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교육수상 창고

최창의가 만난 전국 교육감 [광주광역시 장휘국 교육감편]

작성자카페지기|작성시간15.03.06|조회수55 목록 댓글 0

최창의가 만난 전국 교육감

 

질문이 있는 교실, 행복한 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장휘국 광주 광역시 교육감

 

이번 3월부터는 전국의 교육감들을 차례로 만난다. 첫 번째로 광주광역시 교육청 장휘국 교육감을 찾았다.

 

최창의 : 교육감 가운데 가장 먼저 장휘국 교육감님을 찾아왔습니다.

장휘국 : 네. 저를 가장 먼저 만나러 온 까닭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개똥이네 집>이 제가 추구하는 교육 철학과 비슷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아이들이 시험 공부보다는 놀 시간이 많고 행복했으면 하는 생각은 같지 않을까 싶어요.

 

최창의 : <개똥이네 놀이터>나 <개똥이네 집>은 전부터 알고 계셨나요?

장휘국 : 들어서 조금은 알고 있고 미리 보내 주신 책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아이들을 자연과 이야기하게 만들고, 놀이의 세계로 이끄는 내용들이 참 좋았어요. <개똥이 놀이터>라는 책 이름도 마음에 들어요. 흔하고 보통 사람들을 쉽게 부를 때 개똥이라고 하지요. 보통 아이들을 위한 마음이 담겨 있잖아요. ‘놀이터’ 하니까 놀게 해 주면 좋겠다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도 느껴지고요.

 

최창의 : 청소년 시절을 매우 어렵게 자란 걸로 아는데 어떻게 보냈는가요?

장휘국 : 학교 다니는 동안에 가정 형편이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고등학교까지 다니면서 점심 도시락을 한 번도 가져가 보지 못했지요. 때때로 굶는 일도 많았습니다. 아침에 집에서 밀가루죽 수제비를 끓여먹다 보니까 도시락을 싸 갈 수가 없었어요.

제 삶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는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였던 거 같습니다. 충북 단양에 있는 조그만 시골학교에 다녔는데 자연의 너른 품에 안겨 놀았어요. 여름이면 냇가에서 물놀이하고, 겨울이면 얼어붙은 논에서 눈썰매를 탔습니다. 토끼와 송아지 꼴도 베다 먹이고, 가을에는 밤을 주우며 놀았지요.

 

최창의 : 고등학교 때는 근로 장학생을 하면서 학교에 다닌 걸로 아는데요.

장휘국 : 살림이 어려워 고등학교를 못 갈 형편이었어요. 중학교 다닐 때 등록금을 못 내서 등교정지를 당할 정도였으니까요. 아는 선생님이 학교 매점 일을 하면 등록금을 면제해 주고 용돈도 주겠다고 해서 광주고등학교로 진학했습니다. 학교가 직접 매점을 운영하였는데 그곳에서 일하는 학생들은 근로 장학생이라 해 수업료를 면제해 주고 수익금으로 장학금을 주기도 했거든요.

 

최창의 : 교육대학을 나와 처음에는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셨지요. 초임 교사 시절은 어땠나요?

장휘국 : 1970년 3월, 전남 영광에 있는 백수초등학교 교사로 첫 발령을 받아 6학년을 가르쳤는데요. 그때는 중학교 입시가 있었어요. 날마다 시험지 풀어 점수 올리기에 바빴는데, 어느 날 여학생 세 명이 학교에 안 오는 거예요. 가출을 했던 거지요. 애들을 찾아 헤맨 끝에 겨우 데려오면서 이야기를 들어 보니, 집안 형편이 어려워 집에선 아무도 보살펴 주지 않았던 거예요. 그때서야 아이들 사정을 알게 되면서 크게 반성했어요. 시험 점수도 좋지만 아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고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겠다고 생각을 바꾸었지요. 그래서 시험지 풀이 대신 책을 읽어 주고, 글을 쓰게 했어요. 한 달에 한 번씩 문집도 만들었지요. 교사가 아니면 어디에서도 사랑을 받을 길 없는 아이들을 돌봐야겠다고 생각한 겁니다.

