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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마을에 살면서 마주하는 밝음과 어두움 [2019. 5]

작성자카페지기|작성시간19.06.17|조회수5 목록 댓글 0

자연마을에 살면서 마주하는 밝음과 어두움

 

최창의

 

지금 어디서 사세요?” 이렇게 물으면 예전에 아파트 살 적에는 간단했다. “일산신도시요.” 이 한마디면 됐다. 그런데 자연마을로 이사 온 뒤부터는 사는 곳을 물으면 설명이 길어진다. “경의선 곡산역 아세요? 곡산역 뒤에 내곡동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거기 살아요.” 곡산역을 모르면 다시 대곡역이나 대곡초를 들먹여야 가까스로 알아듣기도 한다. 이처럼 한참 설명해야 하는 덕양구 내곡동 자연마을에 들어와 살게 된 지도 어언 5년이 되어간다.

 

사시사철 자연을 누리는 것 말고 인공적인 면에서는 여러 가지가 불편한 마을인데도 마음 붙여 사는 까닭은 뭘까. 무엇보다 사람들끼리 어우러져 사는 공동체의 정과 맛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 마을은 78년 전부터 이사 온 학부모들 중심으로 영주산마을공동체를 꾸려 운영하고 있다. 스스로 뜻을 모아 공동체를 만들어 활동하고 공동 공간인 마을다락방도 열어 활용한다. 여기에 필요한 비용은 출자금과 회비를 내어 충당한다. 그 공동체 속에서 더불어 사는 행복과 풍요로움이 꽤 진하고 깊다.

 

마을공동체 공간인 영주산다락방은 농가주택을 빌려 꾸민 곳인데 마을 사람들 사랑방 구실을 한다. 이 곳에서 마을 어른과 아이들이 서로 만나서 모임과 취미 활동을 한다. 전체 회원들이 모여 공동체 일을 민주적으로 의논하는가 하면 교육 강연과 문화강좌를 열어 교양을 높이기도 한다. 마을 아버지들은 주마다 모여 남도민요를 배우고 막걸리를 나눠 마시기도 한다. 영주산다락방은 마을공동체 삶과 가치가 무르익고 돈독해지는 매우 중요한 근거지가 되고 있다.

 

 

더구나 올해부터는 이 공동체 공간에서 마을돌봄을 시작하였다. 학교 돌봄교실에 들어가지 못한 초등 3학년 아이들이 마을돌봄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학교 공부가 끝난 뒤 모여드는 아이들은 함께 책을 읽고, 영어공부를 하고, 음식을 만들어 먹고, 마당에서 놀이도 한다. 돌봄 선생님은 마을 어른들 몇 사람이 자원봉사 형태로 맡고 있다. 그야말로 마을이 아이들을 키우고 마을 속에서 아이들이 자라난다.

 

몇 달 전에는 영주산다락방 옆에 마을 탁구장도 생겼다. 마을공동체 회원들이 마을 창고를 임대해 탁구장을 꾸민 것이다. 우리 손으로 직접 바닥과 벽면을 나무판으로 깔고 탁구대 4대를 구입해 놓으니 도시의 웬만한 탁구장에 대도 손색없다. 그 뒤 회비를 걷어 탁구를 배우고 치면서 건강을 지키는 마을의 훌륭한 운동 시설이 되었다. 저녁이면 불 밝힌 탁구장에 어른과 어린이들이 들어차 운동하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뿌듯하기 그지없다.

 

이렇게 마을공동체가 운영되는 밝은 면만 보면 마을 속 삶이 행복하고 이상적이다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속내에 복지행정에서 소외된 자연마을의 불편하고 열악한 환경을 이겨나가려는 행동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 동안 영주산마을공동체가 형성되고 운영되기까지는 그만큼 남모르는 힘든 과정과 노력이 따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편으로 마을공동체 지원과 주민 복지를 책임져야 할 고양시 자치단체가 무엇을 했는가 돌이켜보면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에는 주민들 요청으로 고양시장이 마을을 찾아오고 시의원도 다녀갔지만 여태까지 마을공동체가 어떤 지원을 받았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여전히 우리 마을은 먼지 뿜어내는 도로에 물청소차 한 번 다녀간 적이 없고, 골목마다 흐트러진 쓰레기더미도 제대로 치워지지 않고 있다. 곡산역 가는 도로는 인도도 없이 차량이 빈번하여 사망 사고까지 일어났는데도 해결이 안 된다. 마을회관은 기존 마을 어른들이 차지하고 젊은 부모들과 청소년들은 여가를 즐길 공간이 전혀 없는데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 언제까지 우리 마을 주민들은 세금으로 낸 국가 복지 혜택은 제대로 못 받고 스스로 재정 부담을 해 가면서 마을살이를 꾸려가야 하는가. 지금 우리가 자연마을 속에서 살면서 마주하고 있는 밝음과 어두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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