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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수상 창고

아이들에게 싱그러운 아침을 맛보게

작성자교육자치|작성시간05.08.01|조회수38 목록 댓글 0
 

아이들에게 싱그러운 아침을 맛보게

최창의(경기도교육위원) / 8월 1일 경기신문


이른 아침이면 알람으로 울리는 ‘합창 교향곡’에 눈을 뜬다. 별 일이 없으면 자리를 털고 일어나 일산 호수공원으로 산책하러 나간다. 비록 인공이지만 집 가까이에 널따란 호수가 있는 것도 큰 복이다. 한 걸음 두 걸음 호수공원 길로 들어서는 마음은 상쾌하고 시원하다.


호수공원 들머리에는 어김없이 이른 아침부터 채소를 파는 할머니들이 있다. 채소를 늘어놓을 별다른 도구랄 것도 없다. 길바닥에 널빤지 몇 장이 그대로 장사판이다. 올망졸망한 바구니에는 토마토나 햇감자들이 층층 담겨 손님을 기다린다. 가지도 몇 개씩, 파 몇 단, 상치나 깻잎, 푸성귀도 조금씩 놓여 있다. 얼굴이 검게 그을린 할머니들은 물건을 파는 짬짬이 쉬지 않고 손을 놀린다. 고구마순이나 콩껍데기를 벗기거나 열무를 다듬는다. 이렇게 부지런히 살아가는 할머니들의 모습에서 위로와 용기를 얻는다.


호수 둘레 길을 걷기 시작하면 자연이 낳고 기른 풀과 나무, 새들이 마음을 기쁘게 한다.

물가 가장자리에는 갈대들이 무성해서 바람이 일 때마다 사각사각 잎새를 부벼댄다. 길쭉한 쏘세지 모양의 애기부들은 키가 껑충 자라 흔들거린다. 그 곁에는 털부처꽃이 보랏빛 꽃들을 피워 물속 식물들을 돋보이게 한다. 


물 위에서는 잠자리들이 곡선을 그리며 날고 있다. 까치들은 제 목청껏 우짖어 잠든 귀를 깨운다. 약초섬 근처에서는 오리 식구들이 한가롭게 물질을 하고 몇 마리는 둔덕에 나와 몸을 말린다. 오리들은 처음에 찾아왔을 때와 달리 사람들을 그리 두려워하지 않고 이 호수에서 어우러져 산다.


호수길 중간쯤에 이르면 벚나무, 느티나무 숲 아래 작은 꽃들이 반긴다. 봄날 군데군데 노랗게 피어난 민들레는 이제 둥그런 솜털모자를 쓰고 홀씨를 퍼뜨린다. 밥풀뭉치 같은 토끼풀꽃과 쑥부쟁이, 나리꽃, 개망초들도 여기저기 피어 있다.   


이렇듯 제 철따라 제 빛깔로 살아가는 자연의 길 따라 걷다보면 여러 사람들과 마주친다. 대부분 운동 삼아 걷는 사람들인데 나이 지긋한 어른들이 많다. 인생살이에서 무엇보다 건강이 소중함을 몸으로 깨달은 사람들이다. 3-40대 전후의 아주머니들도 많이 만난다. 남정네들은 이 시간이면 일터에 나가고 있겠지.


어른들 사이에서 가뭄에 콩나듯 가끔씩이나마 아이들을 만나면 참 반갑다. 호수공원에 나오는 아이들은 대부분 초등학교 5,6학년이나 중학생 또래의 청소년들이다. 아이들은 두세 명씩 짝지어 이야기를 나누며 걷거나 어린 아이들은 어머니를 따라 발맞춰 걷는다. 덩치 좋은 몇 아이들은 헉헉대며 뜀박질을 한다. 또 인라인을 타고 휘휘 빠르게 곁을 지나는 아이들도 있다.

 

이른 아침 호수길에 나오는 이 아이들을 눈여겨보라. 아이들의 모습은 저마다 달라도 그 얼굴에는 모두 생기가 흐른다. 아침햇살 사이로 힘차게 휘두르는 팔다리는 얼마나 건강한가. 맑은 아침 기운을 마시며 마음도 한껏 밝아지겠지. 그래서 아침에 만나는 아이들은 나무처럼 믿음직스럽다. 꽃처럼 예쁘고 사랑스럽다.


0교시나 조기 등교도 없는 여름방학! 잠자는 아이들을 깨워 싱그러운 아침을 느끼고 맛보게 하자. 호수공원이 아니라도 마을 뒷동산이든 골목길이든 시장길이든 어디라도 좋다. 뜨는 아침 해를 바라보며 자연의 상큼한 숨결과 사람들의 활기찬 삶 속에서 하루를 시작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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