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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수상 창고

마을에서 사람과 세상이 보인다 [12/3 경기일보]

작성자카페지기|작성시간15.12.06|조회수32 목록 댓글 0

마을에서 사람과 세상이 보인다

 

                                                   최 창 의(경기일보 천자춘추 / 12월 3일치에 실림)

   

  지난 해에 20년간 줄곧 살던 일산신도시 아파트에서 벗어나 예전부터 있던 자연마을로 이사왔다. 이 곳 내곡동에서 지내다보니 무엇보다 자연스레 생겨난 자연이 있어 좋다. 마을을 병풍처럼 두른 영주산, 그 아래 펼쳐진 논과 밭, 구부러진 골목길들이 생긴 그대로 편안하다. 사시사철 논에 벼가 자라고 밭에서 푸른 채소가 커가는 걸 보면서 계절의 바뀜과 세월의 흐름을 맛본다. 


자연마을에서 사는 즐거움이 자연에만 있는 게 아니다. 마을 사람들과 이웃처럼 어우러져 지내는 맛이 더 달콤하다. 우리 마을 사람들은 일찍이 출자금을 모아 영주산마을협동조합이라는 공동체를 만들어 독립된 집을 한 채 빌렸다. ‘영주산다락방’이라고 이름 붙인 집 한 쪽의 ‘두근두근 도서관’에서는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책을 읽는다. 이 공동체 공간에서 뜻 맞는 어른들끼리는 악기나 붓글씨 배우면서 문화 활동을 한다. 어머니들은 뜨개질을 하거나 때때로 음식을 만들어 먹고 바자회를 열기도 한다. 

 

다락방에서 나는 지난 1년 전부터 마을 아버지들과 기타를 배우는 “7번줄 모임”을 가져왔다. 주마다 월요일 밤에 7명의 아버지들이랑 모여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른다. 기타 치는 사이사이 살아가는 이야기도 주고받고 직장의 애환을 나누기도 한다. 기타가 끝나면 곧바로 집에 들어가는 일이 드물다. 허름한 비닐하우스 포장마차에 들러 막걸리를 마시면서 뒷풀이를 하곤 한다. 그 때마다 아이들 키우는 교육 이야기를 털어놓다가 세상 걱정 다 짊어지고 가슴을 치기도 했지. 얼근해져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보는 휘영청 밝은 달은 어디에 댈 수 없으리만치 아름다웠다. 

 

지난 1년 동안 추억어린 7번줄 기타 모임도 이번 달이면 끝을 맺는다. 하지만 오랜 시간 어우러져 배우면서 정을 쌓다보니 서로 헤어지기가 못내 섭섭했다. 그 마음이 통했는지 마을에서 텃밭을 공동으로 지어보자는 제안에 모두가 흔쾌하게 뜻을 모았다. 곧바로 1천제곱미터 넓이의 밭을 빌려 이번 겨울부터 마늘과 양파 농사를 시작하였다. 함께 땀 흘려 밭을 가꾸면서 우리는 또다른 작당을 했다. 기타 배우기를 끝내면 우리 민요 배우기 도전에 나서기로 했다. 마을에 살면서 비로소 제대로 세상이 보이고 사람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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