 

최창의 : 그때 벌써 문집을 만드셨군요. 독서 교육에도 힘썼는데 어린이 책 중에 마음에 남는 책은 무엇인가요?

장휘국 : 제가 학교 다닐 때는 집안이 어려우니까 다른 책은 없고, 교과서를 많이 읽고 지냈어요. 중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는 다행히 학교 도서관에서 여러 책을 읽었지요. 교사가 되어서는 아이들한테 동화나 소년소설을 읽어 주곤 했습니다. 시험 점수 올리는 게 전부가 아니니 시골 아이들한테 책과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었지요. 동화책은 교사를 할 때 읽은 것 가운데 권정생의 동화가 기억납니다. 《강아지 똥》, 《몽실 언니》 같은 책을 아이들한테도 권하고 싶네요.

 

최창의 : 그 뒤 중고등학교로 옮겨 교사를 하다가 해직되고 교육위원에 재선되면서 교육감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어찌 보면 평범하고 순탄한 삶은 아닌 것 같은데 교사직을 떠나 교육감까지 이르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장휘국 : 왜 이렇게 변화가 큰 삶을 살게 되었느냐고 묻는 경우가 많은데요. 제가 교사를 하면서 받은 충격과 반성 때문이에요. 중등교사 자격시험을 치러 중학교를 거쳐 1983년도에 담양여고에서 근무할 때입니다. 대학에 들어갈 만큼 성적이 충분한 여학생인데 가정형편이 어려우니 끝내 입학시험을 안 보겠다는 거예요. 어차피 합격해도 다니지도 못할 텐데, 대학에 갈 수 있는 다른 학생이 자기 때문에 떨어지면 안 되지 않냐고 하더라고요. 그런데도 학교 평가를 잘 받기 위해, 교사 등급 표창을 받기 위해 대학 입시에만 매달린 제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어요.

광주과학고에서 교사로 근무할 때는 학교장이 제 교과목인 사회과는 카이스트 시험에 출제되지 않으니 그 시간에 자습을 시키라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지 않고 정해진 대로 사회과 수업을 해 버렸지요. 그래도 어쨌거나 거기서 입시경쟁 교육의 모순을 뼈저리게 겪었습니다.

1987년, 6․29 선언 이후에 교육민주화와 교육개혁을 하기 위해 교사들이 모였어요. 저도 올바른 교육을 해 보자는 뜻으로 교육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해직되었다가 복직한 뒤 교사로 근무하다 2006년 무렵부터 교육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그런데 8년을 해도 교육을 바꾸는 데 한계가 있더군요. 그때, 내가 교육감이 되면 교사로 근무할 때 절실하게 바랐던 교육을 실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결국 학교 현장에서 교육 모순을 실제로 겪은 경험이 교육감까지 되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고 볼 수 있지요.

 

최창의 : 지난번에 이어 두 번째 교육감을 하게 되었는데요. 지난 4년을 돌이켜 볼 때 두드러지게 해낸 일을 든다면 무엇인가요?

장휘국 : 좀 창피한 이야기 같지만, 무엇보다 광주지역 학교에서 촌지가 없어졌다고 자부합니다. 교사 근무평정 할 때 학교장에게 접대하는 일도 없어지고 학교에서 돈 봉투 주고받는 문화가 사라졌어요. 두 번째는 학생인권 조례 만든 겁니다. 이제는 학생들이, 선생님들이 자기들을 존중해주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해요.

