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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생명을 살리는 교육[경기신문]

작성자교육자치|작성시간05.10.19|조회수38 목록 댓글 0
 

자연과 생명을 살리는 교육

최창의(경기도교육위원)/10월 19일 경기신문 


얼마전 시골로 이사간 어느 선생님의 글에서 사람처럼 큰 해충이 없다는 말을 읽고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그 선생님이 사는 집 앞 들녘에서는 농번기만 되면 온통 농약 치는 소리로 요란한데 그 속에서는 조그만 벌레 한 마리도 살 수 없을 거라며 한탄을 한다. 그러면서 먹을 것 입을 것 잠잘 곳 모두 필요한 만큼만 힘들게 만들어 쓰고, 쓰레기를 만들지 말고, 몸을 작게 웅크리고 살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마침 그때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인디언의 가르침을 담은 '작은나무야 작은나무야'라는 책을 읽고 있던 터라 더욱 그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았는지 모른다. 생각해 보면 정말 사람처럼 자기 욕심이나 이로움을 위해 다른 동물이나 식물을 해치고 괴롭히는 동물도 없는 것 같다. 짐승들은 아무리 사납고 힘이 세더라도 자기 먹을 만큼만 다른 동물을 잡는다. 배불리 혼자 먹기 위해 쌓아두고 팔아치우기 위해 거침없이 잡거나 죽이지는 않는다. 또 자기가 편하게 지내려는 마음이나 노리갯감으로 애꿎은 생명을 해치는 일도 없다.


그러나 우리 사람들은 어떤가? 돈에 눈이 팔려 얼마나 많은 생명들을 죽이는가? 제 몸뚱아리 조금 편하게 지내려고 얼마나 자연을 더럽히고 짓밟는가? 이 세상은 우리 사람들만 사는 세상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물을 더럽히고 땅에 독을 쏟아 부어 물고기와 벌레들, 새들을 죽였다. 나무도 베어내고 산짐승도 잡아들이고 있다. 이렇게 우리가 살다가는 결국 이 세상이 망해 없어질 것 같다.


그래도 시골 사람들은 좀 낫다. 도시에 사는 내 처지에서는 자연을 살리기는커녕 온통 짓밟고 더럽히는 일만 부추기고 있다. 내가 먹고 마시고 입고 자는 것은 아무 것도 내 손으로 가꾸거나 만든 것이 없다. 모두 소비하는 일뿐이다. 그러고도 남기고 내놓아서 또다시 자연을 망가뜨린다.


내가 조금이라도 자연 앞에서 겸손해지고 작아질 때는 우리 지역 시민단체에서 운영하는 주말 가족농장에 갈 때이다. 지난 봄에는 사람들과 함께 겨우내 묵었던 밭에 소똥을 퍼나르고 깔면서 몸은 힘들지만 참 즐거웠다. 사람들에게 젖을 준 소들이 먹고 싸놓은 것들을 내 손으로 고스란히 땅으로 돌려준다고 생각하니 소똥 냄새가 구수하기까지 했다. 때때로 작물을 심고 돌보느라 농장에 오면서 생명이 얼마나 놀랍고 귀중한지 새삼 깨닫는다. 그러면서 조금만 먹고 조금씩 버리며 살아야지 다짐하곤 한다.


주말 가족농장은 남이 땀흘려 심고 가꾼 작물들을 소비만 하던 내 삶을 돌아보게 하는 곳이다. 올 가을 토실토실 속이 들어찬 배추와 무를 보면서 손발을 부지런히 놀려 일한 보람을 느낀다. 그러면서 생활하면서 불편한 것이 많을수록 달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작은 땅이라도 일궈 씨앗을 뿌려 땀흘리며 일하는 삶이야말로 자연과 생명을 살리는 가장 좋은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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