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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수상 창고

곱고 아름다운 문화예술 교육이 활짝 피어나길

작성자교육자치|작성시간05.06.10|조회수48 목록 댓글 2
 

□ 고양문화재단 어울림 연수에 붙여


곱고 아름다운 문화예술 교육이 활짝 피어나길

최창의(경기도교육위원)


‘고양문화재단’이 깨끗한 우리말 이름으로 지은 ‘덕양어울림누리’를 운영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지역사회에서 큰 몫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 걸음 너비를 더 넓혀 우리 지역 교사들을 위해 문화예술교육 어울림연수를 열게 된다니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 일인가?

학교 교육에서 예술 교육의 중요성은 거듭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아이들의 곱고 아름다운 내면을 가꾸고 감수성을 기르는데 있어 문화예술이 밑거름이 된다. 그래서 전 세계에 1천여개 가까운 학교에 퍼져있는 발도로프 교육철학의 바탕은 ‘교육은 곧 예술이다.’는 명제이다.


슈타이너학교의 예술 교육 체험

나는 수년전에 발도로프학교와 같은 이념으로 세운 스위스의 슈타이너학교에서 보름 동안 연수를 가진 적이 있다. 슈타이너학교는 독일의 발도로프학교를 세운 교육사상가인 슈타이너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스위스의 초중등 과정의 학교이다. 슈타이너학교 연수에는 한국의 초,중등 교사 15명이 참가했는데, 우리는 마치 교생 실습을 하듯이 슈타이너사범학교에서 슈타이너 교육이론에 대한 강의를 듣고, 실제 교육실습을 하고, 학생들의 수업 참관도 하였다. 그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마치 실핏줄처럼 슈타이너학교의 본질 속에 녹아 흐르던 예술교육의 기억은 잊혀지지 않는다.

슈타이너학교 교육의 전체 과정에는 음악, 조소, 무용(오이리트미), 목공, 공예, 미술을 비롯한 여러 분야의 예술 교육이 핵심 요소를 이룬다. 예술 교육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 몸과 마음으로 겪고 느끼게 하는 것을 중시하여 진정한 자유인으로 성장하게 한다. 그곳 선생님들의 지도로 학생들이 배우는 교육내용을 실습을 하면서 우리가 그 동안 배우고 익혀왔던 개념과는 매우 달라 놀라웠다. 오래 지난 일이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슈타이너학교에서 실습한 내용 가운데 단편적이나마 기억나는 대로 몇 가지 사례를 되살려보겠다.    수채화를 공부하는 시간이었다. 사용하는 물감은 모두가 자연에서 얻은 천연 물감이다. 천연 물감과 화학 물감이 주는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란다. 이렇게 근본과 시작부터가 다르다. 그곳 선생님은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결과’보다 ‘과정에서 느낌과 체험이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선생님은 노랑, 파랑, 빨강 등 원하는 대로 물감을 조금씩 나눠 주며 “색을 즐겨라, 색깔이 품어내는 빛을 느끼라”고 말한다. “마음을 담아 색을 즐기라”는 주문에도 우리는 자꾸 선을 그리고 무슨 모양을 만들어내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자꾸 같은 교사 처지에 어떤 평가를 받을까 의식이 되어 붓놀림이 자유스럽지 못했다.        

목공예 시간은 어느 공부보다 즐거웠다. 먼저 목공실이 학교에 훌륭하게 갖춰져 매우 부러웠다. 우리 교실 서너 칸 크기의 목공실에는 갖가지 통나무와 도구, 학교를 거쳐간 아이들이 만든 수백점의 작품들이 들어차 있고, 실습실이 이어져 있다. 실습실에서 눈을 반짝이고 있는 우리들에게 목공선생님은 커다란 통나무 몇 둥치를 들이민다. 목공은 나무가 자란 바로 아래 땅을 이해하게 하는 공부라며 나무의 근본을 설명한다. 그러더니 도끼로 나무를 직접 빠개고 알맞은 크기로 잘라 나누어 준다. 매끈하게 다듬어진 나무로만 무엇을 만들고 가르쳐 온 우리에게 충격적인 깨우침을 준다.    

