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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속에 꽃피는 희망

작성자교육자치|작성시간04.10.14|조회수64 목록 댓글 0

슬픔속에 꽃피는 희망 
                                                              

                                            월간지 "행복한 동행" 9월호에 실음 / 최창의(경기도교육위원)

 

꽃내음은 상큼하고 나무들의 푸른빛은 눈부시다. 봄바람에 살랑이는 푸른 나무 잎사귀들을 보노라면 세상이 아름답기만 하다.


이 아름다운 계절을 시샘하듯 스승의 날을 앞두고 들려온 전선생님의 병환 소식은 가슴을 저미게 한다. 전선생님은 경기도의 작은 초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그를 떠올리면 빙긋 웃는 얼굴이 겹쳐지듯 늘 밝고 낙천적으로 살아가던 사람이었다. 초임 발령때부터 농촌지역 학교만 돌면서도 누구 못지않게 아이들을 따뜻하게 사랑하던 교사였다. 연구활동도 게을리하지 않아서 창의성교육연구회 회장을 맡아 교실수업개선에도 힘을 쏟았다.    

 

악한 구석이 없어 보이고 이웃들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제 몸 상하는 걸 모르는 걸까? 갑자기 전선생님이 난치병인 급성골수염백혈병으로 병원에 입원하였다는 것이다. 급성백혈병이 얼마나 무섭고 힘든 병인가는 몇 년전 같은 병으로 가까운 사람을 통해 익히 알던 터였다. 소식을 듣는 순간 맥이 쭉 풀리면서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전선생님은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은 뒤 무균실에서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 그의 생활방편이자 보람인 교직까지 휴직한 채 머리가 한 웅큼씩 뭉텅 빠지는 고통스런 병상 생활에도 삶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1년이 넘는 기약없는 치료 기간에다가 억대에 가까운 치료비가 필요하다. 골수이식을 받아야 하는데 가족들은 검사를 해봐도 맞는 사람이 없어 애간장만 태우고 있다. 꽃같은 쌍둥이 두 딸은 아버지가 하루빨리 집으로 돌아오게 해달라고 눈물로 기도한단다.

 

하지만 희망이란 절망 속에서 솟아나고 황폐했기에 나무를 심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전선생님을 사랑하는 주위 사람들은 가장 비통하고 절망적인 상황 속에 던져진 그를 홀로 내버려두지 않고 있다. 지금은 모두 일선 학교의 중견교사로 자리잡은 그의 대학 동기들이 먼저 나섰다. "백혈병 치료를 돕기 위한 교사 후원회"를 꾸려 성금을 모으고 혈액기증 운동에 발벗고 나섰다.

 

후원회 카페(http://cafe.daum.net/ju20)에는 동료교사들의 후원과 혈액 기증을 하겠다는 소식이 이어진다. 무엇보다 소중하고 가슴을 울리는 건 역시 제자들의 성원이다. 1억원에 가까운 병원비를 대느라고 집을 내놓았다는 소식을 들은 꼬맹이 제자는 5천원의 용돈을 털어 성금을 내겠다고 한다. 20년전 제자가 혈액을 기증하겠다고 전화를 걸어오고, 오래 전 시골학교에서 가르쳤던 제자는 아기 아빠가 되어 찾아오기도 한다. 그래서 전북 장수의 한 교사는 "그가 앓아 누워서도 동료 교사들에게 제자 사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고 있다"고 목메여 말한다.

 

그의 4학년 제자는 이렇게 편지를 썼다.
"저도 기억하지 못하는 저에 관한 것들을 일일이 기억해주시는 우리 선생님! 제가 43번이었다는 것도, 김주성 머리를 하고 다녔다는 것도 모두 모두 기억하시는 선생님. 하고싶은 말이 참 많습니다. 어서 일어나셔서 어린 제자의 재롱을 보아주시어요."   

 

그 제자의 바람처럼 전선생님이 힘들고 어려운 백혈병을 훌훌 털고 곧 교단으로 돌아오리라 믿는다. 우리 모두의 따뜻한 사랑과 정성, 소망스런 기도가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원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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