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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아동친화도시 [5/4 고양신문]

작성자카페지기|작성시간21.05.10|조회수45 목록 댓글 0

[높빛시론]

아이들이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아동친화도시

 

최창의 행복한미래교육포럼대표 / 세명대 특임교수

 

어린이날을 앞둔 며칠 전이었다. “5.18 어린이 희생자 41년 만에 ‘얼굴’ 찾다”는 기사 제목이 눈길을 붙잡았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총탄에 목숨을 잃은 ‘얼굴 없는 희생자’ 전재수(11세)군의 사진이 41년 만에 발견됐다는 소식이다. 대표적인 5.18 어린이 희생자로 꼽히는 전군은 생전 사진을 찾지 못해 그동안 묘비와 유안봉안소에 무궁화 사진을 대신 걸어두고 있었다.

 

전군이 뒤늦게라도 본인 사진을 걸게 된 건 다행이지만 유달리 가슴이 아픈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왜 계엄군들이 이렇게 어린아이에게까지 총을 난사해 숨지게 했나 하는 분통 때문이다. 5.18 광주항쟁 ‘오월의 노래’ 가운데 “왜 쏘았지, 왜 찔렀지. 트럭에 싣고 어디 갔지”하는 대목이 있다. 이처럼 아직까지도 누가 왜 전군을 쐈는지와 발포 명령자를 밝혀내지 않고 있다. 전두환 군부의 지시를 받은 11공수여단이 민간인에게 마구잡이 사격을 한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힘없고 약한 어린아이들이 제대로 삶도 피워보지 못하고 목숨이 꺼져 나가는 아픔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란에서는 로켓포탄에 어린이들이 허리가 잘리고 내장이 터져 숨져갔다. 최근에는 미얀마 군부 쿠데타로 아무 죄 없는 어린이들이 군인들 총격에 희생되기도 했다. 아프리카 내전 지역에서도 총격으로 아이들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어디 전쟁뿐인가. 끝없는 굶주림과 질병으로 스러져가는 아이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오늘도 텔레비전 광고 영상에는 뼈다귀가 앙상하고 배가 불뚝한 아이들의 동정팔이가 계속되고 있다.

 

그럼 전쟁이나 빈곤으로 희생되거나 굶주리지 않는 우리네 아이들은 마냥 행복하게 살고 있는 걸까. 선뜻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우리 사회 속내를 깊이 들여다보면 현실의 어둡기는 매 한 가지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어른의 욕망덩어리를 대신 채워주는 대리인 역할에 끊임없이 내몰리고 있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공부하는 이유도 제대로 모르는 체 부모가 강요하는 학업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적게 밤잠을 자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시험문제 공부를 하느라 씨름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아이들을 마구 학대하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태어난 지 16개월 된 아이가 양부모에게 학대받아 숨진 ‘정인이 사건’, 10살 조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이모부부 사건’, 두 달 된 갓난아기가 숨지자 냉장고에 2년 동안 보관한 ‘비둘기맘 사건’ 등은 비정하기 이를 데 없다. 아동학대가 쉽사리 알려지는지라 숨겨진 아동 학대가 얼마나 많을지 생각하면 아찔하다. 더욱이 문제가 불거지더라도 그저 사건 처리하고 가해자 처벌하는데서 급급하니 유사한 사건이 되풀이되고 있다.

 

아이들이 이런 비참한 처지를 신랄하게 고발하는 영화가 있다. 칸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은 영화 <가버나움>에서는 칼로 사람을 찌르고 교도소에 갇힌 12살 소년 자인이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신분증도 없고, 출생증명서도 없어서 언제 태어났는지도 모르는 자인이다. 법정에 선 자인에게 왜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지 판사가 묻자 확고하게 대답한다. “태어나게 했으니까요. 이 끔찍한 세상에 태어나게 한 게 그들이니까요.”

 

어린이는 어른의 소유물이나 부속품이 아니다. 한 인간으로서 천부적 권리를 갖고 태어난 독립된 인격체이다. 그러기에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고 아이를 낳은 부모는 그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부모의 능력과 경제적 격차가 심해서 개인에게만 그 책임을 맡길 수 없다. 국가가 그 차이와 틈을 메꿔줘야 한다. 모든 아이들이 차별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갈 마을과 도시를 만들어 줄 책임이 정부와 자치단체에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대표적인 정책사업이 바로 ‘아동친화도시’이다.

 

유니세프의 아동친화도시는 1996년 제2차 유엔인간정주회의(UN HabitatⅡ) 결의에서 시작되었다. 도시가 모두에게 살기 좋은 곳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결의하고, ‘아동의 안녕이야말로 건강한 도시, 민주적 사회, 굿 거버넌스 평가 지표’ 임을 선언하였다. 유니세프는 각국의 중앙정부와 협력해 아동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사업을 펼쳐나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11곳 시군이 아동친화도시를 추진하고 있으며 52곳 시군이 인증을 받았다. 올해는 99번째 어린이날을 맞았고 내년이면 어린이날이 생긴 지 100년이 된다. 그 100주년에는 온나라가 아이들의 행복한 삶과 꿈을 실현할 아동친화도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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