선생님은 목공을 시작하기 전에 학생들에게 절대로 ‘무엇을 만든다는 걸 말하지 말라’며 우리에게도 이리저리 깎고 다듬기만을 일러 준다. 무엇을 만든다는 생각없이 조그만 손칼로 부지런히 깎아나가는데 참 재미가 있다. 손끝의 감각으로 나무가 깎기고 느끼는 가운데 어느덧 조그만 팽이가 나온다. 바람개비가 만들어진다. 그 큰 통나무 속에서 수십 개의 팽이가 태어나고 바람개비가 돌아나온 것이다. 통나무의 생명력이다.

또다른 선생님들과 털실로 인형을 만들 때도, 손주머니에 수를 놓을 때도, 리코더로 음악을 연주할 때도 근본을 이해하고 과정 속의 느낌을 중시하는 철학이 일관되게 흐른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꾸 무엇을 만들려고 구상하고 작품의 결과를 의식하는 습관을 버리기가 쉽지 않았다. 인형을 만들 때는 머리 모양을 어떻게 만들까 고민하였다. 수를 놓을 때는 씨앗을 뿌리듯 점만을 박으라고 하는데도 어떤 형상이 만들어지는가에 관심이 모아진다. 수십년 동안 배우고 가르치면서 예술교육에서조차 ‘과정에서 즐김보다는 결과의 평가’에 앞서나갔던 우리나라 교사들이니 어쩌겠는가?


우리나라 예술교육의 현실

이제 돌아와 우리나라 교육 현장으로 눈을 돌려 보자. 교육의 모든 과정이 예술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아무래도 그 구분이 뚜렷하게 획정된 편이다. 예술 교육은 주로 교과교육으로 하게 되는데 대표적인 교과가 미술, 음악 정도이겠다. 초등학교의 실과나 중등학교의 기술,가정도 부분적으로 포함할 수 있겠지. 그래서 교과 교육의 상황을 살펴보는 게 문제를 접근하는데 정확한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먼저 우리 미술 교육의 실상은 어떤가? 미술 교육의 지도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림 그리기만을 생각해보자. 아이들은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선그리기와 색칠 공부에 바쁘다. 유아 교육 과정에서 그리기, 만들기를 많이 하지만 그 근본을 이해하거나 과정을 즐기고 느끼는 교육이 아니다. 더욱이 슈타이너교육에서 중시하는 자신의 마음을 담는 것도 소홀히 다뤄진다. 틀에 박힌 모양과 선을 잘 그리고 만드는 게 우선이다. 그래서 아이들 그림에 다양한 개성이 사라지고 자유로운 상상력이 엿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유아 시기에는 그림을 자주 그리고 즐거워하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아이들은 그림에 흥미와 자신감을 잃어간다. 그림은 생활 속에서 떠나가고 미술교과 시간이나 미술학원에서 하는 걸로 치부된다. 그리고 차츰 미술 특기로 상급학교에 진학할 특기생들과 교과 점수 때문에 수동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로 나눠진다. 아이들의 삶 속에서 그리기는 없는데 기능을 익히려는 아이들은 서양의 석고상을 죽자살자 그려대고 있기도 하다.

만들기 교육은 더욱 심각하다. 예전에는 어린 아이들이 흙장난을 하면서 진흙을 주물럭거려 이것저것을 만들며 놀았다. 또 동네 산에서 대나무를 쪼개 연을 만들고, 나무를 잘라 팽이도 깎고 썰매를 만들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마저 요즘 아이들 세계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흙은 옷이 더러워져서 못 만지게 하고, 칼은 위험해서 못 쓰게 한다. 그 대신 책상에 앉아 찰흙을 주무르거나 색종이를 오리고 장난감은 돈이 해결해 준다.

