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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 벼를 거두는 아이들 [10/19 경기일보]

작성자카페지기|작성시간15.10.16|조회수28 목록 댓글 0

가을날 벼를 거두는 아이들

                                                                       최창의(10월 19일 경기일보 천자춘추)

 

 

우리 마을 들머리 논에는 이른 가을부터 허수아비 셋이 누렇게 익은 벼논을 지키고 있다. 마을 안에 있는 대곡초등학교 아이들이 가꾸는 논이다. 지난 봄에는 아이들이 종아리를 걷고 물논에 나란히 서서 모내기를 했다. 여름철에는 가끔씩 논에 사는 벌레나 식물을 관찰하러 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길을 오가면서 일하는 아이들을 만날 때면 흐뭇하고 정감이 우러났다.

 

오늘 아침에는 차를 타고 가다보니 사람들이 논 안에 가득 차 왁자지껄하다. 벼 베기에 나선 학교 아이들과 학부모들이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차에서 내려 논 안으로 들어갔다. 60여명의 아이들과 그 수의 반쯤 되어 보이는 학부모들이 여러 일들을 하고 있다. 인사를 나누는데 얼굴 표정이 싱그럽고 환하기 그지 없다.


벼 베기는 어른들이나 아이들이나 아무래도 낫질이 서툴렀다. 언제 이런 일을 얼마나 해 보았겠는가. 한 포기씩 벤다기보다 싹둑 싹둑 끊어나간다. 아이들이 낫질을 할 때면 교장선생님부터 아버지, 어머니들이 곁에 서서 일러주고 돌보아준다. 날이 매서워 위험스럽기도 하지만 직접 해 보아야 위험도 이겨낼 수 있을 테지. 나도 뛰어들어 몇 포기를 베어 가지런히 논바닥에 뉘어 놓았다.


벼를 베는 동안 한 쪽에서는 아이들이 이삭 훑기를 해 보고 있다. 벼 이삭을 옛날식 홀태날 사이에다 넣고 잡아당기니 후두두둑 벼 알갱이가 떨어진다. 낱알을 그러모으면서 볏짚은 다른 아이들에게 건넨다. 볏짚을 가져 온 아이들은 바닥에 주저앉아 새끼 꼬기를 배운다. 교감선생님이 가끔 손바닥에 침까지 뱉어가며 꽈배기처럼 새끼를 꼬아낸다. 제법 모양나게 새끼를 꼬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손바닥만 내내 비비면서 울상인 아이도 있다.


가을 들녘에 함께 모여 일하는 모습이 아름다워서 가슴이 젖는다. 아이들은 일하는 즐거움을 느끼면서 노동하는 삶을 소중하게 여길 것이다. 날마다 먹고사는 밥이 어떻게 자라고 거두어지는지 아는 것이야말로 진정 살아있는 공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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