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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생 교육 발전을 위해 일한 보람된 날들 [2021, 1 경진학교 교지]

작성자카페지기|작성시간21.03.29|조회수62 목록 댓글 0

장애학생 교육 발전을 위해 일한 보람된 날들

 

최창의 (행복한미래교육포럼 대표, 전 경기도교육의원)

 

고양시에서 살고 일하면서 경진학교 앞을 지날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별다른 민원 없이 특수학교가 일산에 자리잡은 게 얼마나 잘된 일인가 하는 것입니다. 아마도 신도시가 형성된 뒤에 특수학교를 세우려 했으면 다른 지역처럼 반대와 잡음이 끊이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일산신도시 설계 초기에 학교 설립 계획을 잡아놓아서 순조로웠을 겁니다. 그만큼 정책 책임자의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로운 안목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거듭 생각하게 됩니다.

 

평소 이렇게 애정을 갖고 있는 경진학교 교지에 원고 청탁을 받고 나니 특수교육 발전을 위해 나름 애썼던 지난날이 떠오릅니다. 그 때는 제가 경기도교육위원과 경기도의회교육의원으로 일했던 2002년도부터 2014년도까지 12년의 시기입니다. 물론 흘러간 지난날이 아닌 현재 힘쓰는 일이나 미래의 전망 같은 걸 들려주면 좋겠지만 그리 못해 아쉽습니다. 한편으로 과거의 돌아봄이 미래의 새로움을 창조할 원천이 되리라는 생각도 합니다. 과거의 시간이 미래의 시간과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갖고 이 글을 써 보겠습니다.

 

먼저 제가 장애학생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중요한 계기가 있습니다. 지금부터 18년 전, 그러니까 제가 경기도교육위원에 당선되어 일을 시작한 첫 해입니다. 2002년도 즈음인데 고양시 지적장애 학부모들이 일산지역 고등학교에 통합학급을 한 곳이라도 만들어 달라고 찾아온 적이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한 어머니에게 들었던 말이 가슴에 못 박히듯 깊게 남았습니다. 다름 아니라 중증 복합장애 부모들은 자식이 먼저 떠나면 슬픔이야 여느 부모나 똑같지만 한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혼자 세상을 살아가기 힘든 장애 자녀들을 두고 부모가 먼저 눈을 감기가 어려울 정도로 고통이 크다는 것이지요. 그 날 그 가슴 아픈 고백을 들으면서 제가 의정활동의 비중을 어디에 두어야 할 지 선택하는 중요한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장애 아이들에게 차별없는 교육 여건을 만들고, 우리 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닦는 데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결심입니다.

 

그 뒤부터 줄곧 3선 교육의원을 하면서 장애학생 특수교육에 무엇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여러 일들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미리 전제할 것은 제가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내세우려는 마음은 조금도 없습니다. 오직 장애 학부모님들 곁에 가까이에서 듣거나 요구한 진정들을 그 심정대로 전하려 애쓴 기록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특수교육보조원으로 불렸다가 지금은 특수교육실무사로 정착한 인력배치 사업이 기억납니다. 도입하기까지 어려운 과정을 겪었지만 장애학생 교육에 상당한 도움이 된 정책사업입니다. 특수교육보조원 배치를 추진하던 초기에는 인천지역 학교에 단 한 명이 배치되어 있을 정도로 그 용어조차 생소한 상황이었습니다. 고양시 장애 학부모 단체와 함께 학급에 특수교육보조원 배치를 추진하는데 교육청의 예산 담당자들은 그 필요성에 대한 인식조차 없었습니다. 그러나 시 교육경비보조금에 처음으로 인건비 편성이 이루어지면서 특수교육보조원을 상당수 확보하였고 그 효과와 반응은 매우 뜨거웠습니다. 결국 그 이후부터 교육예산에 특수교육 보조 인건비가 반영되었고 수년이 지난 뒤부터는 지극히 당연한 사업으로 확산 되었지요.

 

경기도 시군에 특수학교를 확대 설립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지만 미래를 위한 값진 투자였습니다. 제가 의정활동 초,중반기에는 통합 학급을 설치하는데 중점을 두었기에 학부모들이 원하는 일반학교에 대부분 통합학급이 개설되었습니다. 하지만 통합학급에서 특수교육을 진행하기 힘든 아이들이 예상외로 많은데도 경기도에 장애유형별 특수학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었습니다. 그래서 김포지역 아이들은 인천의 특수학교로 먼 길을 통학해야 했고, 중증복합장애 아이들은 서울의 특수학교로 몰래 진학해야 하는 실정이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수학교 부족 실태에 관해 조사를 하고 서명도 벌여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 결과 열악했던 경기 북부지역 특수교육 여건이 개선되어 김포시에는 새솔학교가, 파주시에는 중증 복합장애 학생도 진학할 수 있는 자운학교, 양주시 송민학교, 도담학교 같은 공립 특수학교들이 연이어 설립되게 되었지요.

 

장애 학생들의 직업 교육 및 자립 능력 향상을 위해 추진한 사업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게 특수학교의 전공과 설치입니다. 전공과도 예전에는 전국의 한두 개 학교에만 시범으로 설치되었던 과정이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특수학교를 마친 뒤 전문적인 직업 교육에 대한 요구가 높았고, 고양시의 경진, 홀트, 자운 세 곳 특수학교에 전공과가 설치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여기에 더해 고등 과정의 직업전환교육을 강화하고, 지역사회와 협력 체계를 통해 장애인 직업체험학습장 및 작업장 설치도 추진하도록 요구했지만 기대만큼 진행되지는 못했습니다.

 

아쉽게도 제가 2014년도 이후로는 교육의원 임기를 마친데다가 공적으로는 특수교육과 관련된 직책을 맡지 않다보니 행정적인 일은 그쯤에서 멈추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약자이자 홀로 서기 어려운 장애 학생들을 위해 수년 동안 일할 수 있었던 기회는 제 삶에 다시 올 수 없는 크나큰 보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소중한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주고 함께 참여해 주셨던 장애학생 학부모님들께 이 자리를 빌어 거듭 감사드릴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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