강직하게 사셨습니다. 그러나 그 힘겨운 노동이 병을 불러와 지난 1998년부터 십년 넘게 뇌졸중을 앓으셨고, 급기야 올해 초부터 병이 악화되어 세상을 등지게 된 것입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차가운 시신을 앞에 두고 굵은 눈물을 많이도 흘렸습니다. 결혼을 하고난 뒤로 가장 많이 크게 울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목메어 울어도 아버지의 힘겹게 지나온 삶이 애통하기만 하였습니다. 살아 계실 때 아버지께 더 잘 드리지 못해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저희가 이렇게 한없이 슬픔 속에 주저앉아 있을 때 참 많은 분들이 장례식장을 찾아주셨습니다. 저희에게 다가와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시고, 뜨거운 가슴으로 안아주셨습니다. 아버지의 영정 앞에 절을 드리고, 영혼 앞에 기도를 올리고, 가시는 길을 꽃으로 수놓아 주셨습니다. 그 따뜻한 격려와 위로가 저희들의 슬픔을 가시게 하였습니다. 더없이 고마워서 황망 중에도 정신을 놓지 않고 장례를 치를 수 있었습니다.

 

가을 하늘이 슬프도록 푸르른 날, 여러분의 사랑 속에 아버지를 동두천의 왕방산자락 예래원 공원묘지 햇볕 좋은 곳에 안장하였습니다. 몸은 흙으로 다시 돌아가고, 영혼은 하늘나라로 오르셨습니다. 이제 저희 남은 가족들은 아버지의 강인하고 정직했던 삶의 자세를 받들어 더욱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더욱이 홀로 남게 된 어머니께 못다한 효도를 정성껏 하려고 합니다.

 

저희가 슬픔에 빠져 제대로 예의도 갖추지 못하는 사이에 저희 아버지 장례식에 함께 해 주신 여러분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그 바쁜 일정을 뒤로 미룬 채 찾아오시고, 기억해서 조의를 표해 주시고, 꽃을 보내 주신 한 분, 한 분께 감사의 절을 거듭 올립니다. 그 은혜 잊지 않고 보답하겠습니다.

 

2011년 11월 8일

최창의(경기도 교육의원), 이은선(상탄초 교사) 드림

 

 

※ 덧붙임 : 조의를 표해 주신 상당수의 분들은 근무처나 주소지를 적지 않아 감사 편지를 보내지 못했습니다. 편지를 받지 못한 주변 분들께도 저희를 대신하여 인사를 전해주시면 더없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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