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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수상 창고

논술교육 바람과 입시교육

작성자교육자치|작성시간05.09.05|조회수37 목록 댓글 0

논술교육 바람과 입시 교육

최창의/ 9월 7일 경기신문

 

서울대의 통합형 논술고사 논란 이후로 교육현장에 논술교육 바람이 뜨겁다. 가장 눈치 빠르게 대응하는 건 역시 사교육계이다. 각종 논술 교재 개발, 맞춤식 족집게 논술이 높은 가격에 활개를 친다. 질세라 교육당국도 한술 거들었다. 교사들의 논술 연수를 강화한다느니, 논술교육 매뉴얼을 개발해 학교에 보급하겠다고 나선다. EBS방송과 온라인까지 이용해 논술 교육을 진행하겠다고 법석이다.

 

갑자기 이처럼 온 나라가 논술열풍으로 들끓게 된 과정은 이렇다. 우리나라 모든 대학생의 0.7퍼센트밖에 안 된다는 서울대학교가 2008년 대학입시에서 통합형논술고사 비중을 높이겠다고 불길을 당겼다. 그러자 서울대의 꼬리를 이어 학생을 받아들이던 다른 대학들도 여기에 동조하는 부채질을 했다. 한 차례 교육부와 서울대 사이에 논술시험을 두고 치고받기가 벌어지더니 급기야 교육부가 대학 논술고사 제한선(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불길을 잡겠다고 나섰다.

 

논술이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로는 ‘의견을 논하여 말함(서술함)’을 일컫는다. 대학시험에서는 글로 쓰니 ‘논술문’이라 해야 정확한 말이겠고, 우리가 학교에서 흔히 배운 명칭으로는 ‘논설문’이라면 알기 쉽겠다. 이런 글로는 신문 사설을 대표로 들 수 있겠지. 그렇다면 논술이 그다지 대단한 글도 아니고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집중과외를 받아야 할만큼 어려운 공부도 아니다. 

 

그런데도 학부모와 학생들은 논술시험을 두고 불안에 떨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가장 큰 책임은 먼저 대학에 있다. 대학이 2008년도 입학생부터 적용 비중이 높아지는 고등학교 학생부 기록이 못미더워 논술고사를 대학 본고사 형태로 변형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학생 선발권 보장이니 학문의 자율성이니 포장하지만 그 속셈은 온나라 학생들을 성적으로 줄세워 맨앞부터 끊어 받아들이려는데 있다. 이런 불순한 의도가 통합형 논술이라고 이름지워져 논술의 본래 목적이 상실된 채 교과 문제 풀이나 암기된 지식을 평가하는 또다른 형태의 본고사가 되는 것이다.

 

또다른 문제는 초,중등 학교에서 과연 제대로 논술문을 쓸 수 있도록 교육을 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교육부는 물론이고 대학에서조차 표본삼아 내세우는 대표적인 논술 시험으로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를 꼽는다. 바칼로레아는 프랑스의 대입 자격시험으로 우리 대학이 치르는 논술고사와는 그 목적과 문제 유형이 사뭇 다르다. 프랑스에서는 바칼로레아를 통해 학생들이 얼마나 자기 생각을 논리적이고 창의적으로 펼치는가를 평가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글쓰기, 독서, 토론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에 비해 우리 교육현장은 폭넓은 독서 교육이나 삶에서 우러난 경험을 바탕으로 비판적인 자기 생각을 펼치는 글쓰기와 토론 교육은 아직도 뒷전이다. 여전히 시험 점수를 따기 위해 단편적인 지식을 외우고 시험 문제 풀이식 기계적인 수업을 되풀이하고 있지 않은가.

 

최근 교육부가 논술 시험의 금지 항목을 제시하면서 상당수 대학들이 논술의 본래 목적에 충실한 예시문제까지 발표하였다. 하지만 교육관계자와 학부모들은 구술 심층면접에서 또다른 편법이 진행되지 않을까 의혹을 갖고 있다. 이번에 불거진 논술고사 사태에서 보듯이 우리의 학벌사회의 입시 교육이 풀리지 않는 한 초,중등학교의 교육이 결코 교육본질을 추구하기 어렵다는 것을 새삼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언제까지 입시교육에 얽매여 학생들에게 토막 지식 가르치기에 매달려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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