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교육수상 창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학교 이름을[경기신문]

작성자교육자치|작성시간05.10.06|조회수76 목록 댓글 0

모두에게 사랑받는 학교 이름을

최창의 /10월 7일자 경기신문


사람살이에서 얼굴값을 한다는 말이 흔하지만 이름값을 한다는 말도 있다. 그래서 일찍이 우리 선조들은 이름을 매우 소중하게 여겨 아이가 태어나면 글께나 읽는다는 집안 어른이나 작명가에게 부탁하여 이름을 지었다. 한 아이 이름도 이처럼 신중하게 짓는 마당에 그 아이들 수천 명이 다니는 학교 이름이 엉터리라면 어쩌겠는가?

 

얼마 전 경기지역의 어떤 신설학교 이름을 신장암초로 결정했다가 학부모들의 반발로 교명을 바꾼 사례가 있다. 그런데 한 교육신문이 전국의 학교 이름을 무작위로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기가 막힌 이름이 하나둘이 아니다. ‘야동초, 기계초, 정관초, 정자초, 고아초, 백수중’에 ‘대마초, 대변초’까지 있다. 좀 덜하지만 이름이 이상한 학교는 이뿐만이 아니다. ‘방화초, 오류초, 좌천초, 물건중, 반송중, 이북초, 가수초, 장마초....’ 열 손가락으로 헤아리기 힘들 정도이다.

 

이같은 이름들의 한문글자 속뜻은 어쩐지 모르지만 그 낱말로 표현되는 이미지가 좋지 않다. 학교 이름이 이 정도이면 그 이름 때문에 아이들이 놀림받고 창피스러워 하는 일도 잦을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평생 동안 상처로 따라다니거나 모교 이름을 꺼내놓기 부끄러워 할 수도 있다.  

 

그러면 어찌 해서 그 좋은 낱말을 많이 두고 이상한 학교 이름들이 지어지는 걸까? 가장 큰 원인은 학교가 들어서는 지역이나 동네의 이름을 그대로 따라 붙이는 데서 비롯된다. 현재 새로운 학교가 설립되면 각 시군 교육청 산하의 ‘교명 선정위원회’에서 협의를 거쳐 이름을 붙인다. 교명선정위원회가 열리면 미리 서너 개의 이름을 올리지만 아무래도 신설학교 지역 사람들의 의견이 우세하다. 그래서 대개 학교가 들어설 지역과 마을의 역사나 유래를 들먹이며 그 명칭을 따라 이름을 붙일 것을 강하게 요구한다.

 

더구나 요즈음에는 학교이름을 인근 지역 아파트값이나 땅값 상승과 연결시키는 이기심까지 덧칠해지기도 한다. 결국 지역이나 동네 이름 따라 학교 이름도 운명이 결정되는 셈이다. 지역이나 동네 이름이 어색하거나 이상한 경우 그 뒤에 학교가 붙게 되면 그 의미가 증폭되거나 이상스레 바뀌어 버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새로 지은 학교 이름이 모두 이상한 것만은 아니다. 최근 들어 ‘봄내초, 한솔고, 늘푸른고, 솔안초, 슬기초, 옥터초, 금모래초, 한뫼초, 통일초, 한빛초’ 같은 아름다운 우리말도 살리고 교육의 나아갈 길도 밝혀주는 학교 이름이 점차 늘고 있기도 하다. 학교 이름은 학교의 이미지나 교육 목표를 상징하는 매우 중요한 교육환경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지역의 역사나 유래를 담는 것도 필요하지만 학생들의 정서와 교육 방향을 반영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학생들이 부르고 쓰기 쉬워야 할 뿐더러 어감도 좋아야 한다.

 

경기도는 다른 시도에 비해 신설되는 학교 수가 많다. 해마다 약 70여개 내외의 학교가 새로운 이름을 달고 문을 연다. 그만큼 경기도교육청은 신설 학교의 이름을 짓는 일에 더욱 깊은 관심과 지원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교육청은 신설 학교의 이름을 널리 공모하는 다양한 방안을 연구해서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리고 관행적인 교명선정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방식도 다시 검토하고 개선해 모두에게 사랑받는 학교 이름을 지어주면 좋겠다.      (sigolso@hanmail.net)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