가장 큰 보람이라면 ‘희망 교실’이라는 사업을 만든 것입니다. 희망교실은 선생님이 학생들의 인생 멘토가 되어 또 다른 부모님의 역할을 해 주는 교육복지 사업이자 수업혁신 프로그램인데요. 교사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거나 부모가 돌보지 못하고 공부를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들 네다섯 명과 짝을 맺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교육청은 교사가 주체적으로 계획하고 집행할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해 주고, 교사는 그 예산을 알아서 씁니다. 아이들한테 필요한 물건을 사주거나, 밥을 챙겨 먹고, 공연을 보러 가거나, 목욕탕을 가는 것처럼 아이들과 함께 활동하는 데 쓰게 되지요. 이 활동에 지역에 있는 가게나 식당 들에서 할인이나 기부를 해 주기도 합니다.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신청하게 했는데, 올해까지 광주 지역 교사들의 1/3인 5,100명이 참여했으니, 놀라운 일이지요.

 

최창의 : 학교가 올바로 혁신되고 교사들이 자발성을 갖게 되어야 수업의 변화도 뒤따라오리라 봅니다. 전국으로 혁신학교 바람이 번져 가고 있는데 광주교육청의 ‘빛고을 혁신학교’는 다른 시도의 혁신학교와 다른 점이 있습니까?

장휘국 : 혁신학교의 철학과 방향은 대체로 비슷할 텐데요. 빛고을 혁신학교는 광주다운 교육을 해 보자는 점이 특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광주는 모두 알다시피 민주, 인권, 정의, 통일을 중요시하는 지역이지요. 이런 지역의 가치와 지향을 교육과정에 반영합니다. 또 남도의 예술 정서와 아시아 문화 중심도시로 나아가는 움직임을 반영하여 문화예술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최창의 : 앞으로 교육감 제 2기에 들어가는 4년 동안 학교 교육을 변화시키기 위해 꼭 해 보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장휘국 : 두 번째 교육감 임기를 시작하면서 ‘질문이 있는 교실,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보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정말 질문을 안 하거든요. 묻는 말에 대답도 잘 않고요. 지금 교실은 아이들 중심이 아닌 교사 중심의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어요. 배움이 있는 교실, 자기 생각을 키울 수 있는 수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교육이 달라져야 하고 그 방안으로 수업이 바뀌어야 해요. 수업을 혁신하자는 것이 제2기 교육 정책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소외가 없는 교실을 만들기 위한 교실 혁명을 일궈 보겠습니다.

 

최창의 : 앞으로 4년 동안 전국의 17개 시도 교육감들에게 거는 기대가 큽니다. 전국 교육감협의회 회장을 맡으셨는데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요.

장휘국 :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교육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기대와 요구를 보여 주었습니다. 국민들이 교육혁신을 강렬하게 바라고 있어요. 학교를 민주적으로 투명하게 운영하라는 것입니다. 또 학생들을 점수로 줄 세우기만 하지 말고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교육해 주기를 요구합니다. 이런 일은 어떤 한 지역뿐이 아닌 전국의 교육감들이 모두 나서야 가능하지요. 그러기 위해 전국교육감협의회의 역할을 강화하여 단순히 교육부에 건의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교육 현안이나 정책에 대해 적극 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특히 지방교육재정 확보, 대학입시제도 개편, 야간자율학습이나 조기등교 금지 들을 이루어 내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전국 교육감들과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최창의 : 끝으로 학부모님들한테 들려주고 싶은 말을 해 주세요.

장휘국 : 저는 ‘무엇이 될 거냐?’보다 ‘어떻게 살 거냐?’를 훨씬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때문에 교육감으로서 어떻게 우리 아이들이 더 건강하고, 더 안전하고, 즐겁고 행복하게 공부할 것인가를 많이 생각할 것입니다. 학부모님들께서도 아이들에게 너무 과도한 기대나 요구보다는 믿고 기다려 주고 참아 주는 마음으로 아이들 교육에 함께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최창의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12년 동안 경기도 교육의원으로 일했다. 지금은 (사)행복한미래교육포럼 대표로, 교육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데 힘쓰고 있다. 쓴 책으로 《행복한 창의 교육》《행복한 글쓰기 초등학교》《신나는 글쓰기 초등학교》《글쓰기가 좋아요 1,2》가 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