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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수상 창고

아이들의 밥값을 깎은 교육위원들에게 [월간 작은책 8월호]

작성자운영자|작성시간09.08.31|조회수33 목록 댓글 0

아이들의 밥값을 깎은 교육위원들에게

최 창 의 (경기도교육위원) / 월간 작은 책 8월호 실림

 

* 이 글은 지난 6월 23일 경기도교육위원회가 학생 무상급식 예산을 삭감에 반대하며 항의농성을 벌였던 최창의 교육위원이 8일 동안의 농성을 마치며 교육위원들에게 쓴 편지입니다.

 

경기도교육위원회 예산심의에서 학생무상급식 예산의 절반인 85억원을 삭감한 것을 막지 못해 죄스런 심정으로 본회의장에서 항의농성을 시작한 지 8일째에 접어들었습니다. 저는 농성을 진행하면서 동료 교육위원님들이 뒤늦게라도 국민들의 비판과 질책을 받아들여 진심으로 도민들에게 사과하기를 바랐습니다. 무슨 변명으로도 통하지 않을 아이들의 밥값을 반이나 싹둑 자른 배경에는 신임교육감의 진보적인 정책에 대한 반감이 개입되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하기를 기도하였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루어지는 의정활동에서는 이번 일을 거울삼아 무상급식예산을 원상회복하고 교육을 염두에 두는 의정활동을 펼치겠다고 다짐하리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6월 29일, 예산삭감에 찬성한 경기도교육위원님들의 기자회견을 지켜보면서 참으로 안타깝고 실망스런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물론 무상급식비 50%를 삭감해 심려를 끼쳐 유감이라고 비록 한두 문장이라도 밝힌 것은 그나마라도 다행입니다. 선뜻 가슴에서 우러나오지 않는 말을 하느라 얼마나 힘드셨나요? 어렵게 큰 용단을 내리셨습니다.

 

그러면 정작 교육위원님들께서 꼭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그 날 기자회견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변명과 해명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겉으로는 사과 기자회견을 하는 것처럼 해놓고 무상급식 예산 삭감의 근본 의도는 덮어두었지요. 삭감의 정당성을 이러저러한 자료를 들어 극구 해명하려는 모습이 정직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처럼 인생경륜을 자랑하는 분들이기에 정말 어른스럽게 사과 하기를 기대한 저희가 잘못입니다.

 

위원님들은 기자회견에서 각종 수치를 들어 이런 내용을 핵심으로 주장하셨지요. 경기도교육청은 565억원의 교육예산을 투입하여 16만명의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지원하고 있으니 큰 문제가 없다고 말입니다. 마치 기자회견 내용을 정확히 분석해 보지 않으면 지금도 저소득층 학생들이 무상급식 지원을 잘 받고 있고, 마치 다른 교육사업에 쓰기 위해 위원님들이 급식비를 삭감한 것으로 그다지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현실을 정확하게 들여다 보십시오. 우선 살림이 어려워 급식비 지원을 신청하는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그동안 경기도교육청이 모두 급식비를 지원하였나요? 그리고 전임 교육감 시절에는 저소득층 학생의 급식비 지원예산을 충분하게 편성하였던가요?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2008년도 경기도교육청 통계에 따르면 저소득층 학생 급식지원예산 556억 가운데 76억은 외부에 통사정하여 얻어다 아이들에게 밥을 먹였습니다. 그렇게 하고도 2008년도말에는 7천명 학생이 9억6천만원의 급식비를 못내기에 이르렀습니다. 2009년도에는 학생급식비를 지원한 19만명 가운데 무려 3만5천명이 지원대상에서 매정하게 탈락되었습니다. 이러고도 급식지원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강변할 수 있습니까?

 

삭감에 찬성하신 위원님 여러분, 이번 무상급식 문제의 본질을 교육적 관점에서 깊이 들여다 보십시오. 학생 무료급식은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온정으로 베푸는 시혜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민소득 2만불 시대를 바라보는 국가에서 해야 할 의무교육의 전면 이행이요, 공공기관의 차별없는 교육복지의 구현입니다. 그래서 밥 한끼를 두고 같은 교실에서 급식을 공짜로 먹는 아이들과 당당히 돈을 내고 먹는 아이들로 나눠지지 않게 하려는 것입니다. 가슴 아픈 계층 구분을 없애서 모두가 밝고 편안한 마음으로 점심을 먹을 수 있게 하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경제사정이 나빠질까봐, 다른 곳에 예산을 쓰려고 예산을 삭감했다고요. 정말 가슴을 치고 땅을 칠 노릇입니다.

 

이곳 경기도교육위원회 본회의장 바닥에서 항의농성을 시작한 지 9일째에 이르는 7월 첫날, 저는 새로운 운동을 펼치기 위해 농성장을 떠나려고 합니다. 이 싸움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새로 시작하기 위해 다시 깃발을 들려고 합니다. 그래서 7월 1일 무상급식예산 원상회복을 촉구하는 시민결의대회에 참석하고 3일 무상급식 실현을 위한 시민대토론회에 함께 하겠습니다. 나아가 7일부터 이루어지는 경기도의회 예산 재심의에서 삭감된 급식예산 원상회복과 무상급식 확대운동을 힘차게 벌여나가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완전한 의무교육 실현과 차별없는 복지를 위해 시민들과 손을 맞잡고 힘찬 투쟁을 펼쳐나가겠습니다.

 

여러 위원님들께도 마지막으로 거듭 부탁하고 호소드립니다. 아이들의 고사리 같은 손을 잡고 무상급식비 50%를 무참하게 싹둑 잘라버려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하십시오. 그리고 삭감된 예산 부활과 무상급식 확대를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표명하십시오. 그 길만이 우리 경기도교육위원회가 바로서고 여러 위원님들과 제가 함께 사는 길입니다.

 

                                                                           2009년 6월 30일 경기도교육위원 최창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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