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교육수상 창고

교육대학 졸업 30주년 동창회에 부치는 글 [2012,6,23]

작성자카페지기|작성시간12.06.04|조회수85 목록 댓글 1

<교육대학 졸업 30주년 동창회에 부치는 글>

 

30년 만나고 만날 우리의 사랑과 선생다운 향기

 

                                                                      최창의(19회, 경기도교육의원)

 

   친구여, 참 오랜만일세. 전주교육대학 19회로 졸업한 지 30년 만에 다시 만난 동창이여! 우리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이니 얼마나 좋은가. 한번 껴안아 보세. 얼싸안고 춤이라도 추고 싶네.

 

   우리에게 초, 중, 고, 대학까지 여러 동창회가 있지. 그 가운데 교육대학 동창회는 특별한 유대감이 있어. 교사가 되기 위한 같은 목적으로 모인 학교라서 그렇지. 더구나 초등학교 해맑은 어린 아이들 가르치는 선생을 하려고 모여든 학교 아닌가? 30여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교육대학 시절이 사르르 떠오르네. 사도의 길을 걷기 위해 벗어던진 허위의식, 젊은 그대들 정열의 가슴앓이, 때로 찾아들었던 가난의 우울...... 새로운 삶을 개척하기 위한 젊은 날의 초상이었지.

   그 대학 시절로 잠시 돌아가 볼까. 황학제의 향기로운 국화 전시회, 가을 도서관 앞길을 노랗게 물들인 은행잎들, 하얀 눈을 맞고도 푸른 자태를 잃지 않던 히말라야시다, 음악당 앞의 고운 풍금소리, 구교수님과 함께 추던 어색한 무용, 몇 번이고 정확하게 반복했던 국민체조, 은교수님의 은은하고 자비로운 사랑, 김교수님의 펑퍼짐한 바지와 녹슨 자전거....... 이 모두가 쌓이고 썩어서 우리가 참된 교사가 되는 밑거름이 되었구려.

 

   그 동안 어떻게 살았는가? 풋내나는 초임 교사로 교단에 선 지 무려 강산이 세 번 바뀌지 않았는가. 길러낸 제자만 해도 천여명이 넘겠구려. 풀꽃 같은 아이들을 참되게 자라도록 이끌어준 친구의 삶이 정말 자랑스럽네. 그 사이 때로는 힘들고 어려운 일은 왜 없었겠나. 아이들 걱정에 밤잠 못 이룬 날도, 교사들을 흔들고 내리치는 사회 분위기에 교단을 뛰쳐나오고 싶을 때도 있었을 테지. 보람과 아픔이 널뛰는 그 길을 꿋꿋이 걸어온 친구가 그래서 더욱 소중하고 든든하네. 동지여 힘내게나.

   이제 친구 얼굴에도 굵은 주름살이 패이고 머리는 희끗하게 서리가 내렸구려. 어느 새 쉰살이 넘었네 그려. 웬만한 세상일에 흔들리지 않는 나이가 되었지. 비우고 내려놓고 그저 바라볼 수 있는 연륜도 생겼겠지. 학교에서는 중견 교사를 지나 고참 교사이거나 아니면 교감이 된 친구도 꽤 있겠네. 말이 나왔으니 한 마디 덧붙이겠는데 교사면 어떻고 교감이면 어떤가. 우리 친구끼리는 그런 별거 아닌 직위 가지고 서로 내세우거나 움츠리지 말세. 모두 교사의 한길에서 다진 우정과 사랑으로 편안하게 만났으면 좋겠네.

 

   오늘 대학 졸업한 지 30년 만에 다시 찾은 황학골, 감회가 새롭고 기뻐서 가슴이 뛰네. 먼저 우리를 가르쳐주신 은사님들께 감사의 큰 절부터 올리세. 그리고 지난 세월을 되작거리면서 밤새워 밀린 이야기를 나누세. 서로 용기도 불어넣고 힘을 북돋아주면서 참교사의 곧은 뜻을 굳건하게 다지는 자리이길 바라네. 우리 오늘의 만남을 이어 앞으로 살아갈 30년 동안 좀더 자주 만나세. 친구의 선생다운 향기와 사랑이 다시 그리울 것 같아.              (2012, 6, 23)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시인 송랑해 | 작성시간 12.06.17 좋은 글 즐겁게 감상하고 갑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