음악교육도 그다지 다를 바 없다. 아이들의 노래가 동요인데 동요는 아이들 생활 속에 없다. 그저 학교 음악 시간에나 부르는 게 동요일 뿐 아이들은 텔레비전 속의 대중가요에 푹 빠져 있다. 그래서 아이들 모임이나 행사에서는 동요를 부르면 시시해하고 심지어 학교 운동회나 학예회에서도 대중가요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 돼버렸다. 

아이들이 이렇게 일상에서 자기 노래를 잃어버리고 사는데도 사교육기관에서 피아노나 악기 한 가지쯤 배우는 것은 필수 교육 과정이다. 슈타이너학교 아이들은 모두 대추나무로 만든 리코더를 분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가장 많이 다루고 언제든지 손쉽게 불 수 있는 리코더는 값싼 플라스틱 악기를 사주고 있다. 그러고도 비싼 돈을 들여 학원에서 피아노를 두들기며 서양의 고전음악 음계를 반복하여 익힌다. 아이들은 음악 속에 살거나 즐기지 못하고 오직 음악 점수따기와 기능 훈련에만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예술교육의 근본 철학과 방향을 점검해야

예술 교육을 중심으로 서로 견주어 이야기를 쏟아내다 보니 마치 슈타이너학교의 교육만이 최선이고 우리 교육은 엉망인 것처럼 비춰졌는지 모르겠다. 물론 보름 가까운 짧은 시간에 슈타이너학교 교육을 경험하고 그 본질이나 속내까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좋은 면만 부각시켰을지도 모른다. 좀더 오랜 시간 깊이있게 슈타이너 학교를 들여다보면 그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도 많을 것이다. 더구나 역사적 배경과 교육 문화 환경이 다른 우리나라와 단순 비교하는 것이 무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교사들과 전문가들이 좀더 폭넓은 눈으로 우리 예술교육의 근본되는 철학과 현주소를 면밀하게 점검하고 토론하기를 바라는 욕심에서 다소 무리한 글을 쓰게 됨을 이해하여 주었으면 한다. 치열한 문제 제기와 비판이 있어야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도 모색되리라 본다.

이번 고양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두 가지 어울림 연수에 크나큰 기대를 건다. 이번 첫 연수가 일회성 문화욕구 충족을 위한 강좌가 아니다. “현장교사와 문화예술교육 활동가의 연계망 구축”, “고양시 장애인관련 단체, 교사 연계망 구축 및 연수”로 잡아 조직 구성을 시도한 발상이 예사롭지 않다. 지속적인 지역의 문화예술 교육을 위해서 매우 바람직한 방식이라 여겨진다. 고양문화재단은 앞으로도 이번 연수에 이어 장애학생을 위한 사업과 학교문화예술교육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걸로 들었다. 아무쪼록 뜻하고 바란 대로 연수와 사업이 잘 진행되어 우리네 학교에서 곱고 아름다운 문화 예술의 꽃이 활짝 피어나면 좋겠다. 우리 사랑스런 아이들이 문화 예술 교육의 한마당에서 흐드러지게 춤을 추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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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솔내음 | 작성시간 05.06.19 리카르도 무티,라 스칼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이 고양(일산) 어울림극장에서 있었지요,2004년 9월 4일(토)19:00 에.<으뜸자리 /좋은자리/ 편한자리/고른자리/ 가장자리>라는 좌석 등급도,어울림극장 이름도 퍽 신선했어요.게다가 극장 마당에 솟구치는 분수물줄기에 맘껏 몸을 적시는 꼬맹이들도..강한감동!
  • 작성자솔내음 | 작성시간 05.06.19 밝는아침, 남편생일이라 미역국,갈치조림,두부조림,...좋아하는 반찬 만들고 빨래까지 널었건만 일산모임에 간 남편과 아들은 여태 아니오고요.(축구중계 다 보고 일어서느라?) 저는 덕분에 지낸 하루를 차분히 정리해보는 시간 갖습니다. 목공실을 꼭 하나 만들어야겠다 다짐합니다. 창고개념이 확장되면 가능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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