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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와 뱁새의 가르침[경기신문]

작성자교육자치|작성시간05.07.21|조회수46 목록 댓글 0

뻐꾸기와 뱁새의 가르침


최창의(경기도교육위원)/ 7월 18일 경기신문 실음


며칠 전 아침에 배달된 신문을 펼쳐보다가 1면 머리에 나온 사진 한 장이 눈길을 끌었다. 잿빛 줄무늬 빛깔의 큼지막한 새가 입을 쩍 벌려 작은 새에게 풀벌레를 받아먹는 사진이다. 덩치 큰 새가 제 입 속에 들어갈 만큼 작은 새에게 먹이를 받아먹는 모습이 궁금해졌다. 사진 아래에는 경기도 안산시 갈대습지공원 주변 숲에서 붙잡은 장면이라면서 이런 설명이 덧붙여 있다.


“붉은머리오목눈이(일명 ‘뱁새’) 어미새가 자신보다 몸집이 훨씬 큰 뻐꾸기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고 있다. 남의 둥지에 알을 맡기는 습성이 있는 뻐꾸기는 붉은머리오목눈이 둥지에서 어미새 몰래 알을 한두 개 먹어치우고, 자신의 알을 몰래 낳는다. 둥지에 있던 알보다 먼저 깬 뻐꾸기 새끼는 나머지 알을 모두 둥지 밖으로 밀어 떨어뜨리고, 다 자랄 때까지 먹이를 독차지한다. 뻐꾸기 새끼가 부화한 지 18일 가량 지나 둥지를 떠나도 붉은머리오목눈이 어미새는 쫓아다니며 먹이를 먹인다.”


사진 설명을 읽고 나니 다른 기사로 눈길이 옮겨가지 않는다.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다.

뻐꾸기라면 여름 한낮 애절한 울음소리로 한가로운 숲속의 정취를 자아내고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던 새 아닌가. 그런데 사진 설명을 곱씹어보니 뻐꾸기가 그리 사랑스럽지 않다. 오히려 뻐꾸기의 제 새끼만 생각하는 탐욕에 찬 모성애가 밉살스럽기 짝이 없다. 어찌 제 새끼를 잘 키우겠다고 남의 새끼까지 먹어치울 수 있는가. 


제 새끼만 생각하는 어미의 탐욕 속에 태어난 어린 뻐꾸기도 그 이기심의 혈통을 그대로 이어받는다. 자기를 품어 준 대리어미의 사랑 따윈 아랑곳없다. 오직 먹이를 독차지하기 위해 채 깃털도 나지 않은 몸으로 안간힘을 써서 다른 알들을 밖으로 떨어뜨린다. 그리고 다른 어미새가 부지런히 날라 준 먹이를 먹으면서 살을 찌우고 날개의 힘을 기르면 되는 것이다. 남을 짓밟고 속이더라도 자신만 배부르면 된다.


‘붉은머리오목눈이’는 이름이 너무 기니 흔히 부르듯 ‘뱁새’라고 해 두자. 뱁새 어미는 어떤가? 어찌 보면 무척 어리석고 바보스럽다. 뱁새 어미는 오직 새끼를 키우겠다는 일념만으로 눈먼 사랑을 퍼붓지 않는가. 그 맹목적인 모성애가 결국 제 새끼를 죽이고 탐욕스런 뻐꾸기 새끼의 뱃속만을 채우는데도 말이다.


이러한 뻐꾸기와 뱁새의 삶은 동물의 본능이라 치자. 그러나 이러한 새들의 세계가 새들만의 이야기로 그치는 걸까. 조금만 우리 사람들이 사는 세상으로 눈길을 돌려 생각해보자. 우리의 뻐꾸기 같은 탐욕스런 모성애로 수많은 뱁새의 아이들을 죽이고 있지는 않는가? 뱁새 같은 맹목적인 모성애로 무서운 뻐꾸기 자식들을 길러내고 있지는 않는가? 세계에서 으뜸가는 부모의 교육열로 허울좋게 포장한 살인적인 입시경쟁교육으로 말이다. 뻐꾸기와 뱁새가 일러주는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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